제1 학이 편(第 一 學而 篇) - 2
요즘은 공감각적으로 소란스럽다. 마치 거짓말처럼 꽃들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와 눈 호강이 그만이다. 그 꽃들 사이로 선거 벽보가 붙고 갑자기 극진하게 인사하는 무리 들이 떼 지어서, 원하지 않는 인사를 귀가 따갑도록 외쳐댄다. 꽃도 그렇고 떼 지어 친한척하는 사람들도 그렇고 며칠 지나면 또 거짓말처럼 없어질 존재들이지만, 있을 때 즐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
꽃그늘마다 어김없이 붙어있는 선거 벽보의 공통점은 끝까지 읽기 참 어렵다는 점이다. 참으로 대단한 경력과 업적이 나열된 분들이 뭐가 부럽다고 또 국회의원을 하겠다고 설치는지....... 안쓰럽기까지 하다.
바람을 맞으며 허기를 속이고, 이슬을 맞으며 잠을 청하는 ‘길 위의 삶’을 살아온 나는 항상 반대편을 바라보는 습관이 있다. 낮은 곳에 있을 땐 높은 곳을 쳐다보고, 배고플 땐 과식했을 때를 경계하며, 좋은 일을 만나선 불행 앞에 선 나를 상상한다.
그 버릇이 어디 가겠는가? 대단한 업적을 나열한 잘난 분들의 벽보를 보면, 그들이 한 위대한 업적들 사이에 숨어 있는, 그분들이 하지 않은 일들을 꼼꼼히 살핀다. 했다고 자랑하는 일들의 반대편을 상상하면 된다. 돈이 많은 사람은 어디에 얼마나 기부했을까? 대단한 교육자는 부모를 잘 보살피고 배우자와 잘 지낼까? 공부를 많이 해 학위를 주렁주렁 써 놓은 사람은 달걀껍데기, 게 껍질, 오렌지 껍질 중, 음식물 쓰레기를 구분할 지적 능력을 갖추고 있을까를 상상해 본다.
내친김에 뱀발(蛇足)을 단다면, 국회의원 후보들을 모아놓고 쓰레기를 한 짐씩 나누어 주고 분리수거를 시켜보면 좋겠다.
세상의 모든 거대한 것들은 미세한 데서 시작된다. 이 때문에 성인(국회의원)은 끝내 큰일을 하지 않지만, 그 때문에 큰일을 이룰 수 있다②.
『논어』를 읽다가 그만두는 이유 중 하나가 논어 1장 학이편 두 번째 장이다. 처음에 익숙한 공자의 음성으로 “ 학이시습지~~”하면서 반갑게 시작했다가 갑자기 “유자왈” 하면서 잘 모르는 사람이 나온다. 이분이 공자 사후, 짝퉁 공자로 추대됐다가 잘린 분①인데, 공자보다 훨씬 꼰대적인 화법을 구사한다. 그래서 읽고 새기기가 수월치 않다. 그런데 이 구절을 자세히 보면 국회의원의 기본 조건을 잘 설명하고 있다. 유자가 말하는 군자는 대한민국 국회위원이 틀림없다.
그 사람됨이 부모님께 효성스럽고 형에게 공손하면서 윗사람의 마음을 거스르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드물다 (중략) 군자(국회의원)가 근본에 힘쓰는 것은 근본이 수립되어야 도가 생기기 때문이다②
우리는 언제 근본에 힘쓰며 쉽고 하찮게 보이는 일에, 진심으로 최선을 다해 일하는 국회의원을 가질 수 있을까?
요란한 선거 벽보를 뒤로 하고 돌아서니 또 기다렸다는 듯 꽃 무더기가 반긴다. 속상한 마음이 불현듯 가지고 슬며시 웃음이 나오는 것이...... 또 그렇게 한세월 가는 것 같다.
대문사진 : 출처 :경상일보
① 이 이야기는 맹자에 잘 설명되어 있다. 어디에 설명돼 있는지는 귀찮아서 안 찾아봤다.
② 리링(李零) 지음, 김갑수 옮김 『노자, 人往低处走: 『老子』 天下第一』 ㈜글 항아리. 경기, 파주. 2019. p.374. 『도덕경』 63장의 일부분이다. 원문은 다음과 같다. 天下之大作於細, 是以聖人終不爲大, 故能成其大.
③ 류종목 지음 『논어의 문법적 이해』 ㈜문학과 지성사. 서울. 2020. p.16, 20. 원문은 다음과 같다. 밑줄 친 부분이 위 본문에 인용한 부분이다. 其爲人也孝弟而好犯上者, 鮮矣, 不好犯上而好作亂者, 未之有也. 君子務本, 本立而道生, 孝弟也者, 其爲仁之本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