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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두교주 Apr 05. 2024

대한민국 국회의원 - 君者務本

제1 학이 편(第 一 學而 篇) - 2

  요즘은 공감각적으로 소란스럽다. 마치 거짓말처럼 꽃들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와 눈 호강이 그만이다. 그 꽃들 사이로 선거 벽보가 붙고 갑자기 극진하게 인사하는 무리 들이 떼 지어서, 원하지 않는 인사를 귀가 따갑도록 외쳐댄다. 꽃도 그렇고 떼 지어 친한척하는 사람들도 그렇고 며칠 지나면 또 거짓말처럼 없어질 존재들이지만, 있을 때 즐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     


  꽃그늘마다 어김없이 붙어있는 선거 벽보의 공통점은 끝까지 읽기 참 어렵다는 점이다. 참으로 대단한 경력과 업적이 나열된 분들이 뭐가 부럽다고 또 국회의원을 하겠다고 설치는지....... 안쓰럽기까지 하다.     


  바람을 맞으며 허기를 속이고, 이슬을 맞으며 잠을 청하는 ‘길 위의 삶’을 살아온 나는 항상 반대편을 바라보는 습관이 있다. 낮은 곳에 있을 땐 높은 곳을 쳐다보고, 배고플 땐 과식했을 때를 경계하며, 좋은 일을 만나선 불행 앞에 선 나를 상상한다.      


  그 버릇이 어디 가겠는가? 대단한 업적을 나열한 잘난 분들의 벽보를 보면, 그들이 한 위대한 업적들 사이에 숨어 있는, 그분들이 하지 않은 일들을 꼼꼼히 살핀다. 했다고 자랑하는 일들의 반대편을 상상하면 된다. 돈이 많은 사람은 어디에 얼마나 기부했을까? 대단한 교육자는 부모를 잘 보살피고 배우자와 잘 지낼까? 공부를 많이 해 학위를 주렁주렁 써 놓은 사람은 달걀껍데기, 게 껍질, 오렌지 껍질 중, 음식물 쓰레기를 구분할 지적 능력을 갖추고 있을까를 상상해 본다.          


  내친김에 뱀발(蛇足)을 단다면, 국회의원 후보들을 모아놓고 쓰레기를 한 짐씩 나누어 주고 분리수거를 시켜보면 좋겠다.     


  세상의 모든 거대한 것들은 미세한 데서 시작된다이 때문에 성인(국회의원)은 끝내 큰일을 하지 않지만그 때문에 큰일을 이룰 수 있다.     




  『논어』를 읽다가 그만두는 이유 중 하나가 논어 1장 학이편 두 번째 장이다. 처음에 익숙한 공자의 음성으로 “ 학이시습지~~”하면서 반갑게 시작했다가 갑자기 “유자왈” 하면서 잘 모르는 사람이 나온다. 이분이 공자 사후, 짝퉁 공자로 추대됐다가 잘린 분①인데, 공자보다 훨씬 꼰대적인 화법을 구사한다. 그래서 읽고 새기기가 수월치 않다. 그런데 이 구절을 자세히 보면 국회의원의 기본 조건을 잘 설명하고 있다. 유자가 말하는 군자는 대한민국 국회위원이 틀림없다.


  그 사람됨이 부모님께 효성스럽고 형에게 공손하면서 윗사람의 마음을 거스르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드물다 (중략군자(국회의원)가 근본에 힘쓰는 것은 근본이 수립되어야 도가 생기기 때문이다 

    

  우리는 언제 근본에 힘쓰며 쉽고 하찮게 보이는 일에, 진심으로 최선을 다해 일하는 국회의원을 가질 수 있을까?      


  요란한 선거 벽보를 뒤로 하고 돌아서니 또 기다렸다는 듯 꽃 무더기가 반긴다. 속상한 마음이 불현듯 가지고 슬며시 웃음이 나오는 것이...... 또 그렇게 한세월 가는 것 같다.     



대문사진 : 출처 :경상일보


① 이 이야기는 맹자에 잘 설명되어 있다. 어디에 설명돼 있는지는 귀찮아서 안 찾아봤다.    

 

② 리링(李零) 지음, 김갑수 옮김 『노자, 人往低处走: 『老子』 天下第一』 ㈜글 항아리. 경기, 파주. 2019. p.374. 『도덕경』 63장의 일부분이다. 원문은 다음과 같다. 天下之大作於細, 是以聖人終不爲大, 故能成其大.     


③ 류종목 지음 『논어의 문법적 이해』 ㈜문학과 지성사. 서울. 2020. p.16, 20. 원문은 다음과 같다. 밑줄 친 부분이 위 본문에 인용한 부분이다. 其爲人也孝弟而好犯上者鮮矣, 不好犯上而好作亂者, 未之有也. 君子務本本立而道生, 孝弟也者, 其爲仁之本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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