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마리, 환상

by 휘루 김신영

<쿠마리, 환상>

힌두교의 신화에 등장하는 ‘쿠마리’는 네팔인들의 신앙 대상으로 유명하다.


쿠마리는 어린 소녀를 숭배의 대상으로 삼는데 그가 피를 흘리거나 초경을 하면 이를 불경한 것으로 여겨 모든 자격을 박탈한다. 당당한 여성의 상징인 월경을 부정하게 여기는 것이다. 이에 오래전부터의 관습으로 여성들도 월경을 불순한 것으로 여기며 숨기고 드러내지 않고 몰래 뒤처리를 해야 한다.


성숙한 여성들은 한 달에 한 번씩 월경을 치른다. 한 달에 한번 일 년에 열두 번 이상, 한 생애에 400번의 피 흘림을 겪는다, 이를 대체로 불경한 것으로 여기는 태도가 팽배하여 여성들은 이를 드러내는 것을 꺼린다. 당당한 여성의 생리인데도 이로 인하여 움츠려 드는 것이다.


국왕보다 높은 권력을 가진 쿠마리가 몸에 상처가 생겨 피를 흘리면 부정 탔다고 여겨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쿠마리의 자리에서 쫓겨난다.


쿠마리의 선정과정 또한 매우 폭력적이다. 쿠마리에 선정이 되면 여신의 대접을 받는다. 대게 4살에서 7살 정도에 쿠마리에 선정되는데 어린 나이에 가족과 떨어져 사원에서 생활함은 물론 외부를 출입할 수도 없으며 발이 땅에 닿지 않아야 한다. 이후에 쿠마리에서 물러나면 결혼도 못하고 일생을 마쳐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구나 교육도 받지 못한 그의 인생은 비참하여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여성의 생리현상에 대한 인권침해, 여성학대는 세계의 각처에서 발견된다.


여성의 지극히 당연하고 당당한 생리현상은 왜 기피의 대상이 되었을까? 왜 더러움의 의미로 치부되었을까? 이는 남성들의 그릇된 인식에서 비롯한다. 이는 철저히 타자의 인식이다. 사람이나 인류를 보지 않고 단순하게 불편하고 더럽게 인식한 결과라 하겠다. 타자의 인식은 지옥인 것이다.


여성의 생리는 잉태할 수 있는 정상적인 신체현상이다. 이로 인하여 여성은 한 사람의 숭고한 인간 존재를 탄생시키는 기반을 갖는 것이다. 사람을 낳는 것, 그것은 우주를 낳는 것이다.

keyword
이전 10화<제2의 성>과 한국의 평등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