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부장 사회가 만들어내는 여성
<제2의 성>과 한국의 평등 지수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라는 말로 전 세계의 여성에 대한 의식을 깨운 시몬드 등 보부아르의 역작이다.
당대의 남성들에게 여성이란 부수적인 것, 종속적인 것의 의미를 지니고 있으므로 여성의 평등을 강조한다. 그의 지적 동반자인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와는 계약 결혼으로 유명하다. 그는 계약 결혼을 하면서 3가지 조건으로 서로에게 완벽한 자유를 허용하는 것, 거짓말을 하지 않으며 솔직할 것, 경제적으로 독립된 생활을 할 것을 내세웠다.
보부아르는 피타고라스의 말을 인용하여 여성은 혼란, 어둠, 나쁜 원리를 대표하며 남성은 빛, 질서, 좋은 원칙에 해당한다는 이분법적 주장에 극렬히 반대하면서 이렇게 오래도록 공고히 다져진 가부장제는 불공정한 원칙으로 여성이 가야 할 길은 멀다고 보았다.
여성이 타인이 된 상황, 즉 자신의 권리를 소리 높여 말하지 않는다면 가부장제가 지속할 것이라고 보부아르는 말한다. 자유를 성취하려면 반드시 여성은 경제적으로 독립해야 하며, 정치적으로 다른 여성들과 함께 연대하는 것이 중요할 뿐 아니라, 여성과 남성의 진정한 관계는 서로를 자유로운 주체로 스스로 인식해야 한다며 평등정신을 강조한다.
이쯤에서 잠시 우리의 현실로 돌아가 보자. 우리나라의 성 성격차지수(性格차 指數)는 2011년 135개국 중 107위에 머물렀으며, 2018년에는 160개국 중 118위에 해당한다.
WEF(세계경제포럼)의 성격차지수(GGI)는 '남성과 여성 간 격차'에 주목한다. GGI에서는 지표별로 '남성 대비 여성 비율'을 비교한다. 예를 들어 고위관리직에 올라 있는 남성 대비 여성의 수를 점수로 나타내는 식이다. 따라서 '남성과 여성의 삶이 얼마나 다른가'에 초점이 맞춰진다.
성격차지수는 격차(gap)를 비교하는 데 특화돼 있지만 여성인권의 절대적 수준(level)은 파악하기 어렵다. 국가의 발전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여성과 남성의 상대적 위치 차이만 살펴보기 때문이다. 국가 내 남성과 여성의 상대평가인 셈이다.
반면 UNDP의 성불평등지수(GII)는 지표에 따라 격차(gap)와 수준(level)을 혼용한다. 여성만 해당되는 출산 관련 지표의 경우 절대적 수준만 고려한다. 여성과 남성 모두 해당되는 정치·경제·교육 지표에서는 남녀비율의 격차를 살펴본다. 초점은 '여성이 어떤 수준의 삶을 사는가'에 맞춰진다.
(표=김나연 기자)
◇ 정치·경제가 핵심 VS 건강·교육에 중점
더 중요한 것은 지표의 차이다.
WEF의 성격차지수는 ▲경제참여 및 기회 ▲교육적 성취 ▲건강과 생존 ▲정치적 권한 네 개의 영역에서 총 14개의 지표를 바탕으로 산출된다. 구체적으로는 ▲전문직 및 기술직·입법자 및 고위관리자·유사업무 임금평등·추정소득·노동참여, ▲문해율·초등교육·중등교육·3차 교육(대학 및 직업교육), ▲출생성비·기대수명, ▲국회의원·장관·여성 국가수장 재임 기간 등이다.
UNDP의 성불평등지수는 ▲생식 건강 ▲여성 권한 ▲노동 참여 3개 부문에서 총 5개 지표를 통해 측정된다. ▲모성사망비·청소년 출산율, ▲국회의원·중등 이상 교육받은 인구, ▲경제활동 참가율 등이다.
WEF와 UNDP(유엔 계발계획)의 지표 차이는 순위에 큰 영향을 미친다.
WEF 통계에는 성별 간 비교가 불가능한 모성사망비, 청소년 출산율이 포함되지 않는다. 반면 UNDP의 통계에는 WEF의 사회경제적 지표가 대부분 빠져 있다. 고위직과 전문직의 성비, 임금격차, 소득, 출생성비, 기대수명, 여성 장관 수, 국가수장 재임 기간 등을 고려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