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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한 티브루잉 가이드

by 휘루 김신영

불완전한 티브루잉 가이드 /김신영


맑은 찻잔에 티를 따른다

레몬이 먹고 싶다고

소리 지르던 눈동자를 기억해 낸다

아마도 뾰족한 가시를 품고

세상을 향해 외치는 외마디

하얀 피를 쏟는 눈동자가 아니었을까

나 아직 살아있어


눈동자에 붙은 별을 따서 레몬티를 우리면서

시인의 목소리를 깊게 생각하였다

체리나 레몬 같은 게 그리우려면

어느 하늘 아래에 있어야 하는 걸까

다시 차를 말리면서 생각에 잠긴다

언젠가 황진이의 송도삼절이니 김부용의 사절이니 하던

절세의 풍경과 찻잔 사이에서 나도 오 절을 완성해 볼까


절이란 아무것도 아닌 미완인지도 모른다고

끊임없이 차를 마시며 생각한다

어쩌면 꽃을 차로 우려내는 일

말린 레몬을 차로 우려내는 일

체리나 오렌지 속을 티로 우려내는 일

그것은 절의 속편인지도 모른다

포에트리슬램 2024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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