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환희역(歡喜驛) / 김신영
한 해의 첫걸음을 어디에서 떼어야 하나
어떻게 마음을 이끌어야
새해, 한 해를 사유의 숲을 거느리고
꽃향기에 취하고 그 향기를 퍼뜨리며
먼저 꽃길 만들고
만첩 백목련을 헬 수 있을까
목숨을 주는 해맑은 샘에서 물을 기르고
꽃길 걷는 날을 살아낼 수 있을까
새해가 되면 나이 한 살 더 먹는 일보다
첫걸음을 떼일
거룩하고 겸손한 땅을
찾아 나서는 일을 생각한다
올해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즈믄 생각으로 구글 위성을 돌리면
끝 간 데마다 기차역이 있고
지난해 나의 출발지와 종착지가
안개에 싸여 허공에 있다
빙빙 돌아가는 협궤열차를 타고
먼 집으로 가는 젖은 맨발
작은 마음이 아직 눈물 역에 있지만
올해 나의 종착역은 환희역이다
환희역에서 그대를 만날 것이다
시집 <마술상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