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의 무게
김신영
이제 너는 내 심장의 무게를 달겠지
좀 무겁다고 할지도 몰라
심장은 행운의 부적처럼 생겼지
아누비스 신이 찾아올 거야
살아 있는 동안 덕을 쌓아야
심장이 가벼워진다는데
심장이 가벼워야 다음 생으로
보내진다는데
스카라베를 목에 걸면
심장이 가벼워진데
죽은 여왕도 스카라베를 목에 걸었어
아직도 숨 쉬는 하트네페르의 심장에게
나를 저버리지 말라고 부탁했지
너도 부탁해 봐
그런데 그건 좀 힘들지도 몰라
귀족이라야 부탁을 들어줄 수 있거든
너 혹시 귀족이니, 난 그런 족속이 필요해
그래서 귀족처럼 살에 온통 도금을 했어
얼굴에도 도금이 필요해
내세에 살아나려면
언제든 무덤을 떠나려면
온통 금칠이 필요하지
태양신 라(Ra)에게 바칠 거야
이제 심장이 좀 가벼워진 거 같아
열린시학 2024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