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물연구에 적합한 메토이소노
김신영(시인, 평론가, 문학박사)
메토이소노(Metoisono)는 간단히 말하자면 성화(聖化)되기, 즉, 거룩하게 되기라 하겠다. 여성작가들은 그동안 폄훼와 왜곡의 대상으로 제대로 연구가 되지 않아 반드시 메토이소노를 먼저 거쳐야한다. 여성작가들을 세워주고 바르게 읽는 것은 이제 우리의 사명이라 하겠다.
메토이소노는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자신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한 단어이자 그의 핵심 철학 개념 중 하나이다. 이 개념은 그의 정신적 해방을 향한 여정을 담고 있다. 카잔차키스는 생애 내내 세 가지의 중요한 투쟁을 벌였는데, 첫째로 육체적 해방은 조국 크레타를 오스만 튀르키예의 지배로부터 독립시키려는 투쟁, 두번째는 감정의 해방으로 내부의 무지, 악의, 공포와 같은 모든 형이상학적 추상으로부터 자유를 쟁취하려는 투쟁, 세 번째는 정신적 해방인데 사람들이 맹목적으로 숭배하는 모든 우상들로부터 벗어나 완전한 자유를 만끽하고자 하는 투쟁이다.
이 세 가지 투쟁은 궁극적으로 자유와 해방을 지향한다. 특히, 카잔차키스는 젊은 시절 아토스 산에서 고행하는 수도자들을 보며 믿음에 대한 환멸을 느꼈고, 그곳에서 극단적인 영혼주의자 '동굴의 마카리오스'와 극단적인 육체 지상주의자 파계승을 만나기도 했다. 이러한 경험들은 그가 추구했던 '메토이소노'의 의미, 즉 인간 존재의 다양한 차원에서의 진정한 자유를 모색하는 여정에 영향을 미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조르바는 카잔차키스의 이러한 철학적 여정을 대신하는 인물로, 욕망을 초월한 자유로운 영혼을 상징하며, 매 순간 열정적으로 삶을 살아내는 모습을 통해 '메토이소노'가 의미하는 바를 보여주는 야성적인 현자라고 할 수 있다. 즉, 요컨대, 메토이소노는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내면이며 철학적인 투쟁, 그리고 궁극인 자유와 해방을 향한 여정을 상징하는 개념이다.
'메토이소노(μετοίχος νόος)'는 '변화 너머에 존재하는 변화' 또는 '모순을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조화를 창출하려 택한 가장 어려운 길'로 설명되기도 한다. 이것은 단순히 무언가를 배우고 아는 것을 넘어, 그것을 자신의 삶과 경험 속에서 깊이 내면화하고 재해석하여 새로운 사유와 철학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나'가 조르바의 자유분방한 삶과 사상을 접하고, 이를 자신의 지식과 경험 속에서 다시 한번 '메토이소노'하면서 새로운 철학을 얻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즉, 기존의 것을 흡수하되 그것에 머무르지 않고, 스스로의 주체적인 해석을 더해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어나가는 역동적인 정신적 과정인 것이다.
그렇다면 여성의 경우 '메토이소노'를 활용한 연구는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 여성은 오랜 역사 속에서 특정 사회적 역할과 기대, 규범 속에서 살아왔다. 이러한 역할과 기대는 때로는 강요되거나 학습된 형태였다. 그러므로 여성들의 '메토이소노'는 다음의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1. 기존 사상과 경험의 내면화: 여성들이 역사적으로 주입받아온 '여성성'에 대한 정의, 사회적 제약, 그리고 다양한 여성 선구자들의 경험과 사상(예: 페미니즘 이론, 여성 해방 운동 등)을 깊이 학습하고 내면화하는 단계다.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삶 속에서 이를 어떻게 체감하고 경험했는지 성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2. 개인적 경험을 통한 재해석과 융합: 내면화된 사상과 지식을 자신의 고유한 삶의 경험(직업, 가족 관계, 사회 활동, 개인적인 고민과 성취 등)과 엮어 재해석하는 단계다. 예를 들어, 사회가 요구하는 '현모양처'의 이상을 학습하면서도, 동시에 개인의 자아실현 욕구와 직업적 성취를 경험하면서 두 가지 가치관 사이의 갈등을 겪을 수 있다. 이때 단순히 한쪽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 모순적인 두 가지 요소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조화시키고 재정의하려 노력하는 것이 '메토이소노'라 하겠다.
3. 새로운 가치와 주체적 사상의 창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여성은 기존의 '여성성' 개념을 비판적으로 수용하거나, 재구성하거나, 완전히 새로운 관점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모성애는 본능’이라는 오랜 관념을 학습하더라도, 실제 개인의 출산 및 육아 경험, 혹은 비혼 비출산 선택의 경험을 '메토이소노'하여 '모성애는 사회적으로 구성된 감정일 수 있다'거나 '여성의 행복은 반드시 출산과 육아를 통해서만 성취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새로운 인식을 형성할 수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메토이소노'는 여성이 자신을 둘러싼 사회적, 문화적 환경 속에서 주체적인 자아를 확립하고, 목소리를 내며, 더 나아가 여성 집단 전체의 의식 변화와 사회 발전에도 기여하는 중요한 사유의 방식이라 하겠다. 기존의 관념을 무작정 버리는 것이 아니라, 깊이 숙고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새로운 길을 찾아내는 현명한 과정이다. 기독여성신문 칼럼 2025. 9.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