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하늘을 열기까지

by 휘루 김신영

자기 하늘을 열기까지 /김신영


생명이 불완전한 곳에서

자신의 꼴을 만드는 것이라는

생태학자의 말을 지팡이 삼아

온 하늘, 꼴을 만들기 위해 산을 오른다

킬리만자로에서는 산 중턱에서 한참

스스로의 영혼이 따라오는지 살핀다는데

명이나물은 겨울을 나기 위해

가을이면 뿌리에 헝겊을 직조한다는데

나는 내 영혼이 따라오는지 기다린 적이 없고

겨울을 나기 위해 헝겊을 직조한 적이 없다


저만치 영혼이 보이지 않는데도

앞서 걷느라 뒤를 보지 못하고

해마다 겨울은 혹독하여 낮게 땅에 엎드리고

자기 하늘을 열기까지

조금씩 자란다는 주목처럼

온 하늘을 열기까지 조금씩 꼴을 먹고

천천히 내 영혼을 기다리기로 한다


하여, 푸른 잎을 달지 못하더라도

달콤한 열매는 달아야지


모두 열매에 가지에 꽃에 자기만 살고자 독하게

가시를 달고 독을 넣기도 한다는데

나는 가시 없이 달콤한 열매로 남아야지


아직 오므리지 못한 꽃방에

당신을 초대하는 안내선을 두고


불완전을 넘어서기 위해

저마다 외로운 인생에 단 열매를 주기 위해


더 많이 날고

더 많이 춥고

더 많이 그리워하고

더 많이 외로웁고

더 많이 사랑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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