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너무 자고 싶다
오늘 저녁에는 남편이 저녁 운동을 하러 나가게 되면서 내가 자연스레 아이를 재우게 되었다.
퐁당퐁당 시스템을 시작한 지 석 달쯤 되었는데 하루는 엄마가, 하루는 아빠가 재우는 것을 ‘퐁당퐁당’이라 한다. 내일 본인이 재우려고 오늘 운동을 하러 나간 건가?’ 생각하며 아이와 잠자기 전 루틴을 시작했다. 내일은 내 생일이기에 쉬게 해 주려나 보다 생각하며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고 쉴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아가~ 이제 책 읽고 잘까? 긴 바늘이 숫자 6에 가면 불 끌 거니까 그전에 책 읽자!”
시간을 정하고 그 틀에 맞추게 하는 것을 지향하는 편은 아니기에 나로서는 좀 불편한 시간이지만, 규칙과 정해진 틀이 아예 없다면 밤을 지새우고도 남을 아이라는 것을 알기에 나름의 시간을 정해 본다.
물론 아이와 상의하거나 함께 결정한 것은 아니지만 아직은 시간 개념이 없기에 알고 있는 숫자를 짚어주며 잘 시간이 가까워졌다는 것을 인지시키는 것으로 하던 놀이를 멈추게 하려는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응! 알겠어! 이것만 하고요!!” 하며 놀이를 멈출 생각이 없는 듯 더 분주해졌다.
시간이 되었음을 알려주었더니 잠시 뒤 움직여 방으로 향한다. 오늘은 어쩐 일인지 그래도 순조롭게 방에 입장, 읽고 싶은 그림책 두 권을 아주 재미있게 읽어줬고, 다른 날과 달리 책 두 권으로 잠자리 독서를 마쳤다. 아이에게 들리지 않을 만큼 아주 작게 휴~ 숨을 고른다.
"하나 더요 하나 더~" 할까 봐 내심 긴장을 했나 보다.
그다음엔 자장가를 아주 작은 소리로 깔아준다. 태교로 자주 듣던 피아노 연주곡이라 그런지 청각이 예민한 편인데 신경을 거스르지 않는 모양인지 아침까지 잔잔하게 틀어두어도 잘 잔다.
하지만 볼륨이 조금이라도 커지면 어김없이 양쪽 귀를 막으며 “아유!! 시끄러워” 한다.
엄마 아빠의 고단함이 묻어있는 코골이 조차도 피아노 소리에 묻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자장가는 흘러나온다.
이제 눕기만 하면 되는데 갑자기 이불로 텐트를 만들자, 핸드폰 플래시 라이트를 켜서 그림자놀이를 하자, 책을 세권 읽기로 했는데 두 권만 읽었다며 징징 우는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아.. 또 시작인 건가? 오케이, 접수!!’
일단은 오늘 하루의 마무리를 망치지 않기 위해 최대한 나의 고단함은 깊이 묻어둔 채 아이에게 딜을 신청한다.
“서율아, 이불로 텐트는 먼지가 나니까 내일 낮에 하는 걸로 하고, 우리 아주 잠깐 그림자놀이만 하고 잘까?”
했더니, 신이 나서 “응응 그래그래” 한다
자기가 원하는 것 중 하나는 이루었으니 그리 기분 나쁘진 않은 거래라는 생각이 들었는지 신나서 그림자놀이를 하는 것을 보면서 잠시 놀아주다 보니 갑자기 ‘오늘 안에 자긴 할까?’하는 의문이 든다.
그리고 그 예상은 언제나 적중한다.
그림자놀이는 아주 잠시 동안 했지만 여운이 가시질 않는지, 어찌해야 잠자는 시간을 미룰 수 있는지(더 놀 수 있는지) 고민하는 눈치였다.
“앗! 엄마 물을 안 마셨어요 목말라요!”
- 응 엄마가 서율이 옆에 텀블러 뒀어 마셔~
“엄마? 쉬 마려워요!!”
-방에 들어오기 전에 쉬 했지?
“그냥 장난친 거예요 헤헤”
누워서 뒤척이더니 벌떡 일어나 앉더니 아기 소리를 낸다.
“엄마?! 잘 자라 우리 아기 불러주면서 업어주세요!?”
……………………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겨 대답을 하지 못한다.
그리곤 이내 등을 내어주며 아이 앞에 등을 대고 앉는다. 아주 짧은 순간 요즘 루틴이 되어버린 업어주기를 매일 하는 게 맞는지 생각했다가, 그냥 업어주기를 선택한다.
- 노래 딱 한 곡 부를 동안만 업어주는 거야~~!
아이를 키우며 숱한 밤들, 이런 상황들이 있었다.
내가 피곤하거나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절대 잠자리에서는 추가적인 요구를 들어주지 않겠다며 엄마의 자존심을 내세우며 아이가 요구하는 것들을 묵살했고, 기분이 좋거나 컨디션이 좋을 때는 바로 들어주기도 했다. 하지만 전자의 경우 아이가 잠들고 나면 바로 죄책감이 몰려와 나 스스로 후회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 아이에게 못나게 구는 것 같은 스스로를 원망하기도 했다.
아이와 실랑이를 벌인 다음 날에도 전날 밤의 상황을 계속 곱씹어본다. 훈육을 하며 나는 나대로 기분 상하고 아이는 서러움을 느끼며 아이도 나도 울다 잠든 그 많은 밤들… 뭐가 중요한지 잠시 생각을 한다. ‘아이의 감정은 인정해주되 욕구는 내가 어떠한 컨디션 이어도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최소한으로 채워주는 방법이 도대체 뭘까.?’
훈육하고 혼낼 시간이면 차라리 기분 좋게 노래 한 곡 부를 정도의 시간만이라도 업어주자 하는 생각에서 등에 없고 거실을 왔다 갔다 노래를 부른다.
“잘 자라 우리 아가~ 앞뜰과 뒷동산에~새들도 아가양도~~~~”
-엄마 양도가 뭐야??
“응~ 아기 양 말하는 거야.
양도가 아니고 새들도 자고 아기 양도 잔대”
-아!
“다들 자~는데 달님은 영창으로~~~”
-엄마 엄마 영창으로 가 뭐야?
“하……달님이 창문으로 보이나 봐 창문이야~”
-아, 그래?
노래를 이어간다. 계속 끊어지지만 소통하며 노래 한곡이 끝날 즈음 방으로 살짝 들어가 내려놓는다.
애착 인형을 끌어안으며 금방이라도 잘듯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조용해진다. 나는 숨도 한번 크게 내쉬지 않고 아이가 자는지 귀를 쫑긋 세우고 기다린다.
바닥이 없는 것처럼 몸이 붕~ 뜨고 모든 소리가 아득히 멀어질 때쯤 갑자기 그 경계를 뚫고 들리는 소리……
"엄마?"
-.......................................................
일단 자는 척을 해본다. 자꾸 부르면 코 고는 소리도 살짝 내본다. 그러더니 갑자기 매달려 엄마 엄마 연신 부르고 애교를 부린다.
"엄마~ 잠이 안 와요~ 엄마~ 엄마아~~~"
-원래 잠은 잘 안와~ 아주 느릿느릿 오거든
이제 슬슬 화도 나고 가슴이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오늘은 너무 피곤해서 아이 재우며 일찍 푹~ 자고 싶은 날이었는데 아이는 그냥 안자는 것이 아니라 1시간 30분 동안 나를 부르고, 흔들고, 업어달라고 하고, 잠들라 하면 깨우는 것이 반복되니 피곤해서인지 너무 화가 났다. '내가 정말 이렇게 자고 싶을 때 잠도 못 자는 건가?'
생각하니 너무나 소리를 지르고 싶어 졌지만, 한번 꾹~ 참아본다. 그리고 나지막이 이야기해주었다.
- "서율아 정말 엄마가 너무너무 졸리고 자고 싶어, 서율이가 자려고 하는데 자꾸 깨우면 기분이 어때?"
“기분이 나빠”
"그렇지? 엄마도 지금 너무 화가 나서 조금 있으면 서율이한테 소리 지르고 싶어질 것 같아."
아이는 갑자기 말이 없다.
그러더니 잠시 뒤 조용해졌다.
내가 평소랑 다르게 마지막에 소리 지르거나 화내지 않고 이야기했더니 아이는 "자는 쪽"을 선택했나 보다.
엄마는 언제나 참아야 하는 존재는 아니다. 하지만 너무 사랑하기에 '화를 내지 말아야지' 생각하지만 매번 차근차근 아이에게 알아듣게 설명하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처음에는 잘 설명해주다가 결국은 마지막에 백~! 하고 소리를 지르게 되는 것이다.
아이는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다고 하더라도 하루의 마지막 순간을 기억할 것이다. 엄마가 소리를 지르는 순간이나 답답함에 내쉬는 한숨 같은 장면 말이다. 아주 잠깐의 시간을 참아내는 것, 지금부터라도 꼭 연습해야 했기에 오늘도 정말 이를 꽉 물고 참아본다.
그렇기에 아이는 기분 좋게 종알종알 떠들다가 잠이 들었다. 나는 잠이 홀딱 깨서 새벽이 돼서야 잤지만 아이가 잠든 후에는 나는 아무래도 괜찮았다.
나는 오늘 화내지 않고 말하는 것을 지켜냈고, 그로 인해 나 역시 스스로 괜찮은 엄마가 된 것 같았으며, 아이는 기분 좋게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었으니까.
내년엔 다섯 살이 되니 좀 나아지길 바라본다.
오늘도 내가 재우는 날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