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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에스 Oct 09. 2021

편견과 오해로부터 내 아이를 지키는 법

대한민국에서 4살 아이를 키우는 방법은?

어린이집을 보내거나, 영어유치원 또는 놀이학교에 보내는 것.

아무리 코로나가 기승이라지만 가정보육만 하는 집은 거의 없을 것이다. 우리 아이도 3세가 되던 해에 어린이 집에 입소했다. 1월생이라 말도 빨리 배웠고, 자기주장이 뚜렷한 아이라서 크게 걱정하지 않았고 새학기 시작의 3월이 아닌 1월에 빈자리가 생기자마자 입소를 시켰다.  

1년 전만 해도 3세까지는 꼭 데리고 있겠다고 다짐했었지만, 육아가 힘들어지면서 남들 다 보내니 3세에는 보내자고 스스로를 합리화 하며 입소를 결정했다.

첫 등원하는 날, 인사하는 씩씩한 아이


어린이집에 딱 18일 등원을 했는데 코로나가 터졌고, 설이 지나고 나니 팬데믹의 서막이 열렸다. 처음에는 곧 감기처럼 괜찮아지겠지? 하는 생각과 곧 나아질거라는 약간의 기대감으로 다시 가정보육에 들어갔다. 그렇게 또 한 달, 두 달.. 데리고 있다 보니 조금씩 내가 사는 지역도 잠잠해졌고, 다시 조심스레 등원을 시작했다.



가다 쉬다를 반복했던 2020년의 어린이집 생활에서 규칙이나 생활 부분을 습득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집에 있을 때는 아이의 리듬에 맞게 생활했고 등원을 하면 정해진 시간대로 먹고, 자고, 놀아야 했다.

낮잠을 자다 안자다 했고, 앉아서 무언가를 하기에는 아이의 엉덩이가 너무 가벼웠으며, 세상을 향한 호기심이 왕성했다. 나는 '3세면 24개월을 갓 넘긴 아기인데...' 하는 생각으로 너무 규칙에 얽매여 늘 “안돼”라는 말과 통제를 하고 싶지 않았기에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아이가 탐색을 하거나 호기심을 가지고 집중할 때는 좀 지켜보는 편이었다.



하지만 어린이집에서는 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이를 마치 "문제아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물론 그렇게 직접적인 표현을 한 것은 아니었으나 언제나 하원길에 아이를 데리러 가면 다른 엄마들은 바로 아이를 데려갔지만, 나는 일단 담임 선생님이 하루 동안 있었던 일과 아이의 감정 등 좋았던 것부터 개선해야 할 것, 아이들이랑 다른 점에 대해서 한참이나 이야기를 들은 후에야 아이를 데리고 나올 수 있었다.



그 문제 행동이라는 것은 이러했다.

책상에 올라가거나 미끄럼틀을 거꾸로 올라가는 등의 위험한(어린이집 기준) 행동, 정해진 활동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다른 교실에 다녀오는 등 때를 가리지 않는 호기심 어린 탐색, 친구들을 좋아하는 감정을 몸으로 표현하는 것(다른 아이들에게는 괴롭힘이 돼버리는 상황), 스스로 밥을 먹지 않는 것 등이었다. 3세에 혼자 밥 먹는 아이들이 흔하다는 것인가?

이때까지는 그저 이해되지 않고 억울하기만 했다.


-어머니, 오늘은 교구장에 올라가더라고요

-어머니, 오늘은 책상에....

-어머니, 오늘은 미끄럼틀을 거꾸로 올라가서...

-어머니, 활동 시간인데 자꾸 화장실에 가서 물장난을 해요

- 스스로 먹으려는 의지가 없는 것 같아요.

-어머니~ 좀 집에서도 일관되게 가르쳐 주셔야 할 것 같아요

-어머니~~~~~~~~~~어머니~~~



물론 집에서도 늘 그랬기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 반복해서 안 되는 부분은 가르쳐 주지만 마치 다 이해한 듯 3살 아이가 바로 행동을 고쳐나갈 수 있을까? 나는 아이가 크면서 자연스럽게 좋아질 거라고 생각하며 좋게 타이르거나 한 번씩은 훈육을 하며 "위험한"것에 대해서는 엄하게 가르치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다 보면 그날의 기분이나 태도에 따라 조금씩 육아의 방향이 바뀌기에, 식탁에 올라갔다면 어느 날은 "내려오는 거야" 했다가, 어느 날은 야! 내려와야지" 하기도 했고, 어느 날은 그냥 주변에 앉아서 뭐하는지 지켜보기도 했다. 일관성 없는 엄마의 태도가 문제였다면 맞다. 그게 문제다.

그렇지만 엄마도 사람이기에 늘 일관되게 한다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 노력을 하지만 한 번씩은 내 기분과 체력 상황에 따라 일관성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매사 일관성 있게 키우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아동 전문가들이 나와서 일관성이라는 말을 할때마다 티비를 꺼버리고 싶었다.



아이가 궁금해하고 흥미를 느끼는 부분은 아이마다 다르고 우리 아이는 그저 어딘가에 "기어올라가기"를 하는 게 재미있거나 그런 것으로 성취감 비슷한 것을 느끼는 듯했다.

그저 높은 곳에 올라가거나 기어올라가는 행동은 코로나로 인해 외출이 자유롭지 못해 에너지 방출할 곳이 없어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그냥 혼자서 할 수 있는 부분까지는 개입하지 않고 있다가 "내려오는 거야 위함 한 행동이야, 내려오자.” 하고 이야기해주었다. 기관에 다니지 않고 가정보육만 한다면 다치지 않게 봐주면 될 일이지만, 어린이집에 다니는 한 꾸준히 반복적으로 가르쳐야 한다. 아이도 규칙이나 옳고 그름은 배워야 하기에.



활동이 유달리 많은 것도, 호기심이 많은 것도 장점이지만, 꼭 앉아서 무언가를 해야 하거나 자리를 지켜야 하는 때에 버티지 못하는 것은 교사 입장에서는 단점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아무도 아이의 장점과 강점에 대해서는 칭찬하지 않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것이 나는 늘 불편했다.



3세에 다니던 어린이집에서 너무 자주 문제를 제기하고 아이에 대해 너무 좋지 않게 이야기를 해서 놀이를 좀 더 많이 하고 바깥활동 시간도 좀 더 충분한 곳으로 4세가 되면서 옮겼다. 아이는 철 철마다 모종을 심고, 물을 주고, 수확도 했으며 늘 그럴 때마다 블루베리, 딸기, 옥수수, 감자, 고구마 릉 수확하면 가지고 오기도 했다. 어떤 활동이 제일 재미있느냐고 물으면 바깥놀이와 체육, 영어라고 했다. 선생님도 좋고 친구들도 좋다고 했기에 별 걱정 없이 나의 선택에 매우 만족해하면서 등원시키곤 했다.

구름은 누워서 보는게 편하다는 아이. 이만큼이나 자유로운 영혼이다


하지만 이 어린이집에서도 얼마 가지 않아 전화와 문자가 오기 시작했다.


- 다른 아이들은 정리를 다 하지만 서율이만 하지 않아서 친구들이 놀리기도 했어요. 그리고 마음은 여려서 그런말에 서율이는 상처를 받았어요. 자존감이 계속 떨어지는 것 같으니 교육을 통해 규칙을 가르치고 지키면서 자존감을 회복해야 할 것 같아요.


- 다른 아이들은 혼자서 식사를 하는데 서율이는 제가 먹여주고 있답니다.


- 아침에 등원을 하면 다들 자기 가방에서 물병을 꺼내서 바구니에 담곤 하는데 서율이만 하지 않고 있어요. 자기 물건의 소중함을 가르쳐주기 위한 일이랍니다.


-서율이가 혼자서 신발을 신지 않아서 친구들이 매번 기다려요. 그러면 아이들은 “선생님 서율이는 왜 혼자서 신지 않아요?” 하고 매번 물어본답니다.


-서율이가 낮잠시간에 큰소리로 떠들어서 친구들이 잠을 잘 수가 없어요


- 활동시간에 서율이만 벌떡 일어나 선생님 근처로 오거나 돌아다닙니다.


- 바깥활동을 나가면 다른 아이들은 두 명씩 짝꿍이 되어 손잡고 다니는데 서율이 짝꿍은 저랍니다.

(통제가 안되어 친구랑 짝을 할 수 없는 말)

.

.

.


내가 생각하는 우리 아이는 정말 호기심이 왕성하고, 곤충과 벌레도 좋아하며 좋아하는 대상이나 활동을 할 때는 정말 고도의 집중력을 보이며 그때는 불러도 잘 모를 만큼 빠져들며, 친구들에게 예쁘게 말할 줄 알고 사랑이 넘치는 아이인데, 선생님에게는 이렇게 보이는 구나… 생각하니 늘 가슴이 먹먹하고 안쓰러웠다. 세상의 편견 속에서 앞으로도 긴 시간 살아가야 할 내 아이가 얼마나 힘든 순간이 많을까!



나는 내가 집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잘 지키며 해보기로 했다. 사실 옷 입기, 양말 신기, 신발 신기 정도는 당연히 스스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잘 시키지 않았다. 아주 시간이 부족할 때 제외하고는 혼자서 할 수 있게 해 주었고, 등원 가방 자리를 마련해주고 그 자리에 놓고 물병을 넣거나 꺼내도록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선생님께 점심을 스스로 먹을 수 있도록 먹여주시지 말고 안 먹으면 치우도록 하라고 말씀드렸다. 물론 그전에 아이에게 이제 선생님이 먹여주지 않으실 거라고 설명했다. 낮잠시간에 친구들이 잠이 들 때까지는 소리 지르거나 큰소리 내지 않고 누워서 잠시 쉬는 거라고 알려주었다.

그때부터 자연스레 혼자 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났고 스스로도 만족스러워했다. 그리고 어린이집에서는 혼자 가방을 정히 하고 신발을 신고 화장실도 혼자다며오며 낮잠시간에도 소곤소곤 이야기한다고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미리 알았더라면 진작에 신경 썼을 부분인데 7개월간 잘 다니는 줄 알았던 어린이집에서 갑자기 모든 이야기를 쏟아내니 그동안 얼마나 어린이집에서 스트레스를 받았을까 안쓰러운 생각이 들어 울컥하고 말았다.

여전히 재미있거나 관심이 많은 활동분야에서는 앞에 나서거나 하고 싶은 대로 하는 부분은 있지만, 그게 우리 아이의 장점이라면 장점이고 단점이라면 단점이기에 적극성은 칭찬해주고, 다른 이들에게 피해 가지 않도록 가르쳐야 할 것이다.


“자녀교육의 핵심은 지식을 넓히는 것이 아니라

자존감을 높이는 데 있다” – 레프 톨스토이


기초생활습관 부터 잡아주는 것이 먼저일 것 같다는 생각에 스스로 할 수 있는것은 가르쳐주고 있다.

스스로 해냈을때의 성취감으로 거기에서 부터 자존감이 커진다는 것이다.



교사들은 내 아이의 부모가 아니기에 아이 한 명 한 명 아이들의 장점을 다 살려가며 내 아이처럼 돌볼 수는 없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아이가 훈육 과정에서 상처를 받고 가기 싫어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지지 않을까?




현행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어린이집에 고용해야 하는 보육교직원과 그 수를 영유아 동의 연령별로 정하고 있다. 보육교사 1인당 책임져야 할 영유아수를 보면 만 1세 미만은 3명, 만 1세는 5명, 만 2세는 7명, 만 3세는 15명, 만 4세 이상 미취학 영유아의 경우 20명을 원칙으로 한다고 정하고 있는데, 본 비율은 2006년 이후 무려 15년 동안 단 한 번도 축소된 적이 없다.

우리 아이는 만 2세로 한 번에 7명이어야 하지만 재원생포함 8명으로 초과인원을 수용하고 있다.

20년 11월 “교사대 아동비율 축소”에 대한 청원이 있었지만 청원에 대한 답변은 “보조 교사 배치”였다.



아이 어린이집에도 보조교사가 있기는 하지만 한 반에 한 명 배치가 아니고 6반이 있는 한 층에 한 명씩 배치되기에 역부족인 것 같다.

어찌 보면 담임교사가 아이들을 하나하나 파악하고 장점을 파악하기 어려운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싶다.



선생님이기 이전에 그들도 사람이기에 얼마나 힘이 들까? 그 모고를 모르지 않기에 늘 고마우면서도 섭섭함 양가감정이 생겨난다.



“고액을 지불하고 영어유치원이나 놀이학교 보내면 조금은 나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 건 나뿐일까?

다른 엄마들도 그럴 것이다. ‘돈을 좀 쓰면 나아지고 내 아이를 잘 봐줄까.’

우리나라의 교육기관은 정말 기댈 곳이 없는 것 같다.

엄마들을 사교육의 세계로 빠져들게 만드는 것, 그것은 우리의 교육 현실이다.

교사들도 힘들  같다. 노력하고 있지만 정  자녀는 제대로 못보면서 일하는데 돌아오는 것은 엄마들의 날이  평가일 테니



5세에 어떤 기관을 가게 되고 나는 또 어떤 자세로 내 아이를 가르칠 것인가… 주관이 없는 나는 흔들리지 않기 위해 오늘도 내 아이의 장점을 보려 노력한다.

그 장점이 훗날 내 아이의 강점이 될 수 있도록.

그리고 친구들과 “다른  단점이 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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