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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에스 Nov 12. 2021

엄마가 된다는 건

아이의 책꽂이 한편에 있는 엄마의 책들.

읽고 또 읽고 일주일에 2회 정도는 잠깐이라도 이 책들을 읽어 내려간다. 남편은 나에게 묻고 싶을 것이다.

'이 책들을 읽으면서도 왜 그렇게 화를 내느냐고' 말이다.


일부분인 나의 육아서적들



나는 남편의 얼굴을 이따금씩 살피며 묻지도 않은 질문에 답을 하곤 한다.

"나 지금 예방주사 맞고 있는 거야. 이렇게라도 주기적으로 책을 읽지 않으면 아이의 행동을 참아줄 수 없어서 나도 모르게 화를 내고 있고, 그리고 후회하고, 자책하니까..."

그럴 때마다 남편은 그래도 10번 중에 9번은 내 편을 들어주느라 애를 쓴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럼, 잘하고 있어 정말이야~ 그리고 화나지, 나 같아도 화나지."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위안이 되기도 했다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가, 이쯤 키워보니 이제는 그런 말 들을 때마다 내 반응이 걱정되어해주는 말 같기도 해서 마음 한구석이 쓸쓸하기도 했다.




이제 나 자신의 숙제가 된 "아이에게 화내지 않기, 잘 가르쳐주기, 화를 내야 한다면 제대로 내기"

처리되지 않은 내 안의 감정들이 한 번씩 아이에게 분출될 때마다 며칠이고 자책하며 우울한 기운을 내뿜던 나를 이제는 버리고 싶어졌다.

나는 날짜를 체크해가며 한 달만이라도 화내지 않고 지내려는 계획을 세웠다.

누군가는 웃을지도 모르지만, 나에게는 정말 중요한 일이었고 이제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달력에 표시를 해나갔다. 이제 거의 한 달이 다 되어가는 나의 다짐은 크게 흔들리지 않고 순항하고 있다.



3일이 지나고, 일주일이 지나고 시간이 지날수록 화가 나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었고, 이를 꽉 깨물고 참으며 고집을 부리고 떼를 쓰는 아이를 그대로 인정해주고 봐주면서 오은영 박사님이 그렇게도 강조했던 "감정 읽기"를 해주었다. 너무 화를 내거나 떼쓰는 정도가 지나칠 때는 잠시 기다려주며 아이의 떼쓰기가 조금 조용해지길 기다렸다. 그러고 나면 다시 이야기를 이어나가거나 무섭지 않은 훈육을 했다.

이런 훈육을 처음 하는 것도 아니고 늘 화내지 않고 문제에 대해서만 말하려고 노력하긴 했지만 그럴 때마다  아이의 떼쓰기로 인해 매전 훈육 실패. 그리고 중간에 ‘됐다 그만하자 무슨 훈육이야~’ 하며 중도에 그만 두가도 했기에  책감에 빠져 지냈었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가지 스킬을 추가했기 때문인데, 그것은 바로 아이에게 "질문하기", 그리고 "생각할 시간을 주기"



하원하고 마트에 출근도장을 찍는 아이와 언제나 실랑이가 벌어지  '좋은  좋은 거지' 생각으로  이기는  원하는  하나씩 사주고 집에 돌아오곤 했다.

어느 , 하원  마트에 가서 젤리와 음료를 사자고 하는 아이에게 눈높이를 맞추고 앉아 말을 걸어보았다.



- 아가, 우리는 매일매일 마트에 갈 수 없어.

- 왜요?

- 응~ 매일 단 음식을 먹는 게 몸이 좋지 않아서 그래

- 나는 건강해! 그냥 가요 가서 주스 사줘~~~! (떼쓰기가 시작됨)


작스러운 엄마의 변화에 억울하고 서러운지 눈물을 뚝뚝 떨구며 발을 동동 구르다가 눕기도 하고, 어느 날은 유모차를 타고 있다가 유모차가 옆으로 넘어지기까지 했다.


- 그렇게 울면 엄마가 이야기를  수가 없어. 영어 공부하러 가는 날에만 마트에 가는 걸로 하는  어떨까? 지금은 선생님이 기다리시니까 갔다 오는  들러서 주스를 하나 사는 거야. 그리고 금요일에  다녀오면서 원하는  사줄게.


아이는 일단 눈물을 그치고 스스로 진정을 한다. 엄마가 "안돼!" 할 줄 알았는데 돌아오는 길에 사주겠다고 하니 "그럼 이따가 사주는 거예요?" 하면서 훌쩍인다.


-응 그리고 우리가 월, 화, 수, 목, 금 중에서 두 번 가니까 가는 날에 또 사주는 거야.


이렇게 말하고는 아이의 반응을 살폈다. 나는 이 때 사실 긴장하고 있었다. 이렇게 침착하게 해도 언제나 설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럴 때면 아이는 눈물이 말라서  나올 때까지 길에 누워 울고 불고 했기 때문에 그러다가 결국은 내가 견디지 못해 화를 내고는 버둥거리는 아이를 억지로 안고 집으로 오곤 했기 때문이다.


-그럼 이따가 꼭 사주세요!

하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영어공부를 하러 가자고 했다. 처음으로 이때 놀랍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고 이상한 마음의 희열을 느끼게 되었다.

"이렇게 하면 되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왜 지금껏 이렇게 해보지 못했을까!



내가 가장 육아 중 어려워 하는게 뭘까! 생각해보았다

그것은 바로 핑퐁이 안되는 것.

아이와 하는 대화는  주고받는  되지 않아 어려움이 많았고,  혼자서 하는 독백 같았다. 대답 하지 않는 아이를 앉혀두고 집요하게 질문을 해댔다. 아이는 그럴 수록 입을 닫았고, 나는 가끔씩 아이를 다른 아이들과 비교했다. ‘다른 아이들은 엄마랑  이야기하고 어린이집에서 있었던 일도 잘만 이야기하는데 얘는 대체  이럴까! 아우 답답해.’

이런 생각을 하며 내 안의 불안은 자꾸만 커졌던 것 같다.


‘어린이집에서도 이러는 거 아니야? 그럼 선생님이랑 친구들이랑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이 꼬리를 물며 나를 괴롭혔을 , 자꾸 부정적인 생각만 하는 나를 발견했고,  부정적 생각이 바로 불안이 었고, 내가 아이를 대하는 태도에 반영된다는 것을 느낀 후로 엄마 스스로가 마음이 편해야 아이편하개 느끼겠다는 생각이 들어   달만 날짜를 세면서라도 실천해보자고 생각했던 것이다.

 


어린이집 생활에 대해서는 절대 먼저 입을 열지  아이는 얼마  하원 후에 먼저 있었던 일에 대해 말을 하기 시작했다.


- 엄마! 나 오늘 엉엉 울었어

- 왜?

- 선생님이가 ……… ! ! 그만 못해? 하고 소리를 질렀어

- …………………..


예전 같으면 “뭐라고? 선생님이 소리를 질러?” 하고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 생각을 해본 뒤에 나는 입을 열었다.


- 선생님이 서율이 한테 왜 소리를 지른 것 같아?

-………………….



아이는 대답을 하지 않았고 나는 좀 기다려 보았다.


- 응 그게~ 내가 친구를 불편하게 했대

- 그럼 서율이가 일부러 그런 거야? 아니면 놀다가?

- 아니 나는 너무 신이 나서 그랬지~


그러면서 본인이 어찌 행동했는지 몸으로 보여주었는데, 나를 발로 동동 차고 등으로 밀고 눕고 그런 행동이었다.


- 아~ 너무 신났구나? 그런데 친구가 불편했다고 하지? 너는 신나서 하는 행동이 친구는 불편할 수도 있는 거야. 행동보다는 말로 해보는 건 어때?” 아 진짜 재미있다, 너무 신나!” 이렇게!

-………………….

- 아무리 좋아도 친구가 싫으면 안 하는 거야

- 알겠어요~ 근데 선생님은 나를 안 사랑하는 것 같아

- 왜 그렇게 느꼈어?

- 응, 그게……… 소리 지르잖아……

- 선생님이 서율이를 안 사랑하실 리가 없지~ 소리 지르셨다면 잘못한 거지만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닐 거야~ 엄마도 가끔 소리치기도 하잖아~ 하지만 엄마는 항상 서율이 사랑하잖아~ 근데 좀 속상했겠다~~


아이는 그저 말없이 듣고 있다가 고개만 끄덕였다.

아주 가끔, 아이가 밖에서 일어난 일을 엄마에게 이야기했을 때 내가 과민반응을 했거나 화를 냈을 것이다. 아이가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느끼거나 아이의 실수가 있다고 느낄 때면 어김없이 내 안의 불안 회로가 작동해서 말도 행동도 예민해졌었다. 하지만 이번 변화를 통해 아이가 느끼는 것은 이렇지 않을까?


- 엄마가 조금은 편안해졌다

- 이제 내가 어떤 말이라도 믿고 해도 되겠다




요즘은 그저 들어주고 아이 마음도 읽어보고, 아이가 듣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나름의 객관적 시점에서의 판단도 추가해서 말을 해주고 있다.


육아서적과 방송을 찾아 많이 보고, 학습하고 상황에 맞게 대입해보며 좀 더 나아지기 위해 애쓴 그간의 시간들이 어찌 보면 마음만 앞서고 제대로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제 내가 마음먹고 “변화”할 때 아이가 반응이 있고 긍정적 결과가 나온다는 것은 아이 역시 많이 성장했기 때문이 아닐까. 이제야 조금은 다른 친구들이 육아 어떠냐고 묻는다면 “좀 할만하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말”이라는 게 얼마나 무게가 있는지 새삼 느끼는 요즘, 아이와 나 사이를 감정으로 이어주는 말, 앞으로도 계속 공감해주고 잘 들어주며, 기다려주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겠다. 아이에게 언제나 편안한 엄마가 되는 날을 그려보며…





아기 토끼 미미와 토토는 엄마들을 따라 들판으로 놀러 나왔어요. 그런데 미미가 토끼 인형 모모의 엄마가 되어 주겠다네요. 토토는 엄마가 된다는 게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그래서 미미에게 “엄마가 된다는 게 뭐야?” 하고 묻습니다. 미미는 골똘히 생각한 다음 토토에게 이야기해 줍니다. “엄마가 된다는 건 아이의 이름을 불러 주고, 아이와 함께 손잡고 걷고, 아이가 아플 때 아이를 걱정하다가 자기도 모르게 꼭 껴안고 눈물을 흘리는 거야.”라고요.   

-그림책 “엄마가 된다는 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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