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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에스 Nov 24. 2021

지금 안 오면 밥 치운다!

(feat. 하나! 두~울! 셋!!!! 밥 안녕~)

우리 집에는 두 가지의 전쟁이 있다.

그것은 바로 "재우기 전쟁" 또 하나는 "먹이기 전쟁"이다.

두 가지 중 어떤 것이 제일 힘든지 묻는다면 그 두 가지 중 정말 고르기 힘들지만 "먹이기"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재우기는 누워 있을 수 있다는 점이 그나마 좀 나은 것 같고, 또 운 좋으면 아이보다 내가 먼저 잠들었는데 안 깨고 아이도 따라 잠드는 경우도 있는데, 우리 집에서 "먹이기"는 커다란 산이다. 넘어도 넘어도 또 넘어야 할 어려운 등산코스 같은 느낌인 것.



먹는 것에 크게 욕심이 있는 편이 아니기도 하고 "먹는 것" 보다 "노는 것"의 우선순위가 조금 더 앞서기 때문이기도 한데, "밥 먹자~~" 하고 식사 시간임을 알려보지만, 앉지도 않거나 한 번 앉았다가 밥도 한 술 뜨지 않은 채 놀이방으로 돌아다니기 바쁘기에 먹이기보다 식탁에 앉히기가 더 힘든 상황이라 식사 시간만 되면 나 역시 긴장이 되어 식욕도 떨어진다.

식욕이 없는데 마르지 않은 몸매라는 것이 아이러니 하지만 말이다.





아이가 더 어릴 적 이유식도 직접 다 만들어 먹였는데 정말 유명하다는 이유식 가게, 프랜차이즈 이유식 모두 거부를 해서 어쩔 수 없이 만들어 먹인 케이스였다. 첫 아이라 그런지 '내 아이가 먹는 건데 정성을 다하자' 하는 마음으로 나의 영혼을 갈아 넣어 만들었고, 먹는 것 자체가 즐거운 일이라는 인식을 주기 위해 "아이 주도 식판식"도 도전했다. 손으로 또는 숟가락 포크로 집어먹기 편한 형태의 식사를 다채롭게 제공하면서 만져보고, 냄새도 맡아보고 자연스럽게 식사로 이어질 수 있도록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주기 위해 끊임 없이 노력했다.


식사 시간이 되면 국민 아기 식탁 의자를 놓고 그 밑에는 횟집 비닐이 깔았다. 흘리는게 먹는 것보다 많았기 때문인데 남편은 이때 아이가 먹는 것을 장난스럽게 받아들이면 어쩌냐고 했다. 모르는 소리 라며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내 방식 대로 식사시간을 만들어 갔다.아이는 정말 즐겁게 식사를 했고, 자연스레 작은 숟가락과 포크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기에 ‘서너 살 정도 되면 혼자 정말 잘 먹겠구나, 조금만 고생하자.'는 마음으로 매끼 즉석 해서 만든 엄마표 식판식을 제공했다.




식사시간에 식탁에 올라간 아이, 아빠에게 보여주려 사진을 찍었다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다른 아이들과 비교가 되기 시작했다. 어떤 아이는 잘 앉아 있어서 먹여 주기 편하다던가, 어떤 아이는 먹성이 좋아서 스스로 먹고 리필까지 해서 더 먹는다는 이야기를 듣는데 우리 아이는 다 먹여 주어야 하는 것은 물론, 돌아다니고 교구장에 기어 올라가고 전혀 식사에 관심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집에서도 마찬가지로 식사 시간이 되면 의자에 앉으려고도 하지 않거나 움직임이 자유로워지는 개월 수가 되자, 아기 식탁 의자에서 탈출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였을까? 일단은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집에서도 어린이집에서도 떠먹이기 시작했고, 계속 돌아다니는 아이가 앉아 있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아주 가끔은 미디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나의 섣부른 행동이 금세 나쁜 습관으로 자리 잡는다는 사실을 모른 채, 다시 미디어 없이 식사 하기까지 또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지금은 식사 시간에 미디어를 보는 일은 없지만 여전히 한 숟가락을 먹고 씹는데 길게는 10분이 걸릴 때도 있다. 이 방 저 방 돌아다니는 것은 기본, 책을 읽어 달라고 한다던가 장난감을 가지고 식탁에 온다던가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주 자연스러운 식사시간이다.



대체로 즐겁고 기분 좋은 식사시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아이가 먹는 것에 대한 욕구가 어느 정도 있어야 가능하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식사 습관이 잘못되도록 방관하거나 그냥 둔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인지 매 순간 가르침이 있어야 하는 우리 집의 식사시간은 편하지 않은지 오래다.

아빠가 늦게 오는 편이라 아이가 혼자 식사를 해야 해서 더 그러는 것인가 싶어 요즘은 내가 함께 식사를 하거나 조금 늦게 가족 모두가 함께 대화를 하며 식사를 하고 있지만 그러다 보면 나는 더 자주 화를 내게 된다.




나 역시 식사를 해야 하고 그 와중에 식사 예절을 가르쳐주어야 하기에 정신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나와 남편은 자연스레 하루의 이야기를 나누며 한번씩 아이의 하루에 대해서 묻기도 하고 소소한 대화를 나누어 본다. 엄마 아빠의 질문에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가 싶다가 다시 돌아다니기 시작하는 아이. 마치 밥 먹는 중이라는 것을 잊기라도 한 듯… 테이블 매너는 가르친다고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몸소 우리 부부가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지만, 언제나 식사 후반에는 큰소리가 났다.


- 엄마 정말 화나려고 해! 한번 더 일어나면 식사는 끝이야 치울 거야!


- 으앙!! 아니야 먹을 거야 내 거야!!!


- 하나! 둘! 셋!!


우리 집만의 풍경은 아니리라. 엄마들이 보면 다 알만한 “하나! 둘! 셋!”

일종의 경고인 셈인데 일단 하나! 하는 순간 아이의 움직임이 분주하고 얼굴은 울음을 터트리기 일보직전.





식사시간이 너무 길어지면 시간을 정해주고 "오늘의 식사시간은 40분이야, 지금부터 긴 바늘이 숫자 8에 도착하면 40분인데 그러면 식판을 치울 거야." 하고는 정말 식판을 치워보기도 했다. 그렇게도 서러운지 치운다는 말이 나오거나 정말로 치우면 울다가 다시 내놓으라고 소리를 지르고 토하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엄마인 나는 화가 났을 테고 표정이나 목소리도 변했으리라. 거울을 안봐도 알만 한 나의 표정…



다섯 살이 되기 전에 습관을 잡아야 한다는 나의 강박과 절대로 변하지 않으리라는 듯한 아이의 태도가 서로 부딪치는 일이 잦아지고 식사시간은 나에게도 아이에게도 괴로운 시간이 되어버렸다.

아마 아이도 식사 시간은 뭔가를 하고 있지 않으면 '지루한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싶다. 또한 ‘즐겁지 않은 시간’ 이라고 각인되지 않았을까….?



여전히 식사는 먹여주고 지만 조금이라도 아이에 대한 걱정이 불안으로 ! 올라올 때는 한번씩 밥을  놓아주고 아이가 숟가락을 스스로 들어 입으로 가져가도록 하고 “스스로 먹어보자!” 지만 그마저도 식사 중반쯤 되면 내가 지쳐서 훈육이고 뭐고 잊은 채로 '에라이,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떠먹여 주고 있는데 그 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식사가 끝난다. 아이는 기분이 좋아보인다. 자신이 “승자라고 생각하는지 아니면 “엄마가 먹여주는 것을 사랑이라고 생각하는지 헤벌쭉 웃고 있는 아이를 뒤로한  씁쓸한 표정으로 자리를 정리한다.




솔직히 아이가 기관에 다니지 않는다면 이렇게 까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먹는 것을 도와주는 것이 그다지 불편한 일도 아니고, 네 살 유아가 처음부터 끝까지 어린이나 어른처럼 스스로 완벽하게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다만 어린이집에서 오는 부정적인 피드백 때문에 나는 너무 지쳐버렸던 것 같다.


- 다른 아이들은 모두 스스로 먹는데 서율이만 스스로 먹지 않아요 어머니


- 모두가 스스로 먹는다고요?


- 그래도 대부분은 스스로 먹어요. 서율이는 먹지도 않는 데다가 식사시간에 돌아다니고 전혀 식사에 관심이 없어 보이는데 식사 시간이 끝날쯤 식판을 치우면 한참을 울어요..


이런 이야기를 여러 번 들은 후 나는 결단을 내렸다.


- 절대 먹여주시지 마시고, 시간 되면 그냥 치워주세요. 특히 너무 못 먹은 날은 연락해주시면 집에서라도 많이 먹이겠습니다.


- 아, 어머니 그럴까요?


솔직히 섭섭했다. 물론 선생님이 여러 명의 아이를 돌보기 때문에 우리 아이만 더 신경 쓸 수 없단 것도, 아이를 위해서도 식사예절을 꼭 가르치고 배워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지만 너무 기다렸다는 듯 그러겠다고 하는 선생님의 답이 나는 조금 놀라웠다.

어쨌거나 그 이후로 나는 아이에게 앞으로 선생님이 절대 식사를 떠서 먹여주시지 않을 것이고 스스로 먹지 않으면 굶어야 할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그 이후에 일어난 일은 더 놀라웠다.

아이는 생각보다 쿨하게 알겠다고 하고 등원을 했고, 그날부터 스스로 밥을 먹었다는 것이다. 물론 매일은 아니었지만 큰 변화였다. 거의 반찬을 먹지 못하고 밥만 먹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고는 집에 와서는 평소랑 똑같이 행동했다. 스스로 밥을 먹지 않고 "아~"하고 입만 벌리고 있다.

나는 아이에게 왜 스스로 먹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엄마, 어린이집에서는 스스로 먹었어요...."하고 말끝을 흐린다. 그 말은 어린이집에서 스스로 먹었으니 집에서는 먹여달라는 말이었다. 나는 할 수 없이 숟가락을 들어 밥,반찬을 올려 아이의 입에 가져다 넣어준다.




아이의 식습관 때문에 해본 것이 뭐가 있을까?

화채만들기, 생선 씻고 만져보기

- 간식 끊기

- 식사 중간에 치우고 보식도 주지 않기(자기 전에 우유를 달라던가 하는)

- 식사시간 이른 저녁으로 앞당기기

- 스스로 먹으라는 조건과 함께 책 읽어주기

- 쌀 씻는 것, 식재료 다듬기 함께 하고 식사하기

- 반찬이나 국과 함께 밥을 먹는 것이 어려울 것 같아 한 그릇 음식으로 제공하기


이 중에서 그 어떤 것도 아이를 앉아있게 하거나 스스로 식사를 하게 만들지 못했다.



출처:유투브 베싸 채널

그러다가 요즘 식습관을 잡기 위한 방법이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유튜브를 뒤적이다가 본 "베이비 사이언스"에서의  한 장면이 내 마음을 조금은 편안하게 만들었다.



아이들이 식사예절을 배우고 식사 매너를 지키며 제대로 식사를 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얼마나 서서히 천천히 배우는 기술인지 알게 되었다.

나는 뭐든지 "내 기준"으로 판단하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건 선생님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숟가락과 젓가락을 들고 음식을 먹는 것"

이게 그렇게 어렵나? 생각하는 이유는 내가 자유자재로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른 관점에서 생각하고 판단했기 때문에 아이가 스스로 밥 먹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이게 뭐 그렇게 어려워?' 이 생각을 참 많이도 했다. 아니, 아이가 식사를 할 때마다 했다.


아이에게는 어려운 일이었던 것이다. 물론 식사에 흥미가 없었던 것도 맞다.

하지만 아이는 점점 자랄 것이고 유치원에 가고 학교를 갈 것이다.

"아이가 그때도 과연 혼자서 식사를 못할까?"라고 생각하면 내 고민과 생각도 단순해진다.



출처:인스타 드로잉 오누

아이도 스스로 느낄 날이 올 것이다. '다른 친구들은 다 하네? 나도 해볼까?'

어차피 결국엔 해 낼 것이다. 부모의 역할은 [가르쳐주고 수정해주기]만 있는 것은 아니라 [기다려주기]도 있다. 나는 오늘부터 기다려 줄 것이다.

스스로 안 먹는 것이 버릇이 없다거나 못 배웠다거나, 아직 아기 같다거나 그런 선입견에서 벗어나 그저 기다려볼 것이다.


이제 우리 집에서 사라질 엄마의 한 마디가 될 것이다.

“치운다! 하나, 둘,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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