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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값 내는 날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 어떻게든 갚아야 한다.

by 손원욱

아침부터 받는 스트레스. 선수금은 어떻게 해결되었지만, 오늘은 카드값을 내는 날이고, 그 금액은 수백만원이다. 나로서는 갚을 수 없는 금액.. 나 자신이 사용한 돈은 식대와 주유비 정도니 월 30만원 내외이다. 나머지 금액은 할부와 단기 대출 등 급전이 필요해서 사용했던 돈이다. 눈 앞에 닥친 문제들을 당시 급히 해결했지만 이렇게 한 달여만에 그 압박은 다시 또 돌아온다. 오늘은 과연 어떻게 이 위기를 돌파할 것일까.. 이런 일들이 오래 반복되다 보면 약간의 포기와 함께 말도 안 되는 희망까지 갖게 된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어떻게 해결하지?’

‘돈을 어디서 구해야 하나..’

‘이번엔 어떤 방법으로 해결이 될까..’

사실 정상적인 사고가 되지 않는다. 나는 극현실주의적인 사람이지만 현실적인 방법을 생각하면서도 말도 안 되는 생각도 많이 한다. 누군가 뭉칫돈을 들고 온다거나 몇 백을 쉽게 빌려주는 등의.. 사실 그런 일은 현실에 일어나지 않고 실제로 일어난 적이 없다. 다만 어떻게든 읍소해서 빌리거나 돈을 구하는 시간을 버는 것 정도.. 결국에는 어떻게든 마련해야 한다. 10년 가까이를 이런 식으로 버텼으니 이것도 참 신기한 일이다. 이제 더 못 버티겠다. 그만해야지.. 마음 먹을 때마다 용케 방법이 생기고 이 위기를 빠져나가곤 했다. 이제 정말 마지막일까. 아니면 또 어떤 방법으로 지나갈 수 있게 될까.. 답은 없고 답은 모른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돈 때문에 벌어진 안타까운 기사들을 보며 남의 일 같지 않게 느껴진다. 나도 그들과 비슷한 생각을 하거나 그런 상황에 마주하게 된 적이 많았다. 항상 불안함 속에서 살아왔고 어떻게든 극복해 보려고 노력하고 있고 지금도 그런 생각으로 버텨 나가고 있는 중이다. 뭐가 어찌 되든 살아 있어야 뭐라도 한다. 살아 남아야 된다 반드시.. 오늘도 연체를 두려워하며 어떻게 돈에게 굴복당하지 않고 벗어날 수 있을 것인지, 나도 모른다. 그냥 이리저리 머리를 굴릴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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