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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시울 Sep 15. 2023

영웅이 아닌 건전한 상식인들은 어떻게 로마를 되살렸는가

로마인 이야기 8권 - 시오노 나나미(한길사)  ●●●●●●●●●○


   내전은 언젠가 끝난다. 
내전이 끝난 뒤 사회를 재건할 때, 원한만큼 해독을 끼치는 건 없다.
따라서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원한을 남기지 않고 이겨야 한다.
그것이 내전의 어려운 점이다. 



   로마인끼리의 시가전을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검투사 시합처럼 관전한 서민들이 오히려 사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서기 69년 말에 수도에서 벌어진 시가전은 로마제국의 재난이었다. 하지만 민중은 알아차리고 있었다. 비록 의식하지는 않았다 해도, 어느 쪽이 이기든 달라지는 것은 황제의 얼굴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황제의 얼굴이 몇 번 바뀌다 보면 무능한 사람은 자연히 도태되고 조금은 나은 '얼굴'이 황제 자리를 차지하게 되리라는 것도 민중의 지혜로 알았을 게 분명하다. 

                                                                                                                                - p. 144. 비텔리우스 살해




   . 이번 8권 '위기와 극복'에서 시오노 나나미 여사는 네로 살해 이후에 벌어지는 지리멸렬한 내전과 극복, 그리고 내전이 종식된 후 로마를 중흥시키려는 노력을 다룬다. 술라나 카이사르 같은 영웅은 없지만 대신 그 자리를 이어받은 '건전한 상식인'들이 어떻게 로마가 가진 저력을 끌어내 로마를 치료하는지 그 과정이 흥미롭다. 마치 몰락한 명가구단을 일으키는 감독의 일대기를 보는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 


   . 제목 그대로 '위기'와 '극복'의 시기를 다룬 이번 권에서 시오노 나나미의 필력은 특히 '위기'에서 빛난다. 네로 살해 이후 1년 동안 네 번이나 황제의 자리가 바뀌었고, 그 과정에서 보여진 권력을 둘러싼 이전투구에 학을 뗀 시민들이 선택한 것은 냉소와 비웃음이었다. 혼란이 극에 달한 끝에 벌어진 마지막 로마시내 시가전에서 로마시민들은 마치 시가전을 검투사 시합 이벤트처럼 즐겼고, '모범생' 타키투스가 이런 모습에 개탄한 것과는 달리 "비록 의식하지는 않았다 해도, 어느 쪽이 이기든 달라지는 것은 황제의 얼굴 뿐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있었다"는 시오노 나나미의 시선은 날카롭고 냉정하다. 




   하지만 무키아누스와 켈리아리스가 보복보다 관용을 택한 이유는 또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타비족 반란에서 갈리아 제국 수립에 이르는 이 사태의 진정한 책임은 로마 쪽에 있다고 로마인 자신이 생각했기 때문이 아닐까. 

                                                                                                                                       - p. 195. 승리와 관용



   . 이렇듯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중 딱 가운데에 있는 이 작품에서 시오노 나나미는 가장 훌륭한 필력을 보여준다다. 3권의 혼란을 다룰 때에 비해 한결 원숙해진 솜씨에, 카이사르에 과몰입해(....) 평이고 중립이고 죄다 내던지고 찬양에 몰입하던 그 시오노 나나미가 맞나 싶을 정도로 날카로운 시각으로 로마의 혼란을 바라본다. 그간 시오노 나나미가 고질적으로 보여주던 승자의 논리에 함몰되는 모습도 없다. 혼란기에 벌어진 갈리아 제국의 반란을 진압한 후 무키아누스와 켈리아리스, 베스파시아누스가 보여 준 처우에 대한 시오노 나나미의 평은 이 시리즈 전체에서도 손꼽힐만한 부분이다. 비록 카이사르나 오현제, 네로 같은 유명한 인물이 나오지 않기에 '율리우스 카이사르'같은 흥행작은 아니지만, 로마인 이야기 15권 중 한 권을 꼽는다면 나는 항상 이 책을 꼽는다.




   로마군의 전법은 병력이나 무기나 군량 보급 같은 확정 요소를 정비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런 다음, 아군은 병사들의 사기 면에서도 적군보다 우세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서 정신력 같은 불확정 요소는 맨 마지막으로 밀려나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에서는 이 불확정 요소가 가장 중시되었다. 일본이 패한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 p. 246. 제국의 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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