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의 뒤를 이은 천재가 아닌 인물이 천재가 이르지 못한 목표에 어떻게 도달할 수 있었을까.
아우구스투스는 보고 싶은 현실밖에 보지 않는 사람들에게 보고 싶은 현실만 보여주는 방식을 선택했다. 하지만 그 자신만은 보고 싶지 않은 현실까지도 직시하도록 명심하면서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이것이 아우구스투스가 평생 동안 치른 '전쟁'이 아니었을까 하고 나는 생각한다.
천재의 뒤를 이은 천재가 아닌 인물이 천재가 이르지 못한 목표에 어떻게 도달할 수 있었을까. 그것을 지금부터 이야기하고자 한다.
- p. 7. 독자들에게
. 시오노 나나미 여사 스스로도 이야기하듯이, 제2차 삼두정치와 악티움 해전을 거쳐 옥타비아누스가 최후의 승자가 되는 과정을 모두 들어내고 그 이후의 이야기를 다룬 이 책은 '팔리는' 책을 써야 하는 작가 입장에선 상당히 쓰기 어려웠을 책이다. 보통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역사는 어디까지나 이야기로서의 역사일텐데, 몇 가지 소소한 가정 내 가십을 제외하고 나면 이 책은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넘어가는 제도의 변화와, 그걸 뒤에서 조종하고 있는 아우구스투스의 모습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 그래서 보통 아우구스투스에 대한 책들은 3부 정도로 나눠서 책의 절반 정도는 아우구스투스가 되기 전인 카이사르와의 에피소드와 안토니우스와의 치열한 대립에 할애하고, 나머지 대부분의 내용을 말년의 후계자 결정에 할애하고, 중반에 몇십 페이지 정도를 '불안해하면서' 체제 개혁 이야기에 할애하는데, 시오노 나나미 여사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아우구스투스가 되기 전의 이야기는 몽땅 5권 '율리우스 카이사르 하' 권에 몰아넣어서 그렇잖아도 재미있는 부분은 더 재미있게 만들고, 이를 통해 확보한 충성스러운 독자들에게 이런 내용도 읽어낼 수 있겠냐며 과감하게 승부를 건다.
. 어쩌면 작가 스스로도 군단 재편성이나 세제의 변화, 행정제도 개편 등 끊임없이 이어지는 내정 이야기를 쓰면서 이게 과연 읽힐까 하는 걱정을 하지 않았을까 싶지만, 결과적으로 여사의 도박은 어느 정도 성공했고, 이 성공 덕에로 15권까지 이어지는 로마인 이야기의 틀이 확보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아예 서사를 배제해버린 채 사회간접자본 이야기만을 풀어놓는 10권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의 쾌거(!)는, 6권의 도전이 없었다면 도저히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p.s. 다만 이번 권에서 딱 하나 아쉬운 실수가 있는데, 예수의 탄생과 관련해 '기원 1년'(기원전과 기원후의 경계라고 딱 집어서 얘기한다)에 성경에 나오는 국세조사가 없었다고 지적하는 부분이다. 심지어 나의 이런 소박한 의문에 납득할 만한 답을 해준 연구자가 없었다고 의기양양하게 얘기하는데, 예수의 탄생이 B.C. 4년이라는 건 웬만한 일반인들도 다 알고 있는 사실 아닌가(....) 정말 연구자 앞에서 "내가 로마사를 혼자 연구하고 있는데 말이죠, 예수 탄생은 서기 1년인데...." 라고 했다면 누가 상대를 해줬을지(....) 이렇듯 주류 학자들도 모르는 걸 비전문가인 내가 알아냈다는 유혹이란 건 참 뿌리치기 어려운 것이기도 하지만, 그 유혹을 벗어나지 못하면 이런 무리수를 두거나, 더 심해지면 강단사학에 맞선다는 재야의 투사나 유사역사학을 외치는 이들처럼 주화입마(^^;) 되는 것이니. 모쪼록 조심, 또 조심. :)
토인비조차도 아우구스투스의 업적은 로마의 쇠망을 늦추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성자필쇠는 역사의 법칙이라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설령 토인비의 말이 옳다 해도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늦춘' 세월이 수백 년에 이르렀다면 만족할만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