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부'뿐만이 아니다, '소시민'도 있다

봄철 한정 딸기 타르트 사건 - 요네자와 호노부, ●●●●●●●◐○○

by 눈시울


"소시민한테 가장 소중한 것은.... 자기 것을 지키는 거야."



클라크 박사는 홋카이도 대학 학생들에게 신사가 되라는 말을 남겼다지만 나와 오사나이도 비슷한 신조를 가지고 있다. '신사'와 아주 비슷하지만 그보다는 사회적 계급이 조금 낮다. 바로 소시민이 되자는 것이었다. 하루하루를 평화롭게 보내기 위해 나와 오사나이는 단호하게 소시민을 고집한다. 하지만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우리 모습은 서로 약간 다르다. 오사나이는 숨는 형이고 나는 웃음으로 얼버무리는 형이다.

- p. 16. 가방 찾기 대소동




. 이제 와서 요네자와 호노부하면 당연히 '빙과'의 작가로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된 소설은 정통추리물인 '인사이트 밀'과 '소시민' 시리즈였다. 고전부 시리즈가 추리소설 위에 남학생 둘과 여학생 둘의 미묘한 감정선과 성장을 그려낸다면, 소시민 시리즈는 그것보다 좀 더 슬림하게, 뛰어난 추리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한 번 제대로 데이는 바람에 이젠 본모습을 감추고 적당히 주위와 거리를 유지하면서 살아가려는 커플(이 시리즈를 읽었다면, 이제와서 설마 커플이 안될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테니까^^;)의 알콩달콩한 연애와 성장의 이야기다.


. 막 고등학교에 진학한 범상치 않은 한 쌍의 페어인 고바토와 오사나이. 약삭빠른 고바토와 여기에 복수심과 행동력까지 갖추고 있는 오사나이지만 둘 다 중학교 때 있었다는 모종의 사건 때문에 이제 더 이상은 세상의 이상한 일들에 추리하지도 개입하지도 않고 그저 달콤한 디저트나 즐기면서 세상 일들을 지나쳐가는 평범한 '소시민'으로서 살아가겠다고 맹세하지만, 물론 세상에 그렇게 말처럼 쉬운 일이 있을 리 없다. 그렇게 짤막한 이야기 네 개와 그 중간중간에 이어지는 사건을 거쳐가며 둘은 자신들의 뜻과는 다르게 일상의 미스테리들을 해결해 나간다.


. 굳은 결심에도 불구하고 여기저기서 일어나는 소소한 사건을 거치며 고바토와 오사나이의 본성은 점점 깨어나기 시작하는데, '가방찾기 대소동'에선 경찰이나 선생이 와서 일이 커지는 건 귀찮으니까, '맛있는 코코아를 타는 법'에선 그의 본성을 아는 중학교 동창의 도발에 넘어가서, '도둑맞은 딸기 타르트 사건'에선 딸기 타르트를 잃어버린 마음을 달랜다는 구실을 대며 추리에 빠져들어간다. 그러면서도 사건이 끝날때마다 다음부터는 반드시 소시민이 되겠다고 반성하기도 하지만, 결국 도둑맞은 자전거와 더 큰 범죄가 얽힌 '딸기 타르트의 복수' 편에서 '소시민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자기 것을 지키는 거야'라는 오사나이의 명언과 함께 이빨을 드러내고야 만다. 경찰에 폭력단까지 개입시켜서 사건을 더없이 크게 만들어 제대로 복수극을 벌이고, 그래놓고는 다시 맛있는 핫케이크 앞에서 반성회. 이렇게 둘은 추리와 반성과 디저트 음미를 거듭하며 또다시 기약없는 소시민의 목표를 향해 노력하지만, 계절은 이제 겨우 봄이 지나갔을 뿐이고, 사건은 여기저기 숨어있는데다, 무엇보다도 맛있는 것도 아직 많고 많다. :)


. 제목처럼 이 소설에는 딸기 타르트부터 시작해 크레페, 반호텐 코코아, 밀피유, 몽블랑, 딸기 쇼트케이크, 티라미슈 같은 이름만 들어도 먹고 싶어지는 수많은 종류의 달콤한 디저트들이 등장하고, 아직까지는 아닌 척 모르는 척하는 둘 간의 감정도 곁들여져서 단순하고 간결한 추리임에도 읽는 이들을 끌어당긴다. 이렇듯 요네자와 호노부는 일상 미스테리의 매력이 무엇인지 처음부터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본격 추리의 관건이 트릭에 있고, 하드보일드의 핵심이 문체에 있다면, 일상 미스테리(코지 미스테리)의 성패는 일상과 사람에 대한 설득력 있는 묘사에 달렸다. 책을 읽는 이와 등장인물의 눈높이가 비슷하고, 독자가 '이건 내 주변에서도 일어나는 일이야, 나도 이거 알아' 라고 반가워 할 수 있는 장치들이 효과적으로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일상은 말 그대로, '항상 있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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