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혁명의 후예들과 옴진리교 외

미스테리아 11호 - 엘릭시르

by 눈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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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를 통해 그런 '대체 역사'를 '현실의 역사'와 뒤바꾸고자 했던 것이
바로 옴진리교 사건이다.



교주 아사하라 쇼코가 모든 간부 한 명 한 명이 영웅으로서 역할을 맡은 사가를 만들어냈다는 사실을 신도 중 한 명이 기록한 바 있다. 아사하라 쇼쿄가 구축했던 이야기, 즉 애니메이션과 게임, 오컬트 잡지의 음모론을 인용하여 만들어내었던 '거대한 이야기'에 귀속되어 지식 엘리트 출신의 간부들도 테러 실행범이 되었다.

- p. 64. I'll Be Going Blood - Simple!





. 60년대 전공투 - 일본 학생운동의 그림자와 실패한 혁명의 후예들, 순정만화, 서브컬쳐. 그리고 옴진리교.

. 북유럽 누아르의 시작, '마르틴 베크' 시리즈 소개 및 작가 마이 셰발 인터뷰.

. 트루먼 카포티의 '인 콜드 블러드'로 보는 미국의 식문화, 그 어둠.

. 애거서 크리스티가 수차례 인용했던 살인마, 리지 보든을 위한 무죄 추정 - '그 날 아침, 누가 도끼를 집었는가'

. 리뷰들 - 아즈마 히데오의 '실종 일기 2 : 알코올 중독, 만슈 기쓰코의 '알코올 중독 원더랜드' 외

. 로드 던세이니의 '연설' 외 세 편의 단편들.





. 그전까지 옴진리교에 대한 하루키의 책을 통해 많이 읽었음에도 우리나라에서 종교집단이 거대한 사회적 사건을 일으키는 일은 일어나기 어렵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런 안이했던 생각이 여지없이 깨져나간 게 2020년 코로나 초기의 신천지 사태였다. 흔히 말하는 무지몽매(?)한 사람들 뿐만 아니라 6급 공무원, 그 중에서도 팀장(팀장이라고 하면 별 거 아닌 거 같지만, 지방공무원 중에선 간부 직전 급에 속한다. 사기업이라면 과장 정도) 자리에 있는 사람이 한 인간을 살아있는 성령이라고 받드는 - 일반적으로 보기엔 너무도 황당한 - 교리에 빠져 한 지역의 보건체계를 마비시켜 버리는 일련의 사태가 과학 엘리트들이 다수 포진해 있던 옴진리교와 너무나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 그래서 옴진리교를 다룬 미스테리아 11호의 특집기사는 상당히 인상깊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언더그라운드'에서 이야기했듯 결국 스스로는 자신의 서사를 만들어낼 수 없는 이들이, 현대사회 앞에 파편화 된 개인으로서 무력감을 느끼고 다른 이가 만들어낸 '거대한 이야기'에 무비판적으로 함몰된 사건이기이에. 그리고 그들은 그 안에서 자신에게 부여된 '역할'을 절대자로부터 온 소명으로 받아들이게 되고, 강압적인 전도 강요도, 조사를 거부하고 숨어지내는 생활이나 위장 신도 역할도, 심지어는 한 지역의 보건체계를 마비시키는 일까지도 기꺼이 감수하게 되는 것이다. 그 끝에 이르면 극렬한 옴진리교 신도들이 벌인 테러에 다다르는 것이고.


. 하루키는 언더그라운드에서 옴진리교 신도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하면서 그들 중에 엘리트는 있었지만, 누구 하나 "소설을 읽는 이가 없었다" - 즉 이야기에 익숙한 이들이 없었다는 결론을 내린다. 이야기의 구조에 익숙하지 않기에 그들은 그게 어떤 것이든 이야기에는 끝이 존재하고, 그 끝에서는 픽션의 문을 닫고 현실로 돌아와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이었을까.



스테이크, 감자튀김, 사우전드아일랜드 드레싱을 뿌린 샐러드, 시나몬롤, 아이스크림을 곁들인 애플파이 등 딕이 끊임없이 먹어치우는 음식은 카포티가 경시하는 전형적인 미국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멕시코로 달아나서도 딕은 잘 먹었다. 죄의식은 물론이거니와 체포 걱정도 없는 둔감함을 보여주기 위해서, 카포티는 기름이 줄줄 흐르는 차가운 토르티야를 우적우적 먹는 딕의 모습을 의도적으로 혐오스럽게 묘사한다.

- p. 125. 미국의 아침 식사, '인 콜드 블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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