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추운 것이 아니다. 보슬비가 내리는 쌀쌀함이다. 습기는 안개가 되어 창틈으로 스며들고, 사건 현장을 배회하는 개가 되어 사람들의 다리 사이를 헤치고 들어온다. 그런 차고 지저분한 공기 속에서, 무기력한 일상이 싫어 옹색한 도피를 선택한 소시민이 마땅한 갈 곳도 없이 벤치에 앉아 꾀죄죄한 범죄를 꿈꾼다. 마찬가지로 초라한 사람들이 더러는 그를 가엾게 여기고 더러는 그의 꿈에나마 기생하여 자신의 남루함을 감춘다. 메그레는 이 잡범들을 하나씩 찾아내어 자기변명을 듣는다.
- p. 91. 취미는 독서, '메그레와 벤치의 사나이'
. 콜럼바인 총기난사 사건, 참혹했던 비극과 길고 긴 후유증, 그리고 회복과 다음 세대의 이야기 - '콜럼바인'의 작가 데이브 컬런 인터뷰
. '지금 시점'에서 읽는 찬호께이의 13.67. 그 속의 홍콩 퀴진, 그리고 1997년 6월 6일과 그 이후 - 정은지의 Culinary, '딤섬 카트를 타고 역사는 흐른다'
- 뤼팽 이전의 괴도, 래플스 시리즈의 시작점. E.W.호넝의 '삼월의 열다섯번째 날' 외 단편들
. 메그레 시리즈에 대해서는 좀 애매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 어릴 적 추리퀴즈 책에 나오는 소설 속의 탐정들 소개를 보면서 언제쯤에나 메그레가 활약하는 이야기를 읽을 수 있을까 꽤 오랫동안 기대했었고, 그러다가 열린책들에서 심농시리즈 전권을 발매하기 시작했다는 뉴스를 듣고 바로 첫 권인 '수상한 라트비아인'을 구해 읽었다. 그런데, 막상 읽고 나니 어떻게 포장을 하려고 해도, 너무나 재미가 없었다(....) 그게 10여년 전의 일이다.
. 시간이 지난 지금에 와서는 내가 과연 그 책을 읽긴 했었던가 싶을 정도로 아예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무슨 범죄였는지. 어떤 인물이 나오는지. 물론 애거서 크리스티 80권 중에서도 트릭이나 범인이 기억나지 않던 작품들은 꽤 많았지만 그래서 이득이라고(^^;) 생각했고, 도입부라든가 생각나는 구절이라든가 뭔가 기억이 하나씩은 있었다. 그런데 '수상한 라트비아인'에 대해서는 정말 아무런 기억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재미가 없다는 느낌만은 확실히 남아있으니(....) 그렇게 메그레 시리즈를 첫 권에서 포기했고, 기억에서 지웠다.
. 사실 메그레 시리즈처럼 평가가 극과 극으로 나뉘는 추리소설도 드물 것이다. 홉스봄은 '극단의 시대'에서 "탐정소설을 진정한 문학으로 전환시킨 유일한 작가"라고 하기도 했고, 카뮈나 헤밍웨이 같은 소설가들 역시 심농을 극찬했다고 하는데, 정작 국내에서는 열린책들 같은 대형출판사가 작심하고 뛰어들었음에도 거의 반응이 없었다. 대형출판사의 뚝심을 발휘해 19권까지 나왔지만 중단되었고, 다시 출판이 재개되어 이번 미스테리아에서 소개되었지만 결국 또다시 중단되었다.
. 그래서 이번 미스테리아의 소개글에서도 마냥 이 소설에 대해 재미있다고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해서 좋다'는 식으로 호평을 해주기는 하지만 그 '~하지만' 부분이 추리소설의 리뷰로는 너무 치명적이다. 매력적인 사건도, 트릭도, 사회나 인간에 대한 통찰도, 하다못해 맛있는 음식이야기조차도 없다는 글은 돈을 받고 이 책을 소개해야 할 책임을 진 이의 난감함을(^^;) 그대로 드러낸다. 더구나 '~해서 좋다'고 해야 할 부분은 아름답고 문학적인 문장으로 공들여 쓰여져 있긴 하지만, 음식점 리뷰의 '식감이 좋다', '재미있는 맛이다'라는 표현으로만 느껴진다. 워낙 이런저런 책을 두서없이 읽고 있으니 언젠가는 메그레 시리즈에 다시 한 번 도전해볼지도 모르겠지만, 아직은 아니다. 그보다는 13.67을 한 번 더 읽는 쪽이 훨씬 빠르지 않을까. :)
"대부분의 홍콩 사람에게 1997년 6월 6일은 평온하고 별일 없는 하루였다." 반면 형사 관전둬에게는 특별한 하루였다. 32년간 몸담았던 경찰서에서의 마지막 날이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사실, 그날은 다른 사람에게도 평범하지 않았다. '13.67'은 그 이유를 655페이지에 걸쳐 설명하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