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것의 역사 - 빌 브라이슨(까치) ●●●●●●●●●○
원형 덩어리가 그 이상의 특별한 일을 했다.
스스로 갈라져서 후손을 만들어낸 것이다.
맛이나 냄새도 없고, 성질도 심하게 변해서 온화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치명적이기도 한 "산화 이수소"가 지배하는 세상에 적응해서 살려고 애쓰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산화 이수소는 경우에 따라서 당신을 익혀버리기도 하고, 얼려버리기도 한다. 유기 분자와 함께 섞여 있으면, 아주 고약한 탄산 거품을 만들어서 나뭇잎을 떨어뜨리기도 하고, 동상의 표면을 손상시키기도 한다. 엄청난 양이 한꺼번에 밀어닥치면 인간이 만든 어떤 건물도 견뎌내지 못한다. 그 물질과 함께 사는 데에 익숙한 사람에게도 때로는 살인적인 물질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그것을 물이라고 부른다.
- p. 285. 망망대해
. 추리소설과 역사에서 벗어나 좀 다양한 책을 읽어보자고 생각했을 때 가장 걸림돌이 되었던 건, 전형적인 큰문자 'ㅁ'의 문과인 내게는 수학과학 분야의 허들이 너무 높았다는 것이다. 그동안 접했던 교양서들을 생각해보면 '엘러건트 유니버스'는 물론 '시간의 역사'도 어려웠고, '파인만 씨 농담도 잘하시네요'를 읽고 용기를 얻어(생각해보면 그 책은 수학과학책이 아니라 에세이집이었는데!) '파인만의 여섯가지 물리 이야기'에 손을 뻗어봤다가 1장도 못읽고 중고서점으로 직행시켰던 기억도 떠오른다. 대체 이 책에다 "이야기"라는 제목을 붙여서 책을 냈던 사람은 양심이라는 게 없었던 걸까(....)
. 결국 내가 읽을 수 있는 과학책은 지금은 구하기도 어려운 학습만화들(간신히 구하긴 했다^^;)과 초등학생들이나 읽을 앗! 시리즈 정도다. 요즘은 조기교육 덕택에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어도 이런 책들은 진작 졸업할테니, 내 이과쪽 지식은 초등학교 졸업생만도 못한 심각한 지식불균형 상태인 것. 여기에 과학보다는 인문학에 가까운 생물, 심리학 몇 권 정도일테고.
. 그런 점에서, 500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은 일단 '읽을 수 있다'는 게 최고의 장점이었다. 과학적 사실만큼이나 여담이 많고, 여담 중 대부분은 누구나 재미있어할만한 과학자들의 인생스토리와 험담(....)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과학 부분은 여행작가인 저자가 어떻게든 이해한 수준에서 저자의 언어로 설명되어 있다. 빌 브라이슨은 절대 자신이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무턱대고 그냥 읊지 않는데, 그걸 확실히 알 수 있는 게 종합적인 과학사 책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물리나 화학에 비해 생물의 비중이 말도 안되게 높다. 이유는 간단하다. 물리가 더 어려우니까. :)
지난 4,500만 년 사이에, 섬이었던 인도가 3,000킬로미터나 밀려올라가 아시아에 붙게 되면서 히말라야 산맥이 솟아오르고, 광활한 티벳 고원이 만들어졌다. 가설에 따르면, 높은 지형은 더 서늘할 뿐만 바람이 북아메리카를 향해 북쪽으로 불게 만들어서 장기적인 냉각현상이 더 쉽게 일어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 후에 대략 500만 년 전부터 파나마가 바다 밑에서 솟아오르면서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 사이의 틈을 가로막으면서, 태평양과 대서양 사이에 난류의 흐름을 차단해서 적어도 전 세계의 절반에 해당하는 지역에서 강우양식이 바뀌게 되었다. 그렇게 나타난 결과 중의 하나가 아프리카의 건조화였다. 결국 유인원들은 나무에서 내려와서 새로 나타나는 사바나에서 적응해서 살아가는 새로운 생활양식을 가지게 되었다.
- p. 447. 빙하의 시대
.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절대 이런 책을 쓸 수 없을 것이다. 글솜씨의 문제도 있겠지만, 좀 더 근원적으로 그들은 일반인들이 어디까지 이해를 하고 어디부터 이해를 못하는지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본인들은 당연히 다 이해하고 있는데다, 어찌됐든 대학에서 만나는 학생들 역시 (그들 수준에서) 쉽게 얘기하면 이해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시중에 나온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다'는 과학책들을 보면, 몇 가지 미끼 같은 가벼운 상식 이야기로 시작했다가 어느 순간 예고도 없이 갑자기 전문적인 분야로 휙 넘어가버린다. 당연히 남는 건 앞부분의 가벼운 상식들 뿐이다. 그런 점에서, 끝까지 읽을 수 있는 이 책은 매우 드물고 귀한 책이다.
E=mc²라는 그의 유명한 방정식은 그 논문이 아니라 몇 달 후에 발표된 짤막한 보충자료에 들어 있었다. 학교에서 배운 것처럼 이 식에서 E는 에너지를 나타내고, m은 질량, c²은 빛의 속도를 제곱한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이 식은 질량과 에너지가 동등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질량과 에너지는 존재의 두 가지 형식으로, 에너지는 물질을 해방시켜 주고, 물질은 준비된 상태로 기다리는 에너지라는 뜻이다. 빛의 속도를 제곱한 c²는 엄청나게 크기 때문에 이 식에 따르면 물질에 갇혀 있는 에너지의 양은 그야말로 엄청나다.
- p. 135. 아인슈타인의 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