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초기작에서의 온다 리쿠는, 문장은 뛰어나지만 글의 완성도가 높은 작가는 아니었다. 평이하고 호흡이 짧으면서 묘하게 담담한 문체는 인상적이었고 이를 가지고 그려내는 장면 하나하나는 아름다웠지만, 막상 그 장면들을 하나의 글로 엮었을 때는 여기저기서 곁가지가 삐져나오기도 하고, 장면 간의 연결고리가 턱없이 부족하기도 해서 정작 글 자체는 삐걱대는 느낌이었다. 신나게 이야기를 벌려놓고 '이건 판타지에요' 하면서 빠져나가려는 경우도 많았고. 데뷔작인 이 소설 역시 전체 줄거리는 살짝 어눌하고 여기저기 작가가 무리하게 욕심으로 붙인 군살들이 눈에 띄고, 결말 역시 '이게 된다고?' 싶은 선에서 끝난다. 그러다보니 군데군데 등장하는 비현실적인 장면 역시 분위기를 돋우기보다는 뭔가 해결할 방법이 없으니 억지로 끌어왔다는 느낌이 들고. 그런데도 이 책이 마음에 남는 이유는, 온다 리쿠가 가진 '이미지의 힘' 때문이다.
. 3년에 한 번씩 일어나는 사요코 전설(?)을 이어간다는 학교에, 아름답고 뛰어나며 어딘지모르게 묘한 분위기를 가진 진짜 사요코가 전학을 오는데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평범하고 즐거운 일상과 사요코 전설과 전학생 사요코를 둘러싼 비현실적인 일들이 번갈아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고조되다가 결국은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모두는 학창시절을 거쳐 한 단계 성장한다.... 정도의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는다. 작가가 처음부터 벌여놓았던 알 수 없는 비현실적인 분위기들도 그저 '손님'이, '소녀'가 '평범한 좋은 친구'로 마을에 받아들여지면서 힘을 잃게 된다는 선에서 어영부영 묻혀버리고. 그러면서도 마지막에는 또 비현실을 끼워넣어서 뒷맛을 남기려고 드니, 이건 안이하다고 해야 할 지, 심보가 고약하다고 해야 할 지. :)
. "이따금 이대로 영원히 자신의 내면에 각인되어버리는 게 아닌가 싶은 장면들이 있다." 그럼에도 온다 리쿠의 문장은 약간 낯뜨겁지만 섬뜩하게 마음을 찔러온다. 그녀는 누구나 하나 둘 정도는 가지고 있을 마음의 아련한 부분을 찾아내어 읽는 이들에게 정면으로 들이민다. '민망하다고, 오그라든다고 고개 돌리지 말고 잘 봐. 너에게는 분명 너 스스로가 가장 깊은 곳에서부터 정말 행복하다고 느끼던 순간들이 있었어. 이게 바로 그 순간이야.' 라고 말하는 짤막짤막한 이미지들. 그런 장면들이 아직은 서툴렀던 온다 리쿠의 가장 큰 힘이 되었고 - 그 모습에서 공감을 느끼는 독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한 것이다.
후기 보충수업이 시작되면서 네 명의 친구는 매일 차를 마시며 두서도 없는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였다. 어릴 때의 추억, 학교에 나도는 소문, 자주 본 텔레비전 프로그램. 그런 이야기가 왜 그렇게 재미있는지 모르겠지만 전혀 싫증이 나지 않았다. 네 명은 서로 질새라 떠들어대다가 별것도 아닌 농담에 배를 잡고 웃어댔다. 잠시라도 이야기가 끊어질까봐 두렵다는 듯, 마치 이 여름에 이야기를 해두지 않으면 평생 기회가 없다는 듯이 매일 서로의 모습을 찾아 모여들었다.
'우리는 왜 이렇게 필사적이지?'
유키오는 짜릿한 초조감을 느끼는 동시에 이 상태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넷이서 지내는 여름은 퍼펙트라는 단어가 어울릴 것 같은 느낌이었다. 물론 마사코와 일대일로 만나 사귀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그보다 넷이서 함께 보내는 시간이 뭔가 특별하고 중요한 일인 것 같았다. 그리고 이렇게 넷이서 보낼 수 있는 최고의 시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도 그는 마음 한구석으로 알고 있었다. 설사 네 명이 대학생이 되어 다시 만난다 해도 두 번 다시 이런 일체감, 네 명이 있어야 할 장소에 있다는 편안함, 세상 질서의 일부가 된 듯한 충족감을 맛볼 수는 없을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