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 신부의 낭패'라 읽고 싶은 귀여운 추리소설

아 아이이치로의 낭패 - 아와사카 쓰마오(시공사) ●●●●●●●◐○○

by 눈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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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룹 사람들은 처음에 1이 나왔으니 두 번째는 1이 또 나올리 없다고 생각한답니다. 오늘 비가 좍좍 쏟아지고 있으니까 내일은 안 올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죠."

"지극히 보통 사람의 사고방식 아닌가."

서장이 말했다.

"서장님 덕분에 이야기하기가 쉬워졌군요. 자, 여기에 세 번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고, 게다가 신앙에 가까울 정도로 그 생각에 강하게 행동을 지배받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은 더욱이 자기에게 어떤 위해가 가해질 것이다, 또는 자기가 어떤 재해를 당할 것이다, 하는 강박관념에 늘 사로잡혀 있습니다. 지진을 예로 들어볼까요. 지진이 일어나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사람은 어디에 살면 좋을까요?


- DL 2호기 사건.



. 첫 단편을 읽자마자 여기 또 하나의 체스터튼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멀끔하고 풍채 좋은 외모는 브라운 신부와 정반대지만, 멍해보이는 표정과 어벙한 말투, 절망적인 운동신경을 가진 주인공, 잔인하고 악하다기보다는 어딘가 우스꽝스러운 사건들, 작품 전반에 흐르는 코믹스러운 분위기와 인간의 본성을 토대로 하는 트릭까지. 거기다 첫 등장에선 무려 주인공이 박쥐우산을(!!) 들고 등장하기도 한다. 이 정도면 아예 '브라운 신부의 낭패'라는 제목을 달고 나와도 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


. 여덟 편의 짤막한 단편으로 구성된 이 소설은 '아 아이이치로'라는 괴상한 이름을 지닌 카메라맨이 나와서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이다. 거창한 장치나 시간을 초단위로 재는 알리바이는 없지만 읽는 사람들이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하고 넘어갈만한 부분만 정확하게 찔러내 한 번 꼬아내고 있는데, 물론 아 아이이치로는 당연한 부분을 절대로 간과하지 않을 정도의 주의력과 이를 뒤집어 생각할 수 있는 통찰력을 가진 인물이다.


. 첫 단편인 'DL 2호기 사건'은 이 소설의 특징을 가장 잘 대표하는 이야기이다. 얼마 전에 지진이 발생한 지역에 폭파 예고를 받은 비행기가 거의 불시착에 가깝게 착륙하고, 비행기에서는 몇 걸음에 한 번씩은 휘청거리는 이상한 남자가 폭파 예고를 받고 공항에 기다리고 있던 형사에게 진상을 부리고 가버린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살인사건이 일어날 거라며 히스테릭하게 경찰에 계속 전화를 걸어대고, 질릴대로 질린 경찰은 이를 무시해버리려다가 그래도 그 남자가 사고를 내고 실직한 운전수를 채용해줬다는 얘기를 듣고 마음이 누그러져 집에 찾아가보기로 한다. 설명조차 쉽지 않은(^^;) 종잡을 수 없는 이야기지만 아 아이이치로는 단번에 앞으로 발생할 일을 예측해낸다. 말만 들어서는 거의 독심술에 예언자 수준이지만, 그가 가진 건 오직 통찰력과 일관된 논리일 뿐이다. 'G선상의 족제비'도 이런 류의 단편이고, 이외에도 '손바닥 위의 황금가면'이나 '비뚤어진 방'처럼 당연하다고 생각할만한 부분을 살짝 비틀어내는 단편도 눈에 띈다.


. 추리 이외에도 이 작품에는 웃을거리가 많다는 게 특징이다. 일단 '아 아이이치로의 OO'라는 시리즈 제목부터가 서점이나 기사에서 아이우에오 순으로 배열했을 때 제일 앞머리에 실릴 수 있게 만들었다는 이유인데다(지금은 거의 잊혀진 드라마지만, 이걸 본따 이름을 붙인 '아아탐정사무소'라는 일본드라마도 있었다^^;) 주인공인 아 아이이치로 뿐만 아니라 등장하는 형사들도 사건 현장에 출동해서는 목격자가 가지고 있던 비싼 술을 사양않고 염치없이 마셔버린다거나, 총을 쏴서 상대방이 들고 있던 총의 총구를(?) 총알로 막아버린다거나(!!) 하는 제각각의 개성을 지니고 있다. '검은 안개'처럼 아예 대놓고 코믹스러운 대소동을 연출하기도 하고, '비뚤어진 방'의 한심스러운 아파트 단지에 대한 너무나도 생생한 묘사도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궁금한 건, "얼굴이 세모꼴인 노부인"은 과연 몇 사람인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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