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거나 쓰고 또 쓰는 방법밖에 없나보다

작가의 수지 - 모리 히로시(북스피어) ●●●●●●○○○○

by 눈시울


'어떻게 쓸까'가 아니라, '어쨌든 쓴다'는 것이 중요하다.




성공은 컴퓨터처럼 완벽한 논리에 기초한 계산으로 산출되는 것이 아니며, 사람들이 찾는 '재능'이라는 말도 그런 자기모순의 추진력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소설가가 되려면 이렇게 하세요, 저렇게 하세요, 라는 기존의 노하우에 미혹돼서는 안된다. 여하튼 자기 작품을 쓰면 된다. 기법이야 아무렴 상관없다. '어떻게 쓸까'가 아니라 '어쨌든 쓴다'는 것이 중요하다.


- p. 201.



. 장르소설가들이 쓴 '뜻밖의' 반가운 에세이를 소개한다는 북스피어의 '박람강기 프로젝트' 중 S&M 시리즈의 저자인 모리 히로시가 쓴 책. 모리 히로시라면 우리나라에선 '모든 것이 F가 된다'로 가장 잘 알려져 있고, 아야노 고와 타케이 에미가 나온 드라마로도 어느정도 알려져 있다. 거기에 국내에 소개될 때부터 공학박사이자 교수(정확히 말하면 조교수)라는 이력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다양한 직업군이 있는 추리소설계에서도 공학박사이자 교수라는 직업은 정말 드문데다가 작가 역시도 뼛속까지 이과형이기 때문에 특이한 괴짜에 속하는 작가다.


. 그런 모리 히로시이기에 이번 작품 역시도 평범하지는 않다. 무엇보다도 에세이라기보다는 레포트에 가까운 글이고, 단언하는데 작가 스스로도 레포트라고 생각하고 썼을 것이다(....) 그 주제는 바로 돈. 작가는 과연 얼마를 버는지, 그것도 단순히 총계만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글을 써서 버는 돈은 얼마이고 그 외에 부가수입으로 들어오는 돈은 얼마인지, 한 편의 작품을 쓰는데는 얼마의 시간이 소모되니까 시급으로 환산하면 얼마인지 등등. 물론 레포트니만큼 결론도 있다. "그래서 과연 소설가는 할만한 직업인지."


. 소설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트릭은 어떻게 만들고 글은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가는 많고, 글쓰기와 관련없는 신변잡기에 능한 작가도 많지만, 이렇게 돈에 대해서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쓰는 작가는 정말 드물 것이다. 더구나 가난하다면 모를까(예전에 셋집을 옮기는 과정을 그대로 옮겨낸 중편도 있었다) 수입이 많은 작가라면 보통 자랑하는 거냐고 삐딱하게 받아들이는 게 보통일테니까. 어지간한 모리 히로시도 그 부분은 걱정이 되었는지, 아예 서문부터 이 글은 자랑이 아니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써낸 글이라고 주절주절 덧붙이기도 한다(....)




가령 시험에서 100점을 받았다면, "나, 시험에서 100점 받았어"라고 말한다. 이것은 자랑질이 아니다. 그냥 객관적인 보고일 뿐. (중략) "나, 100점 받았어" 라는 말뿐이라면 자랑질이 아니지만, 뒤미처 "대단하지?" 라고 덧붙이면 자랑질이 되고 만다. 객관적 사실보다 자신의 만족감을 전하고 호응을 끌어내려고 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다지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라고 본다. 100점을 받은 것이 자신에게 얼마나 엄청난 일인지, 예사로운 일인지, 혹은 한심한 일인지 하는 감상은 사실과 분리해야 한다.


- p. 13.




. 그렇게 흔히 말하는 밑밥(....)을 깐 후, 모리 히로시는 초판본과 재판본, 문고본과 하드커버의 인세는 물론, 강연로, 대담, 인터뷰, 추천사, 미디어믹스 로열티에 피규어 상품, 개인 블로그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그가 받았던 다양한 수입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뿐만 아니라 업무상 지출(인건비와 교통비 등등)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데, 굳이 여기서 그 내역에 대해 일일이 이야기할 필요는 없겠지만, 아무튼 정말 많이 벌긴 한다. 어딘가에서 '일본에선 일단 딱 한 작품만 중박(대박도 아니었다)치면 소설가만큼 좋은 직업이 없다'라는 얘기를 읽었는데, 농담이 아니라 정말이었나보다.

. 거기다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긴 했지만 그의 말에 따르면 '모든 것이 F가 된다'의 경우 집필 시간은 30시간이며 교정 작업을 포함하면 총 60시간이 걸렸다고 하는데, 물론 그 자신이 직접 펜을 들고 했던 순수 작업시간만을 계산한 거라지만 그렇더라도 이게 가능하긴 한건가(....) 이 부분을 처음 읽었을 때는 분명히 편집이나 번역 과정에서 0을 한 개, 혹은 두 개 누락시킨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어지는 내용을 보면 머리속에 영화처럼 화면이 지나가고, 자신은 그걸 있는 그대로 써내려갈 뿐이라고 얘기하고 있으니 아무래도 사실인 것 같다. 하긴 교고쿠 나츠히코만 해도 갑자기 뭐 좀 써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우부메의 여름을 며칠만에 써서 출판사에 가져다주고, 심지어 출판사에서 다른 작품은 없냐고 하니까 '지금은 곤란하다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해놓고선 며칠만에 망량의 상자를 써서 가져왔다고 하니까. 이영도만 해도 하이텔 연재할 때보면 연재속도가 어마어마했던 기억이 나고. 웹소설 작가들 역시도 매일매일 쓰는 게 필수라고들 하니, 장르문학 쪽에서는 이게 일반적인 것인지도 모르겠다. :)


. 그렇더라도 자기자랑으로 시작해서 자기자랑으로 끝나는 글이라면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이유가 없다. 모리 히로시는 그렇게 소설을 쓴다는 건 수입도 괜찮고 일의 내용으로 봐도 장점이 있는 직업이라고 얘기한 후 단 하나만을 제시한다. '쓰고 또 쓰라는 것.' 전략이나 기법 같은 것에 얽매이지 말고, 노하우 같은 것에 미혹되지도 말고, 반응에 신경쓰지도 말고, 창작이라는 것을 다른 직업과 동떨어진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말고, 딱히 필요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도 말고, 그저 많은 사람들이 아침에 출근해 하루종일 일하고 저녁에 퇴근하는 것처럼 소설 역시도 직업이라고 생각하고 그들이 일하듯 쓰고 또 쓰라는 것이다. 나도 그렇지만 직장을 가진 이들은 슬럼프건 뭐건 출근시간이 되면 출근하고 일하는 시간에 일하고 퇴근시간이 되면 퇴근한다. 창작이라고 해서 이와 다를 게 없고, 달라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 모리 히로시가 생각하기에 재능이 없으면 '긴 시간을 두고 착상이 떠오를 때까지 오로지 기다리면' 글이 나오기 마련이고, 어쨌든 시간을 들여 꾸준히 쓰면 결과는 나오게 되어있다는 것이다. 과연 정말 그럴까 싶은 생각도 들긴 하지만, 그게 글쓰기 책이든 소설이든 NS든 지금까지 들었던 어떤 글쓰기에 대한 글보다도 솔깃했던 건 사실이다. 안써진다고 생각하기 전에 어떻게든 쓰는 게 먼저고, 쓰는 방법을 알게 되는 건 그 다음이 아닐까. 그러기 위해선, 어찌됐든 일단은 이 리뷰를 마무리짓고, 또 다음 리뷰를 쓰고, 그러다 얼추 분량이 모이면 한데 묶고, 또 다음 리뷰를 쓰면서 계속 이어져나가게 하는 방법밖엔 없겠지. :)




일단 투고했으면 반응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등의 한가로운 짓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 인터넷에 공개한 경우라도 반응 같은 걸 기다릴 필요가 없다. 그보다는 즉시 다음 작품을 집필해야 한다. 그것이 발표작에 대한 최선의 지원 사격이기도 하다.


- p. 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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