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 신부의 지혜, 브라운 신부의 비밀, 천사들의 탐정 外
<추리소설>
1.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 - 미야베 미유키(북스피어), ●●●●◐○○○○○
- 미시마야 변조괴담을 쓰기 전 미야베 미유키가 처음으로 시도했던 에도시대 괴담집.
구구절절한 이야기가 흐르고 나면 '에코인의 모시치'가 사건을 잠깐 해결하고, 가끔은 묘한 후일담이 남기도 한다.
사건을 풀어나가긴 하지만, 사건 해결보다는 사건과 관련된 이들의 사연과 얽히고 맺힌 마음의 이야기다.
2. 백광 - 렌조 미키히코(모모), ●●●●◐○○○○○
- 한 아이의 죽음을 두고 뒤틀려진 가족들이 사건을 이야기하며 퍼즐을 맞추어 가는 이야기인데,
묵직한 문장에 비해 내용은 너무 평이하고 통속적이다. '회귀천 정사'를 읽으며 작가의 문장에 감탄했었는데,
문장은 여전히 아름답지만 그 아름다운 문장을 가지고 계속 이런 류의 소설만 나오는 건 안타깝다.
3. 천사들의 탐정 - 하라 료(비채), ●●●●●●○○○○
- 아무래도 DJ 납치사건이 슬쩍 언급되는 '자식을 잃은 남자'가 관심이 갈 수밖에 없지만, 가장 좋았던 건 역시
첫 번째 단편인 '소년이 본 남자'다. 우연히 살인계획을 듣고 모르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 저금통을 탈탈 털어서
찾아온 소년에게 고용된 사와자키. 귀여운 시작과 씁쓸한 진상. 이렇게 간명한 이야기도 쓸 수 있는 작가였구나.
4. 흔들리는 바위 - 미야베 미유키(북스피어), ●●●●●◐○○○○
- 과거에 일어났던 사건의 전말이나 초자연적인 것을 볼 수 있는 오하쓰와, 심약하지만 총명한 우쿄노스케가
백 년 전 추신구라 시대와 연관된 괴이한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 초자연적인 것을 볼 수 있는 처녀와 산학 덕후인
청년의 조합이 매력적이었는데, 정작 작가에겐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는지 어영부영 시리즈가 끝난 게 아쉽다.
5. 잿빛극장 - 온다 리쿠(망고), ●●●●●●○○○○
- 신문에 짧게 다뤄진 채 과거에 묻혀버린 수십년 전의 자살사건을 '작가의 방식'으로 조사해가는 '나'의 이야기.
글을 쓰고, 무대를 재현하고, 사건과 관련된 현실과 상상,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전개되고, 그 끝에서
나 - 온다 리쿠는 자신만의 답에 도달한다. 그녀의 많은 결말이 그렇듯, 동의할 수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지만.
6. 브라운 신부의 지혜 - G. K. 체스터튼(북하우스), ●●●●●●●◐○○
- 몇몇 걸작은 1권인 '결백'과 비교해도 전혀 뒤쳐지지 않지만, 아무래도 그에 비해 못미치는 단편도 있다보니.
인간의 뒤틀린 심리를 다룬 '존 불노이의 기이한 범죄', '허쉬 박사의 결투'는 전체 시리즈에서도 꼽을 수 있을
명작이고, '글라스 씨는 어디에?', '통로에 있었던 사람' 같은 귀여운 소품들도 추천. :)
7. 괴이 - 미야베 미유키(북스피어), ●●●●●○○○○○
- 다른 시리즈와는 달리 특정한 주인공 없이 에도의 서민가(나가야)에서 일어나는 괴담들로 구성된 단편집.
괴담이라지만 아무래도 미야베 미유키의 단편이니만큼 섬뜩하고 무섭다기보단 짠한 여운을 남기는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추천착은 '아다치 가의 도깨비.'
8. 샤바케 1 - 하타케나카 메구미(손안의책), ●●●●●○○○○○
- 역시 하타케나카 메구미는 단편에 능한 작가다. 속도감이 있고, 경쾌하며, 이야기거리가 될 만한 건을 능숙하게
캐치하고, 읽는 사람의 감정을 만져댈 줄 안다. 세계관을 설명하며 긴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힘은 떨어지지만.
개인적으로는 2-3권을 먼저 읽거나, 아예 드라마를 먼저 보고 1권을 읽길 추천. :)
9. 브라운 신부의 비밀 - G. K. 체스터튼(북하우스), ●●●●●●●◐○○
- 앞선 3권(의심)이 당시에 막 유행하기 시작하던 다른 추리소설들을 어느 정도 참고하려는 모습이 있었다면,
이번 권에선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간결하고 통찰이 돋보이는 사건들을 선보이며 작가가 전달하려는 메시지에
좀 더 집중하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추천작은 '배우와 알리바이', '판사의 거울', '메루 산의 레드문'.
10. 인내상자 - 미야베 미유키(북스피어), ●●●●◐○○○○○
- 250쪽 밖에 안되는 얇은 분량 안에 여덟 편의 단편과 '튼실한' 후기가 있어서인지 이번 책의 단편들은
영 인상이 흐릿하다. 표제작인 '인내상자'와, 몇몇 정경들이 기억에 남는 '스나무라 간척지' 정도를 제외한
나머지 단편들은 전혀라고 해도 좋을만큼 기억이 나질 않는데.... 소개를 찾아보면 되기야 하겠지만, '굳.이.'
<추리잡지>
1. 미스테리아 32호(엘릭시르)
- '크리스티의, 크리스티에 의한, 크리스티를 위한'라는 부제를 붙여야 적합할 듯한 크리스티 여사 '헌정' 특집호.
작품 일람과 그녀의 인생은 물론, '메리 웨스트매콧'으로 쓴 작품, 범죄관, 작품 배경까지 꽉꽉 들어차 있다.
아쉽게도 추천 리스트엔 오르지 못했지만, 내가 크리스티 작품군 중에선 언제나 꼽는 한 권. '복수의 여신'
2. 미스테리아 33호(엘릭시르)
90 가까이 정정하게 살면서 마지막까지 작품을 냈던 존 르 카레에 대한 추모로 시작되었던 미스테리아 33호.
그래서는 아니겠지만 이번 편에는 유독 어둡고 무거운 얘기가 많았는데(단편소설이나, 리뷰들이 그랬다)
정작 기억에 남는 쪽은 제임스 야프의 '엄마는 아리아를 부른다'나 화과자를 다룬 정은지의 밝은 이야기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