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두 사람 - 김영하(문학동네) ●●●●●●●◐○○
"그러니까 개수작이지.
그냥 아무 이유도 없이 타인에게 개수작을 하는 인간들이 있어.
잔잔한 호수만 보면 돌을 던지는 어린애들처럼."
. 일곱편의 각기 다른 이야기 속의 인물들 모두는 뭔가 제대로 꼬였다고 할 법한 상황에 처해있다. 어딘지도 모를 공간에 갇혀버리거나 사장의 아름다운 아내와 불륜을 저지르다(그것도 미국에서!) 죽음의 위협에 처해지는 공상 같은 이야기에서부터, 잘나가는 아버지에게 얽혀 헤어나오지 못한 채 인생을 허비해버린 딸이나 미혼모에게 어중간한 호의를 베풀다 가정에서도 회사에서도 곤욕을 치르는 사장처럼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법한 이야기들에 이르기까지.
. 다 제각각의 이야기라 '아이를 찾습니다' 같은 이야기를 만나 읽는 내내 묵직하니 마음이 눌린 것 같은 느낌을 받다가도 '옥수수와 나'처럼 뜬금없고 거침없는 전개에 웃음이 터지기도 하지만, 결국 그 끝에 가서는 한결같이 이게 아닌데, 대체 왜 이렇게 꼬인걸까 하는 생각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어떤 이야기에서도 그 누구 하나 상황을 풀어낼 수 있는 사람이 없고, 그저 모두들 꼬여버린 채로 살아가야만 하기에.
. 그렇게 계속되는 이야기를 읽다보면 떨떠름함과 섬뜩함이 마음 한 구석을 차지한다. 그래도 지금까지의 나를 돌이켜보면 그렇게 어디 걸릴만한 거 없이 조심하면서 살아온 거 같은데, 그런 나에게도 어느 순간 갑자기 이런 일이 닥쳐올 수 있구나. 내게도 어느 날 갑자기 이런 일들이 일어나면 어떡하지 하는 소시민적이라 할만한 불안과 공포. 거기에 김영하의 평이하고 천연덕스러운 문체는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이 소설 속의 인물들만 겪는 특별한 일이 아니라는 것처럼 읽는 사람의 느슨한 마음을 곧바로 찌르고 들어온다.
. 사실 꽤 오랫동안 한국 '현대'소설이라는 장르는 타이틀만 현대지 정작 나와는 너무 동떨어진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 그다지 집어들지 않았는데, 이 소설은 약간 다른 부분은 있을지언정 어느 정도 '내'가 살아가는 시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구나 싶어 마음이 풀린다. 그만큼 나 역시도 어느 새 작가들이 이야기를 쓴 시점과 비슷한 나이대가 되었고, 그래서 비슷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함께 '아재'가 되어가는 것일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