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뇌없는 완전체 영웅의 일대기, 3부 8권은 너무 길다

시월의 말 - 콜린 맥컬로 (교유서가) ●●●●●◐○○○○

by 눈시울


술라가 육욕의 세계로 돌아가기를 열망한 반면
카이사르는 자기가 죽는 날까지 일할 것임을 알았다.



. 사실 마스터스 오브 로마의 4, 5, 6부는 재미가 없었다. 여전히 로마사에 대한 콜린 맥컬로 여사의 지식은 방대하고, 파르살로스 전투처럼 대강 넘어가버리는 부분도 있긴 했지만 알레시아 공방전을 묘사하는 여사의 필력은 훌륭했다. 무엇보다도 종으로는 권력층에서 서민집단, 횡으로는 로마와 갈리아와 이집트와 히스파니아와 유대에 이르기까지 당시 지중해 시대의 모든 계층과 국적을 망라하는 어디에도 없는 스케일에는 경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만으로도 평균 이상의 이야기는 된다고 생각했지만, 만점이 아깝지 않았던 1, 2부와 비교해보면 이야기는 밋밋하게만 느껴졌다. 젊은 카이사르의 성장기를 느릿느릿하게 다룬 4부야 별다른 사건 자체가 없었다 치더라도, 갈리아 원정과 파르살로스 전투가 나오는 5부, 독재관 취임과 카이사르 암살을 다룬 6부 등 굵직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이 터져나오는 부분 역시도 그랬다.

. 4부부터 시작된 카이사르의 이야기가 거의 끝나가는 6부에 이르러서야 맥컬로 여사는 자신도 모르게 그 답을 제시한다. 물론 그녀 스스로는 술라의 인간적인 약점까지도 극복한 카이사르의 위대함을 강조하고 싶었겠지만, 오히려 그 완벽함이 소설의 재미를 떨어지게 만들었던 것이다. 스스로의 태생적 한계와 예언된 운명에 발목 잡히는 마리우스, 운명을 쟁취했지만 결국 욕망에 자신을 내어주고 만 술라의 투쟁과 고뇌와 비교할 때, 처음부터 운명에 선택받고 자신에 대한 확신으로 가득 찬 카이사르는 역사적 위인으로선 대단할지언정 소설의 주인공으로는 너무나 밋밋했다. 고뇌없는 완전체 영웅의 일대기를 3부작, 여덟 권에 걸쳐서 보고 있었으니 질릴 수 밖에.




두 독재관 모두 유넌기와 청년기를 도시 최악의 빈민가에서 보냈고 빈곤과 범죄, 악과 거친 정의, 로마인 특유의 기질인 운명에의 순응을 보며 자랐다. 그러나 술라가 육욕의 세계로 돌아가기를 열망한 반면 카이사르는 자기가 죽는 날까지 일할 것임을 알았다. 일이 그의 위안이었다. 지적인 생명력을 지닌 그에게는 육체 안에서 충족시켜달라며 울부짖는 강력한 충동이 없었다. 술라는 그 반대였다.

- p. 435.




. 더구나 카이사르 편에 들어와서는 더 이상 매력적인 조연이 없다.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의 초반에 원로원 의장으로서 마리우스의 정적과 협력자 사이를 오가던 스카우루스나, 마리우스의 첫 상대였던 유구르타를 떠올려보면 명암이 뒤얽힌 캐릭터들이 얼마나 매력적이었는지 그리워진다. 좋은 친구의 끝판왕이라 할법한 루푸스와, 율리아와 율릴라 자매, 세르빌리아까지 1-2부가 얼마나 다채롭고 재미있었는지. 그에 비하면 키케로와 카토는 물론, 최후의 적인 폼페이우스마저도 카이사르 앞에선 라이벌은 커녕 상대도 안되는 몇 수 아래에 목소리만 큰 귀찮은 인물들로 그려지니 재미가 없을 수 밖에. 마치 삼국지나 크루세이더 킹즈 같은 전략게임에서 대륙의 패권을 결정하는 결정적인 대전에서 승리를 거두고, 잔당들을 몇 시간째 소탕하고 있는 느낌이랄까.


. 심지어 다음 시리즈의 주인공이 되는 옥타비아누스는 어떤 의미로는 카이사르보다도 더 빈틈없는(!) 인물이고, 안토니우스는 그동안의 경쟁자들 중에서도 가장 형편없는 인물이니.... 이 어마어마한 세계관이 시력을 잃은 채 구술로만 집필해야 했던 말년의 여사에겐 너무 버거운 게 아니었을까 싶고, 시월의 말에서 시리즈를 끝내기로 한 작가의 처음 결단이 옳지 않았나 하는 생각까지 들지만.... 사실 5부를 읽기 전에 이미 7부까지 몽땅 사버렸기 때문에, 어찌됐든 7부도 펼치긴 펼쳐야 한다. 그래서인지 6부를 읽고 나니 7부가 더 두꺼워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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