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 때부터 변비와 장염이 반복되며 늘 배가 아프다는 말을 달고 살았다. 사실 지금도 가끔 그렇다. 나의 큰 소원 중 하나가 '배가 아프지 않으면서 살기'가 있을 정도로 이건 내게 큰 스트레스였다.
이러한 증상은 과민성 대장증후군이라고 불린다. '과민성 대장증후군'이란, 정확한 원인 없이 심리적 긴장감이나 불안감으로 인해 복부 통증, 복부 불편감 등을 동반하는 기능성 장 질환이다.(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이 증상을 없애고 싶었던 나는 심리학을 공부하고 각종 책을 읽으며 생각이 많아졌다. 그래서 나의 오랜 고질병인 '과민성 대장증후군'을 이겨내 보기로 했다. 어쩌면 이겨낸다기보다는 과민성 대장증후군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인다는 말이 더 가까울 것이다.
내가 시도했던 방법은 이렇게 5가지였다.
첫 번째 시도 : 병원 방문 , 질병적 원인 찾기
먼저, 병원을 간다. 스트레스도 지나치면 신체적인 병이 되어 나타난다. 그래서 실제로 내 몸에 병이 생겼을지 모르니 병원에 가서 각종 검사를 받았다. 대장증후군이라고 위 내시경, 대장내시경만 하지 않고 산부인과도 갔다. 결과는 위와 대장은 깨끗하고 건강한 상태. 단지 자궁에 근종이 1개 있지만 크기도 작고 모양도 예뻐서 전혀 위험하지 않다는 결론을 받았다. 이로써 내가 아픈 건 질병적 원인이 아니라 심리적 원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에 맞는 시도들을 해 나아갔다.
두 번째 시도 : 불편한 상황을 받아들이고 조금씩 연습하며 익숙해지기
과민성 대장증후군인 사람들은 불편한 사람들과 오래 있는 것을 꺼려한다. 특히 조용한 곳에서 같이 있는다면 더 끔찍하다. 게다가 나갈 수 없는 밀폐된 조용한 공간이라면 윽!
그렇지만 항상 그런 상황을 피할 수는 없으니, 그런 상황을 조금씩 조금씩 받아들이는 연습을 해 나아갔다. 먼저 중요한 자리가 있다면 3~4일 전부터 인지하고 식습관을 가볍게 가져 몸에 부담이 가지 않게 했다. 특히 야식과 기름진 음식은 먹지 않았다. 배가 부글거릴 수 있는 유제품까지도!
이렇게 준비운동을 해 가며, 그 중요한 날을 머릿속으로 상상하며 잘 해내는 내 모습을 떠올렸다. 그렇게 하니 불안감이 많이 해소됐는지 비교적 마음이 편안했고, 중요한 자리도 잘 마무리지을 수 있었다. 솔직히 아예 긴장이 안되지는 않았지만 미리 준비를 했다는 마음에 조금 안도감이 들었다.
세 번째 시도 : 나의 불편함 공개하기. 무리해서 숨기지 말자!
나의 불편함을 공개하기.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내가 긴장하면 배가 아픈 것을 말하라는 이야기이다. 사실 쉬운 듯 쉽지 않은 이야기인 게 과민성 대장증후군이 아닌 사람은 공감되지 않을 수 있어서 나도 쉽게 말하지 못했다. 그러다 친구, 직장동료(동성) 들에게 말하니 알고 보니 나처럼 과민성 대장증후군인 사람이 많아 놀랐다. 이 증후군은 사실 굉장히 흔하고 누구나 겪어봤던 증상이었던 것이다.
여기서 더 용기를 내서 남자 친구에게도 말해 보았다. 남자 친구는 잔병이 없는 매우 건강한 체질이다. 그래서 내가 아파서 데이트가 미뤄지거나 취소될 때 나는 남자 친구한테 너무 미안했다. 가끔 억지로 아픔을 참고 만난 적도 있었다. 그래도 티가 나는지 남자 친구는 눈치채고 걱정해주었다. 그 이후로 무리해서 숨겨서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게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걸 인정하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러자 남자 친구는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이해해주었다. 그 뒤로 나는 데이트할 때마다 '오늘도 아프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과 부담감이 줄어들었고, 편안하게 만날 수 있었다. '부담'이 되었던 데이트는 내게 '안심'이 되는 날로 바뀌었다.
네 번째 시도 : 긍정적 징크스 만들기
'징크스'는 보통 부정적인 뜻으로 쓰인다. 어떤 현상이 있으면 불길한 일이 벌어진다는 일종의 미신과 비슷하다. 하지만 반대로 그 징크스를 긍정적으로 사용해보았다. 이 방법은 친구에게 추천받은 방법으로 중요한 일에서는 꽤나 도움이 많이 되었다. 긍정적 징크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평소 내가 자주 하는 행동 중에 쉬운 일로 상당히 포괄적으로 정하면 좋다. 그래서 나는 '시계를 차고 가면 그 날 아프지 않고 하는 일이 잘 된다.'라는 긍정적 징크스를 만들었었다. 당시 나는 선물 받은 손목시계를 매일 차고 다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긍정적 징크스는 매일 사용하면 오히려 의지하게 되어서 좋지 않다. 따라서 정말 중요한 날 너무 불안할 때만 사용했고, 점차 그 빈도수를 줄여나갔다.
다섯 번째 시도 : 신체적 원인 , 심리적 원인 둘 다 신경 쓰기
'과민성 대장증후군'은 나의 심리적 불안감이 주된 원인이었지만, 신체적인 원인도 무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식단관리와 운동도 함께 병행했다. 다이어트를 하듯 무리한 식단관리는 아니었고, 빈속에 커피를 마시거나 야식을 먹는 등의 나쁜 습관을 줄여나갔다. 몸이 건강해지면 마음도 건강해진다고 했다. 이렇게 양쪽으로 노력하니 자신감이 생겼다.
현재 '과민성 대장증후군'에 대한 나의 스트레스는 예전보다 많이 줄어들었다. 이 글을 공개하게 된 건 나와 같은 증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어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공감과 도움이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아픔'은 죄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숨겨서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 말자. 나와 같은 아픔과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 나처럼 다양한 시도를 해보며 나에게 맞는 방법들을 찾아가고 조금씩 나아지길 바란다.
편안한 분위기의 사진. 나와 같은 증상을 겪는 사람들이 이 사진처럼 심리적 안정감을 얻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