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빛 Feb 16. 2022

사업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이유

퇴사 후 사업 그 뒷이야기


퇴사 후 사업, 어땠을까?



오늘 공유 오피스 옆 호실에 새로운 사람이 들어왔다. 공유 오피스 특성상 워낙 방음이 안되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그 사람이  퇴사 후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이란 걸 알게 되었다. '퇴사하고 집에서 사업하려니까 너무 집중이 안돼서 오늘부터 공유 오피스 다니려고'. 옆 호실에서 흘러나오는 전화통화 소리를 들으며 예전의 내 모습이 겹쳐져 보였다.


나는 재작년 퇴사를 하고, 다시는 회사에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다짐을 하고 사업에 뛰어들었다. 새롭게 사업을 시작한 건 아니었고, 회사를 하며 작게 부업으로 하고 있던 일에 집중하기 위해 회사를 그만뒀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무모하고 용감했다. 혼자 하는 사업이 아니라, 동업이라서 더 과감했다. 그만큼 더 진취적이었고 도전적이기도 했다. 하지만 분명한 한계가 보였다.






내가 사업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회사에 돌아와서 더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먼저, 잠깐의 성공이 계속되리라는 착각에 빠졌다.

주식도 상승장이 있으면 하락장이 나오는 법. 계절에 따라 시즌제 상품이 반짝 잘 팔리기도 하고 비시즌에는 다시 들어가기도 한다. 내가 팔던 제품은 유행상품이었다. 그래서 초창기에는 꽤나 유행을 잘 타서 흥미를 가지며 구매하는 고객들이 많았다. 가격도 1만 원대로 저렴한 제품이라 가격에 대한 만족도나 제품에 대한 만족도도 높은 편이었다. 하지만 곧 비슷한 상품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고, 그 속도를 따라가기엔 사업에 대한 지식과 노련함이 부족했다. 결국 유행을 타던 1~2년 동안 충분한 판매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다른 여러 상품들 속에 조금씩 가려지기 시작했다.



두 번째 이유는 욕심만 많고 행동이 느렸다. 동업이라 일처리가 2배로 빨라질 것 같았지만, 욕심이 2배로 많아져 일처리가 더 더뎌졌다. 쇼핑몰에서 대기업과는 싸우지 말라는 소리가 있다. 그만큼 대기업은 광고에 돈을 많이 쏟아붓고 빠르게 새로운 제품을 내놓는다. 하지만 나는 동업을 할 때 조금 더 완벽한 제품을 만드려고 연구하고 수정하느라 판매로 이어질 시기를 아깝게 그냥 흘려보냈다. 지금 생각해보면 첫 사업을 어떻게 직접 물건을 제작해서 판매할 생각을 했을까 싶다. 먼저 시장분석을 해서 가능성 있는 제품을 찾아내고 노릴 수 있는 키워드를 잡고, 쇼핑몰 운영에 익숙해지기 위해 시중에 있는 물품을 떼다 팔면서 자리를 잡았어야 했다. 그 뒤에 마진을 높일 수 있는 자체 제작 상품을 추가하면 더 안전하게 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에 비해 직접 제품을 기획하고 제작하고 판매하는 건 굉장히 더디다. 솔직히 초반에 생각보다 잘 된 것도 운이 좋았다. 멋모르고 시작한 사업이었지만, 제품의 퀄리티가 좋게 잘 나왔고 기초적인 마케팅에 돈을 쏟진 않았지만, 소수의 블로거와 유튜브 덕분에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이었다면 분명 다르게 시작했을 것이다. 0원 무자본 사업, 소자본 사업이라는 말은 믿지 않는다. 스마트 스토어만 개설해도 비상주 사무실이나 공유 오피스에 대한 비용이 들고, 통신판매업 등 각종 서류에 대한 비용이 청구된다. 그리고 가장 큰 비용은 '마케팅'이 차지할 것이다. 



내가 사업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세 번째 이유는 '돈을 아껴서'이다.

어쩌면 가장 큰 이유였다. 동업이라서 자본금도 2배가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자본금에 대한 결정권자가 2명이 되어버리니 쉽게 돈을 쓸 수 없었다. 퇴사를 한 2명의 자본금은 많지 않았고, 일정한 수익을 책임져줄 월급 없이 사업을 하다 보니 최대한 가성비 있게 돈을 들이지 않고 성공하길 바랬다. 그때는 너무 이상적이었다.


퇴사를 하지 않고 회사에 다니며 월급을 받고 퇴근을 하고 저녁부터 새벽까지 부업으로 사업을 운영했을 때, 그때가 더 이성적이었고 더 많은 자본을 투자했었고 더 많은 시간을 쏟아냈다.



너무 많은 시간은 여유가 아닌 안일함을 가져다주었다. 그래서 사업을 정리하고 동업을 그만두고 다시 회사로 돌아왔다. 하지만 N 잡러의 꿈을 포기한 것은 아니기에 계속해서 배우고 습득하고 도전하는 중이다. 단순한 쇼핑몰 사업이나 오프라인 사업이 아닌 진짜 N 잡러로서의 길로. 그 길로 가는 중에 이리저리 부딪치며 겪은 일들은 하나같이 다 연결되어 이어지고 있었다. 그래서 폐업을 했던 일도 내겐 하나의 이정표가 되었다.


 





사진출처 : unsplash







이전 02화 모든 사람들이 그럴 수 있고, 그럴 때가 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