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빛 Feb 15. 2022

모든 사람들이 그럴 수 있고, 그럴 때가 있다.

무기력, 우울을 이긴 억울함



작년, 폐업을 결정하고 극심한 무기력과 우울 속에 허덕이고 있을 때 문득 '나는 왜 이럴까, 나만 이러는 건가?' 하고 인터넷에 나와 같은 사람이 있는지 찾아봤다. 찾아봤더니 생각보다 많은 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중에 가장 눈에 띄는 글의 내용은 '죽고 싶은데 아프게 죽긴 싫다'는 글과 '너무 무기력해서 집 안에서만 시간을 보내서 어떻게 해야 되는지 모르겠다'는 글이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나는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들어주고 스스로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상담사로 일했었다. 하지만 한 번 흔들리기 시작한 마음에 여러 안 좋은 상황이 겹겹이 쌓이자 그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뭉개져 버렸다. 그래서 그 사람들이 쓴 글대로 나도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았고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밖에 나가기 위해 가지는 작은 의지조차 생기지 않아 무기력하게 누워 핸드폰으로 타자를 칠 뿐이었다.



'나는 왜 이럴까, 나만 이러는 건가?'

아니다. 모든 사람들이 그럴 수 있고, 그럴 때가 있다. 나 역시 내가 살면서 가장 우울하고 무기력했던 시기를 작년에 보냈었고, 그 시기를 잘 보냈기에 지금 새로운 환경에서 더 좋은 대우를 받으면서 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내가 그렇다고 해서 '나' 자체를 단정 짓지 말자. 상황에 따라 누구든 흔들리고 무너질 때가 있다. 그런 경험은 누구나 겪는 굉장히 흔한 일이므로 그럴 때마다 나를 자책하거나 포기하지 말자.






한 번은 그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연예인들은 돈도 많은데 뭐가 힘들다고 그랬대?'

또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에이, 너는 그래도 나보단 낫잖아.'



무기력과 우울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흔한 감정인데, 그 흔한 감정조차 다른 사람의 눈치를 봐가며 편하게 못 누려야 하 걸까.


누구나 마음껏 무기력하고 우울해해도 된다. 어쩌면 나는 이 무기력감을 충분히 몇 달 동안 누렸기에 떨쳐낼 수 있었으리라. 그리고 무기력과 우울을 이겨낸 가장 큰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누군가의 위로나 응원이 아닌 억울함이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많았다. 그걸 알면서도 뭘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눈을 가리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자신감 없는 태도로 귀를 막았다. 그러니 아무것도 보지도 듣지도 못한 체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겠지. 하지만 나를 깨워 준 이 억울함은 나를 세상에 나오게 도와줬다. 그렇게 집에서만 움츠리던 나는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산책을 하고 전철을 타고 사람들을 만났다. 내가 집 안에서 움츠리던 동안 세상은 참 열심히도 돌아가고 있었다. 나는 자연스레 그 흐름에 한 발만 내딛으면 되는 거였다. 그래서 자소서를 고치고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다. 보잘것없다고 느꼈던 지난 내 경험과 경력은 누군가의 눈길을 끌었고, 누군가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물론 실패한 경험도 있었기에 그 한계점에 대해서도 적었다. 하지만 그 실패조차도 하나의 소중한 배움이 되었고 결국 나를 다시 움직이게 해 주었다.


지금 무기력하고 우울한 건 지극히 평험한 일이기에, 지금의 나를 그대로 단정 짓고 끝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 역시 그랬기에 또 다른 '나'에게 이 마음이 잘 전달되기를 바란다.














이전 01화 2022년 1월, 시간이 흐르는 게 두렵지 않아 졌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