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는 '복수의', '다중의'의 의미를 갖는 접두어로, 영어의 접두어인 'multi-' (많은, 여러, 다중의, 복수의, 다양한, 곱절의)에서 유래되었다.(출처:위키백과)
'멀티'는 일상생활 중에 굉장히 많이 쓰이는데 '멀티 플레이어', '멀티채널', '멀티스크린' 등의 단어를 혼합하여 사용하거나, 요리를 하면서 전화를 하면 '나 멀티가 안돼서 잠깐만 요리 끝나고 다시 전화할게!' 등의 상황에서 쓰이고는 한다.
'멀티'가 잘 안되거나 그렇게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하는 걸 싫어하는 사람들은 대개 '이도 저도 아니게 돼서 하나에 집중하고 싶다.' 혹은 '정신이 없어서 중요한 일을 놓치고 누락시킬 것 같다.'라고 했다. 물론 나도 그 말에 동의했다. 나는 '멀티'를 좋아하지만, 가끔 '멀티'로 혼동에 빠진 적도 많으니 말이다. 하지만 다양한 일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한꺼번에 처리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다양한 일을 한꺼번에 진행하는 '멀티를 잘하기 위한 방법'을 간단히 정리해 보았다. 이 방법들은 내가 직접 경험하면서 겪은 이야기이기 때문에 개인차가 있을 수 있다.
첫 번째 방법, '어려운 일'과 '쉬운 일'을 섞어서 일의 궁합을 맞춰 보았다.
'일'에도 서로 궁합이 있다. 예를 들어, 머리를 많이 써야 하는 '공부'와 내용을 집중해서 들어야 하는 '라디오 듣기'는 동시에 한다면 둘 다 집중하기 어렵다. 하지만 아무 생각 없이 가볍게 실내 자전거를 타면서 드라마 시청하기 , 실내 자전거 타면서 어렵지 않은 책 읽기( 공부하기 위한 책보다는 소설이나 에세이 정도가 좋았다)는 서로 궁합이 잘 맞았다. 또 '오디오북'을 들으면서 '집안일 하기'도 궁합이 잘 맞았다. 이렇듯 굳이 어렵고 중요한 일 2가지를 한꺼번에 하기보다는 일상적인 일을 가볍게 끼워 넣는 것이 좋았다. 그리고 가벼운 일들도 쌓이고 쌓이면 노동시간이 꽤 된다. 그래서 나는 가벼운 집안일과 간단한 운동 등을 '멀티'로 해결해 그만큼 시간을 더 아낄 수 있었다. 시간을 아낀 만큼 집중이 필요한 중요한 일에 더 투자할 수 있었고 일의 효율성과 성취감도 높아졌다.
두 번째 방법, 다양한 일들을 철저하게 분리시켜 정리해 보았다.
일명 '생각주머니' 방법으로 내가 해야 할 일들을 철저하게 분리시켜 보았다. 처음에는 생각나는 일들을 볼펜으로 끄적이며 마구잡이로 적었고, 그다음 관련된 일들끼리 분류해 각 생각주머니에 넣어 묶어두었다. 그리고 그중에 해야 할 일을 때로는 중요한 순서부터 때로는 쉬운 순서부터 하나씩 주머니를 열어 진행했다. 이때 주의했던 점은 A주머니를 열어 관련 일들을 진행할 때는 다른 생각주머니는 묶어두고 떠올리지 않았다. 그리고 일이 끝나면 하나씩 생각주머니를 없애버렸다. 컴퓨터로 보면 '파일 정리'라고 할 수 있다. 마구잡이로 파일이 퍼져있으면 정신이 없고 누락시키는 경우가 생기기 쉬운 것처럼 나의 생각들과 해야 할 일들도 철저하게 분리시켜 효율성을 높였다. 이렇게 되니, '해야 할 일이 많아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세 번째 방법, 나만의 멀티 계획표를 짜 보았다.
학교에 가면 과목별 시간표가 정해져 있다. 학생들은 한 학기에 여러 가지 과목을 듣고 각 과목마다 과제를 하고 시험을 친다. 그런 시간표 방식을 나의 '멀티 방법'에 응용해 보았다. 나는 지금 사업 3가지를 진행 중이며, 그중 1개는 폐업 예정이고 2개는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 서류 정리가 매우 복잡할 때이다. 그 와중에 취미로 블로그와 브런치에 글도 쓰고 있다. 또 목 디스크 초기 증상이 있고 살이 찌고 있어서 틈틈이 운동도 병행해주고 있으며, 몸이 아픈 부모님을 대신해 집안일도 어느 정도 맡고 있다. 이 모든 일들은 내게 중요한 일들이며 어느 하나 누락시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 모든 걸 동시에 그것도 하루 만에 다 끝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일의 중요도와 노동시간을 따져 나만의 '멀티 시간표'를 작성해 보았다.
거창한 시간표는 아니었다. 단지 위에 설명했던 방법들을 총동원하여 궁합이 맞는 일들끼리 짝을 지어주었고 '멀티'로 하나하나 해결해 나아갔다. 그리고 그렇게 아낀 시간은 집중해야 할 하나의 일에 온전히 투자할 수 있었다. 스케줄러로 하나하나 할 일을 적어두고 지워나가는 재미도 쏠쏠했다. 할 일이 지워질수록 뿌듯함과 성취감이 커져갔고 어느 날은 시간이 꽤 남아 몇 시간을 놀며 뒹굴대기도 했다. 이 뒹굴대는 시간은 아깝지 않았다. 쉬는 시간은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에 쉬는 동안에는 일절 일 생각을 하지 않으며 '일과 휴식의 경계'를 분명히 해주었다.
네 번째 방법, 꼭 '하루'에 모든 걸 다 해결하려고 하지 않았다.
마지막 방법은 어떻게 보면 '완벽주의'를 버리려고 했다는 말과 같다. 솔직히 하루에 모든 일을 다 하기에는 해야 할 일들도 너무 많았고 설령 할 수 있다고 해도 시간에 쫓겨 초조한 마음에 일의 성과가 좋지 못할 때가 많았다. 그래서 멀티 시간표를 시간에 맞춰 나누는 것뿐만 아니라 요일별로 나누기 시작했다. 그렇게 되니 좀 더 철저하게 일의 분리가 되었고, 그만큼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떠올려 머리가 아픈 경우가 점점 줄어들었다. 하지만 때로 생각했던 것과 달리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럴 때 시간에 쫓겨 억지로 일을 끝내려 하기보다는 내게 조금의 여유를 주며 다음 날로 이월시키기도 하며 융통성 있게 대처해 나갔다. 억지로 시간 안에 일을 끝마치는 것보다 일의 효율성과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일들이 반복되면 나를 자책하거나 시간표의 취지가 흐릿해지기 때문에 조금씩 나의 패턴에 맞는 시간표를 찾아 나아갔다. 그래서 지금 몇 달째 진행되고 있는 멀티 계획표의 달성률은 80~100%에 달할 수 있었다.
이러한 멀티 활용 방법들은 시간을 아낄 수 있게 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일의 만족도도 높여줬고 무엇보다 스트레스를 덜 받으니 대인관계에도 도움이 되었다. 평소 스트레스를 받으면 가장 가까운 사람인 부모님께 짜증을 내고 나중에 후회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러한 후회가 줄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