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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ㅂ ㅏ ㄹ ㅐ ㅁ Mar 01. 2024

나는 생강이 많다



난 생각을 해야만 해,
노인은 생각했다.

왜냐하면
나에게 남은 건 그것밖에 없거든.









음식을 먹다 오만상을 찌푸리며 뱉어낸 건 생강 때문이었다.


내게 생강은 덜 갈아진 덩어리였다. 잘게 갈아져 음식과 섞이면 잡내를 잡아 깔끔하다. 


제대로 된 생강 덩어리를 만나면서 나는 생강을 다시 생각했다. 

엄마가 분주해 생강을 씻어 통째로 내 앞에 디밀었다. 냄새도 싫은데 모양은 또 왜 이런지.. 작은 손길 하나도 귀했던 엄마는 동강동강 마디를 꺾어 숟가락으로 살살 긁어내는 법을 알려주셨다.

물에 불린 생강을 동강동강 분지르는 게 은근히 재미있던 나는 티비를 보며 살살 생강을 긁었다.


노인은 생각했다.

노인은 바다에서 많은 생각을 한다. 바다 위에 홀로 남아 물고기와 대치하는 그에게 생각이라는 친구는 때론 다정했고, 때론 고약했다. 길고 긴 시간 노인은 생각을 동강동강 나누어 살살 긁었다. 어느 날은 쉽게 벗겨졌고, 어느 날은 매운 물을 튀겨 눈을 따갑게 했다.


나도 생각한다.

내 머리로 하는 생각이 내 것이 아닐 때가 많다. 내 것이 아닌 사람의 생각을 가지고 와서 내 것인 양 조리했다. 매워서 속이 쓰렸고, 싱거워 술을 불렀다.

속을 달래려 누군가를 떠올렸다. 그제야 생각의 너울이 잦아들었다.


결국 노인의 생각과, 내 생각들도 동강동강 부러뜨려 갈다 보면 어디로 가야 할지 알게 된다. 


생각이 많은 나는 가끔 속이 쓰릴 때면 생각을 쪼갠다. 

그리고 갈아 마신다.


'으랏차차'

생강보다 맵지 않은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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