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쓰지 않아도 / 최은영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이런 것들뿐인데.
서로에게 커다란 귀가
되어줄 수 있는 시간 말이야
최은영
'밝은 밤'을 읽고 멍하니 앉았다.
재밌다고 감동적이라고 말하지 않고 지인에게 건넸다.
'애쓰지 않아도'를 읽고 멍하니 앉았다.
최은영 작가님은 멍석을 잘 깔아준다.
그저 멍하니_
자잘한 물결이 찰박찰박 밀려와 발을 친다.
하지만 결코 신발을 적시진 않는다.
가만가만 걸어 내가 밟은 무게만큼의 파장으로 퍼진다.
그러고 보니 표지도 잔잔한 물결이다.
애쓰지 않아도_
'애쓰지 않고도'
제목도 애쓰지 않고 밀려온다.
뭘 그리 아등바등 애쓰며 사나 싶은 날들에
나사 하나를 빼낸다.
털썩 힘을 푼다.
[ the ㅂ ㅏ ㄹ ㅐㅁ ]
애쓰지 않아도 되는 사이
애써서 유지된 사이
이 사이에 누가 있을까?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려는 곳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머물려는 곳
이 두 곳에는 누가 있을까?
끼어버린 사람
'사이에 끼어서 힘들어.'
이 사이에 낀 고기가 빠지기 전까지
입안이 신경 쓰인다.
엉덩이에 옷이 끼어도
티 안 나게 빼낼 장소와 타이밍을 노린다.
끼어있다는 건 불편하다.
그래서 빼기로 한다.
애쓰지 않아도 되는 사이는 존재하고,
엘리베이터는 움직이기 위해 존재한다.
문에 손이 끼었다면?
빼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