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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에 꽂힌 이어폰

모모

by baraem

과거가 만든 지금의 나는

지금의 내가 만들 미래의 나를

생각하지 못했기에

오랫동안 과거로 걸어 들어갔다.



걸어 들어가 길을 잃고 한참을 헤매다

아이의 울음소리에 방향을 잡으며

현재로 돌아와 오늘을 살았다.



세상은 빨랐고

걸음이 느린 나는

내 앞의 길보다 징검다리로 놓인

쉬운 방법을 찾느라 이리저리 점프했다.



아이들의 게임인

무한의 계단, 로블록스는 점프를 잘 못하면

추락하고 다시 시작점으로 가게 된다.

딱 그 게임 속 캐릭터처럼

조금 괜찮다 싶은 곳

조금 빠르다 싶은 곳을 향해



점핑.

추락.

제자리.

점핑.

추락.

제자리




모모는 지금 내가 보내는 현재는 현재인 동시에 과거이고 과거인 동시에 미래라 한다.

시간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나와 함께 있고 그게 세상에 살아있다는 증거다.




기다려 들어줄 귀.

그 귀가 되고 싶던 나는 성능 좋은 이어폰을 찾아 끼고 있었다.

버스를 탈 때도 이어폰을 끼고 앉았다.

소란스러운 풍경에 이어폰을 빼면 버스 계단을 빨리 오르내리지 못하는 어르신을 타박하는 소리를 듣곤 한다. 나처럼 귀를 막은 사람들이 가득 탄 버스 안에서 누구를 구할 수 있고, 누구에게 도와달라 소리칠 수 있을까.



타협해야지.

한쪽 귀만 꽂는 걸로.



나는 모모를 좋아하니까.

기다려 들어주는 그 귀의 소중함을 아니까.

그 귀를 닮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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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는 베포가 대답할 때까지 오랫동안 기다릴 수 있었고, 또 그의 말을 이해할 수도 있었다. 모모는 베포가 진실이 아닌 이야기를 하지 않기 위해서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모모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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