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리면
하얀 눈 사이로
자선냄비와 그 곁에서 종을 흔들던 분들이 생각난다.
쭈뼛거리며 걸어서 지폐를 쏙 넣던 연인시절을 지나,
두 아이 손에 들려 보낸 지폐가 빨간 자선냄비로 들어갈 제면 그 풍경만으로도 따듯해졌다.
모인 기금이 잘 쓰이는지 궁금하다가도
모인 기금을 지급받을 이의 씁쓸함과 안도감을 가늠하다가도
이어져야 했던 마음들은
서로에게 빚이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연말이 다가오고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중심지에 몰리고 그 마저 눈요기와 인증으로 그쳐버리고 만다.
그 앞에 빨간 자선냄비가
시대에 어울리지 않게 계속 있었으면 한다.
빨간 우체통도
빨간 자선냄비도
그리워지는 눈 덮인 세상
눈에 덮여 상처 입은 이들의 소식이
차갑게 울려 퍼진다.
그런 순간들이 있다.
주변 시선이 깔끄러워 외면하고 온 순간.
외면하고 돌아와 불편한 마음을 더 의식했어야 하는 순간 말이다.
배려, 선행도 상대가 바라지 않으면 실례가 된다는 것을 알아버려
사랑의 눈길을 놓쳐버린 사람도 늘지 않았을까.
뭐든 선명해지는 정리된 관계망 속에
발이 걸린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