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걸작

by baraem

책을 읽기 좋아하고

어딘지 모르게 텅 비어 보이는 사람에게

자꾸만 시선이 간다면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다.




당신은 좋은 사람이나

좋은 사람이라 생각지 않습니다.

텅 빈 시간을 지나며

자신에게 생긴 흉이 있기 때문입니다.




햇살이 퍼질 대로 퍼진 날

햇살 자락 아래

책을 읽고 있는 이가

아름다워 보였다면

당신은 근사한 사람입니다.




당신은 근사한 사람이나

목 늘어난 티셔츠에

구김 간 바지

때타버린 운동화가

아직 멋쩍은 것뿐입니다.




당신이 그 모습 그대로

어딘가에 걸터앉아

책을 읽는다면

아마도 당신은

걸작일 것입니다.




책이 말려들어가는

소리를 알고 계실까요?

책 피부가 건조하면

어떤 소리를 내며

다음 장으로 넘어가는지는요?

그 소리들로 채워진

공간은 음악이 따로 필요치 않습니다.




먼지마저 그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마니까요.




keyword
화요일 연재
이전 11화유난히 큰 트림 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