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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짱쌤 Dec 07. 2020

내 생에 가장 큰 주사기

4. 골수검사

"골수검사는 그리 아프지 않을 거예요. 어르신들도 다 소리 안 내고 받으셨어요."


나는 이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곧이곧대로 들어선 안됐다.



 골수검사날이 다가왔다. 옛날에 듣던 이야기로는 뼈에 주사기를 마취도 없이 넣는다고 했다. 겁이 안 날 수가 없는 얘기였다. 그래서 의사 선생님께 내 걱정을 그대로 말씀드렸다.

 "마취 없이 하는 건 옛날이나 그렇게 했고요. 요즘은 마취는 해요. 다만 뼈에는 마취가 안되어서 약간 뻐근한 느낌은 드실 거예요. 골수를 뽑고 나서, 허리뼈 쪽을 지혈을 해야 해서 5시간 동안은 누워서 지혈을 하셔야 해요. 이때가 가장 지루한 과정이 될 거예요. 그런데 검사 자체는 그렇게 아프지 않고, 환자분들 다 잘 받으셨어요. 어르신들도 다 소리 안 내고 받으셨어요."

"아 그래요? 다행이다 ㅎㅎ"



 


 드디어 그날이다. 엎드린 상태로 베드 채로 간호스테이션에 들어왔다. 가림막으로 사방을 둘러쌌다. 저번에 말한 그 실습 간호사 세 분도 옆에서 참관을 하러 왔다. 간호사 한 분께서 말씀하셨다.

 "이거 보기 힘든 거예요. 타이밍을 잘 맞춰서 실습을 왔네. 환자분, 실습 간호사 선생님이 참관을 해도 될까요?"

 "이미.. 보고 계신 거 아니었나요..?" "네, 맞아요 ㅎㅎㅎ"


 주사의 느낌이 따끔하게 느껴졌다. 그리곤 멍하니 아무 느낌도 나지 않았다.

"벌써 다 끝난 거예요?"

"아직 시작도 안 했습니다... 이제 마취주사 놓은 거예요."


"환자분, 이제 골수 채취 시작할 거예요. 환자분. 조금 뻐근하실 수도 있어요."

"아 그렇구나.. 알겠습니다(뭔가 쑤욱 들어오는 느낌이 들더니 주사에서 빠각 빠각 빠각 소리가 났다. 힘주어 당겨 빼는 소리였던 것 같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환자분 조금만 참으세요!"

"안 아프다면서요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옥! 흐허허허허(이때부터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마지막이에요!"

"아프잖아요.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아팠다. 너무 아팠다.

음, 이 고통을 설명하자면.

치과에서 신경치료를 받을 때 잇 속의 신경을 제거할 때 그 특유의 뻐근함이 있다.

그런데 그 신경을 허리 뒤편에서 잡아당기는 느낌이었다.

그걸 세 차례 하고 나니 마지막에는 웃음이 나왔다.

거의 광기에 어린 웃음소리가 간호스테이션을 뒤덮었다.

그래서 엄마랑 실습 간호사 선생님은 내가 미친 줄 알았다고 했다. 

그리고 의사 선생님께 혼이 났다.

"환자분이 웃으시면, 제가 뽑는데 힘이 빠져요.."

"저도 모르게 어이가 없어서 웃었어요. 혼자 누워서 이게 뭐 하는 건가 하고..."

"그래도 이렇게 웃으신 분은 처음 봤어요."

"안 아프다면서요..."

"뻐근하실 수는 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리고 어어어엄청 아파요! 하면 누가 검사를 쉽게 받겠어요..."

"그건... 그러네요..."


그리고 지루한 5시간의 지혈을 거쳤다.

그냥, 모래주머니를 골수를 채취한 허리 쪽에 가져다 대고 5시간 동안 누르고 있어야 했다.

살짝만 들어도 지혈이 안될 수 있다고 하시니 도리가 없었다.

자고 싶어도 허리가 그냥 텅 비어있는, 배 다음에 다리가 오는 그런 느낌이라 잠이 오지 않았다.

그냥 음악을 듣고 있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그때 엄마한테 들은 이야기는 주사기가 젓가락만 했다는 것이었고,

후일 다시 들은 이야기는 내가 너무 아파해서 본인이 유전을 시킨 건 아닐까 미안해하셨고, 

갑자기 웃는 걸 보고 얘가 그래도 괜찮구나,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하셨다는 것이었다.



 검사 결과, 나는 만성 골수성 백혈병의 극 초기였다. 증상도 발현되기 전에 발견이 된 것이다.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저 어떤 불명의 원인으로 DNA 안에 있는 9번 염색체와 22번 염색체에서 조각이 떨어져 나와 서로 위치를 바꾸게 되는데 그게 쓸데없는 백혈구들을 쏟아내게 한다는 것이었다.


 다만 요즘은 표적치료제가 잘 나와서 약만 먹으면 된다고 했다. 아침마다 세 알씩. 일상생활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했고, 먹는 것도 자몽 빼고는 다 괜찮다고 했다. 다만 치료제가 간에 무리를 줘서 조금 일찍 피로해진다는 것과, 술을 마실 생각은 버리라는 것이었다.


다행이었다. 나는 이제 잘 살기만 하면 되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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