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탓이 아니니 그만둬도 됩니다.
솔직하게는 난 절대 응급 사직을 추천하지 않는다. 앞서 말했듯이 일단 환자의 안전이 보장되지 못한다. 적어도 미리 말을 해주면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서 그 환자들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 물론 미리 말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런 상황을 만들어주지 못한 부서의 문제도 있지만, 그래도 우리는 간호사이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이 부분을 냉정하게 생각해야만 한다. 둘째로 남아 있는 사람들도 큰 피해를 입게 된다. 어찌 되었든 한 달에 20일 정도 일하는 인력이 한 명 없어진 것이므로 20일을 나눠서 채울 수 있는 추가 인력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이 역시 마찬가지로 환자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응급 사직을 응원한다. 내가 가장 존경하는 심리학자인 조던 피터슨이 한 말이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문장인데, '지금 있는 그곳이 당신의 인생을 갉아먹고 있다고 생각이 든다면, 과감하게 그곳에서 벗어나라. 자신의 인생을 갉아먹는 곳에 얽매이지 말고 그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쓰지 말라.' 내가 퇴사를 생각하며 하루하루 인생을 갉아먹고 있었을 당시 귀인 한 명이 나타났다. 같이 일하는 남자 선생님이셨는데 맥주 한잔 하자고 하며 말을 걸어오셨다. 그리고 그날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이다.
드디어 자신의 옛날 신규 모습을 기억하며 나를 위로해주는 사람을 만났구나 라는 생각에 정말 감사하기도 했지만 내가 그분에게 들었던 말 중 가장 와닿았던 말은 다름 아닌 '그래도, 너무 힘들면, 정말 너무너무 힘들면 그냥 그만둬. 뭐 그렇게 대단하다고 이거 꼭 끝까지 해야겠냐? 뭐 어때, 참을 필요도 없고 그냥 그만둬도 된다고 생각해.' 솔직히 눈물이 날 뻔했었다. 지금까지 그 누구도 그렇게 말해준 사람이 없었다. 내가 정말로 그만두고 싶지 않았어도 실제로 듣고 싶던 말을 저런 말이 아니었을까 싶다. 힘들 테지만 참으라며 이겨내야 한다며 말하는 응원 섞인 말보다는 숨통을 트이게 할 수 있는 내려놓으라는 말이 필요했던 것 같다. 나중에 들어보니 내가 입사하기 전에도 비슷하게 힘들어하는 선생님께 '선생님 잘못이 아닙니다.'라는 말을 건네었다가 그분이 대성통곡을 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더랬다.
그러니까 힘들면 참지 말고, 낼 힘이 없는 힘을 내려고 하지 말고, 그냥 그만해도 된다. 앞으로 더 힘을 낼 수 있는 날들을 위해 좀 내려놓아도 된다. 간호사를 간호할 수 있는 건 본인 스스로 말고는 없으니까.
손, 발, 생각이 느린 건 그대의 잘못이 아닙니다. 나에게 와서 소리를 지르는 환자도, 보호자도 선생님께 잘못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시간은 많은 것을 해결해주지만, 그 시간이 나의 힘듦을 해결해주는 동안 내가 겪어야 할 산더미와 같은 걱정이 너무 무겁다면, 굳이 시간을 보내지 마십시오. 과감하게 다른 시간을 가지는 것을 응원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힘든 시간을 견뎌 낼 힘보다는, 좋은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용기입니다.
인생에 가장 아름다울 수 있는 꽃다운 나이에, 활짝 핀 꽃이 되어주세요. 그리고 그 꽃이 피기 위해 필요한 건 충분한 물과, 햇빛입니다. 비와 바람에 꺾여지지 마시고 아름다운 꽃이 되기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