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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 사직이라는 말 아시나요?

퇴사를 꿈꾸는 모든 간호사 선생님들에게

by 김윤섭

간호학과의 경우에는 정말 간호고등학교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학교 내에서 다른 과와의 교류도 적고 기타 전공에 비해 취업 준비 또한 간단한 편이다. 물론 공부와 준비는 모두 열심히 하지만 하고자 하는 말은 그만큼 타 직종에 대해서 정말 문외한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사실 다른 일반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들의 이직률이나 사직률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으며 어떤 이유로 사직을 고민하는지 거의 알지 못한다. 주변에 그런 얘기를 나눌 사람이 없기 때문에.


혹시 응급 사직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았는지 모르겠다. 다른 직군에서도 이런 말을 쓰는지 모르겠지만 간호사들 사이에서는 응급 사직이라는 말이 있다. 줄여서 '응사'라고 하는데, 대게 이 단어를 사용할 때에는 굉장히 곤란한 상황 속에서 이야기가 오고 간다. '그 친구 응사했데...', '하 또 우리 근무표 다 바뀌겠네..' 등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아니 차라리 그만둔다고 그냥 얘기를 하고 그만두지 왜 이렇게 남들한테 피해를 주는 거야?'라는 응급 사직자에 대한 험담이 오고 가기도 한다. 응급 사직이란 정말 아무 말도 없이 그날 근무에 나오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그 말은 교대근무를 하는 간호사 업무 시스템을 생각해보면 한 간호사의 다음으로 교대를 받아야 하는 간호사가 당장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고, 당장 그 간호사가 담당하고 있던 10-20명 사이의 환자들을 담당할 간호사가 대략 10시간 동안 부재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이는 환자 안전으로 이어지기도 하며 얼른 대신해서 근무를 나올 수 있는 사람을 당장 찾아야 하기 때문에 정말 이만저만 큰 이벤트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많이 힘들었나 보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꽤나 찾아보기는 힘들다.

그래서 그만두게 된 게 아니었을까?


일을 시작하고 나도 꽤나 여러 번 눈물을 흘렸다. 억울한 마음이 가장 컸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나는 훨씬 더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었고 학교에서 배운 것은 정말 어디 하나 쓸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느껴졌으며, 나를 자랑스럽게 키워주신 부모님에게 죄송한 마음까지 들게 되었다. 일을 하다가 복도 중간에 멍하니 서서 순간 흘러나오려는 눈물을 막기 위해 고개를 든 적도 있었다. 입사한 첫 해에 추석 당일 시간이 맞아 친척들을 만나게 되었었다. 친척분들은 나에게 '많이 힘들지?, 일단 어떻게든 버텨라.'라는 위로와 걱정 섞인 말들을 해주셨었다. 그러고 어머니와 둘이서 각자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지게 되었는데, 집으로 돌아가는 길 버스 정류장에 앉아서 그렇게 펑펑 울었다. 뭐랄까.. 나에게 주는 그런 '위로와 걱정'담긴 말들을 들으니 실감이 났었던 것 같다. 아, 내가 정말 힘든 상황에 있구나, 모두가 염려할만한 그런 위치에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꺼이꺼이 한 없이 울었던 것 같다. 직장에 취업해서 환자를 돌보는 전문직으로 일하는 멋진 아들이고 싶었는데 그렇지 못한 나의 모습이 부모님께 실망스러운 아들의 모습으로 보일까 가슴이 무너져내리는 듯한 느낌이었던 듯하다.


나 또한 응급 사직을 생각한 적이 있었다. 부서 과장님과 퇴사 면담을 수차례 했었으며 부서 이동을 할지에 대한 고민도 정말 많이 했었다. 출근을 할 때면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걱정과 불안이 너무 커 숨을 몰아쉬기도 했었고, 남들이 말하던 '출근 전에 크게는 아니고 적당히 다쳐서 합법적으로 못 가게 되고 싶다.'라는 생각을 실제로 하기도 했었다. 그 당시 같이 입사를 했던 친구들을 만나면 누구 하나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 친구들이 없었다. 10에 11은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 해 5월 내 동기 중 첫 사직자가 나왔다.


응급 사직까지는 아니었다. 하지만 난 그 친구가 어떤 경유로 사직을 결심하게 되었는지 너무나도 잘 알았기 때문에 공감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남일 같지 않았으며 화가 나기도 했다. 그 친구에게 잘못이 있었다면 그저 남들보다 조금 더 신중했던 것뿐일 텐데, 돌아오는 말은 '손이 느리다.', '일을 못한다.'와 같은 그 시기에 신규이기 때문에 당연지사 그럴 수밖에 없는 점을 비난하는 말들 뿐이었다. 그럼 도대체 신규 간호사는 무엇을 잘할 수 있는 걸까?


응급 사직이라는 말 아시나요? -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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