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작가 인터뷰 1

번역작가는 어떤 직업일까?

by 승주연

첫번째 인터뷰

DSC00123.JPG


-작가님, 러시아어를 공부하게 된 이유와 한국 소설을 러시아어로 번역하시게 된 계기를 말씀해주실수 있을까요?


-사실 저는 고등학교에 다닐 때 독일어를 배웠고, 대학교에 진학할 당시에 독일어과와 러시아어과에 입학 원서를 냈는데, 러시아어과에 합격을 해서 러시아어 공부를 시작했으니 우연한 기회라고 말씀드릴수 있을 것 같어요. 그리고 한국 소설을 러시아어로 번역하게 된 계기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금적적인 부분과 맞닿아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처음 프리랜서 일을 시작할 때 강의만 했는데, 강의만 하다 보니 수입이 일정하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강의와 병행하면서 수입도 안정적인 방법이 뭐가 있을지 고민하다가 한국문학번역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러시아에서 유학 하던 시절 알게된 러시아 친구와 함께 소설 번역을 시도해본 것이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제일 처음 번역했던 작품이 공지영의 ‘봉순이 언니’였어요.


-작가님, 저도 러시아어를 전공했지만, 러시아어는 쉬운 언어가 아니잖아요. 번역하실 때 어떤 점이 가장 어려운가요?


-글쎄요, 사실 어려운 점이라고 하면 참 많은데요… 사실 한국어와 러시아어가 굉장히 다른 언어거든요. 예를 들면, 한국어는 복수형을 잘 안 쓰는데, 러시아어에서는 단수와 복수를 구별해서 표현해줘야한다든지, 한국어에는 접속사를 잘 안 쓰는데, 러시아어에는 접속사가 무수히 많고, 그 많은 접속사를 문장 속에 적절하게 넣어줘야하는데, 이런 부분이 무수히 많은 어려운 점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어요. 이 외에도 러시아에는 거의 없지만, 한국에 존재하는 무수히 많은 호칭이나, 한옥의 구조, 러시아에는 있을 없는 한국 음식 역시 번역할 때 어려운데요, 한국 음식이나 한국의 지명 등은 아직까지 표기에 일관성이 없어요. 이 외에도 서로 다른 문화나 전통이 언어에 고스란히 녹아있기 때문에 이 역시 커다란 걸림돌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어요.


-작가님, 작가님은 책을 많이 읽으실 것 같은데, 어떤 책을 주로 보시나요?


-의아하게 생각하실수도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저는 독서 자체를 즐기지는 못 하는 것 같아요. 사실 독서가 일과 긴밀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아니면, 제 성향 자체가 독서 보다는 공부를 더 선호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구요. 전 사실 자유로운 독서보다는 공부를 더 선호하는 편이예요. 독서를 좋아하는 분들은 쉬면서 독서를 하시고, 독서를 즐기시는 것 같은데, 저는 번역을 하면서 읽어야하는 책들을 읽고, 러시아어 강의를 준비하면서 공부해야하는 부분이 나와있는 책을 주로 읽다보니 자연스럽게 목적이 뚜렷한 공부를 하게되더라구요. 옳고 그름을 논하기 보다는 본인의 성향에 어떤 것이 더 맞는 지를 따져봐야할 것 같아요. 저는 자주 일 때문에 독서를 해야하는 경우가 많아서 제가 번역하는 책 속에 작가가 인용한 책이나 그 책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책을 읽어요. 물론 공부를 목적으로 하는 독서에 지칠 때도 있고, 그럴 때는 목적 없이 순수한 독서에 빠져들곤하죠. 하지만, 번역 일을 시작한 이후로 지금까지 독서 보다는 공부가 더 몸에 익은 것 같아요.


-작가님도 밤샘 작업을 많이 하시나요?


-아니요, 밤샘 작업은 꿈도 못 꿉니다. 사실 제가 잠이 많아요. 게다가 저는 주로 책을 번역하는데, 책 번역은 하루 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라, 보통 짧게는 2-3개월부터 길게는 1-2년까지 번역을 하기 때문에 페이스 조절을 잘 해야해요. 무리하다가 아파버리면 1주일을 날릴 수도 있기 때문에 욕심내지 않고, 매일 조금씩 꾸준히 번역하고 있어요.


-사실 번역가들이 밤샘 작업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출판사의 독촉 때문이 아닐까 하는데, 작가님은 어떠세요?


-네, 사실, 무한 경쟁 사회에서 출판사로부터 넉넉한 기한을 약속받는 일은 쉽지 않죠. 아무래도 번역가는 출판사로부터 일을 받는 을의 입장에 처해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비단 출판사의 문제도 아니고, 과도한 경쟁 사회에서 사는 우리가 피할 수 없는 현실인 것 같기도해요. 저는 사실 한노 소설 번역으로 먼저 커리어를 쌓아놓은 덕분인지 계약 단계에서부터 기한을 넉넉하게 받아낼 수 있는 것 같아요. 한번은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의 번역 지원을 받아서 도서관 사서를 위한 책을 번역하고 있던 중에 러시아 오페라 대본 번역 건이 들어왔었는데요. 그때 저는 솔직히 지금 하고 있는 번역이 있고, 이 번역은 1달 반 이후에나 끝날 것 같은데, 그때 시작해도 되겠느냐고 물어봤죠. 그쪽에서는 아직 시간이 있으니 기다릴 수 있다고 했고, 그렇게 해서 도서관 사서를 위한 책을 끝까지 번역한 후에 오페라 대본 번역을 했었어요. 물론 흔치 않은 경우라고 할 수 있어요. 번역으로 다져진 제 프로필이 무척 마음에 드셨던 것 같아요.


-번역가님은 번역 연습을 어떻게 하셨나요?


-전에도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어요. 노어노문학회에서 제가 발표를 할 때 어떤 교수님이 저한테 질문하셨던 것 같아요. 그때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사실 소설 번역을 염두에 두고 번역 연습을 한 적이 없었어요. 그럴만한 여유가 없었거든요. 그래도 연습이었을 법한 시도를 찾아본다면, 제가 러시아에서 유학하던 때에 러시아 교회에서 설교 통역을 했던 기억 정도인 것 같아요. 한국인 목사님이 1주일 전에 설교문을 주시고, 저는 1주일 동안 그 설교문을 번역한 후에 일요일에 목사님 설교 통역을 했거든요. 1주일에 5-6페이지씩 1년 정도 했으니, 페이지로 따지면, 못 해도 250페이지는 넘었을거예요. 통역비를 따로 받고 한 일도 아니고, 제가 통역을 통해서 뭘 해보겠다는 구체적인 목표 의식을 가진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번역 연습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그때 그 일이 결과적으로는 번역 연습이 된 셈이예요.


-소설 번역가 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할까요?


-일단, 책상 앞에 오래 앉아있는 것을 좋아해야 하고, 책을 보고, 글을 다듬는 작업을 즐겨야하겠죠. 그리고 무엇보다 번역하려는 언어를 잘 구사해야하구요.


-오늘 이렇게 시간내주셔서 감사해요. 다음에 또 뵐 기회가 있을까요?


-네, 저도 즐거웠어요. 세상은 넓고도 좁으니 또 좋은 자리에서 뵐 기회가 있겠죠.


keyword
이전 10화네, 저는 러시아 현대 소설도 번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