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와 취미에 관하여...
-작가님, 굉장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시는데, 언제 다 하세요?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전 사실 잠이 많아서 수면에 공을 좀 들이는 편이에요. 제가 낮에 전화를 안 받으면 저희 어머님이 ‘자나 보다’라고 생각하실 정도니까요. (웃음) 이번 달은 온라인으로 수업을 해서 오전에 7시쯤 일어나서 세수하고, 씻고, 간단하게 아침 준비하고, 딸 깨우고, 같이 아침 먹고, 딸한테 공부하라고 하고, 저는 커피 들고 컴퓨터 앞으로 갑니다. 짧게 1~2시간 번역을 하고, 온라인 수업을 한 후에 점심 먹고 간단하게 설거지 등 집안일을 한 후에 (집안일은 머리 식힐 때 하려고 일부러 아껴뒀다 하기도 합니다. (웃음)) 다시 차나 커피를 들고 컴퓨터 앞으로 가서 앉죠. 또다시 1~2시간 번역을 한 후에 딸이 학원 갔다 오면 딸이랑 잠깐 얘기하고, 공부시키고, 저는 러시아나 한국의 출판사 등 다양한 거래처에서 온 이메일을 확인합니다. 그런 후에는 다시 잠깐 번역을 한 후에 저녁을 준비합니다. 딸과 함께 저녁을 먹고 1시간쯤 지나면 보통 남편이 와요. 남편 저녁을 챙겨주거나 남편이 먹고 싶은 게 따로 있으면 알아서 챙겨 먹죠. 이 시간 이후부터는 운동하고 독서를 합니다.
-대충 들어도 복잡한데요?
-사실 정리하면, 딸이랑 남편 밥 챙겨주고, 번역하고, 운동하고, 책 보는 게 전부예요. 이메일은 확인하고, 회신할 부분이 있으면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읽기만 하죠.
-현재 번역하고 계신 작품은 모두 한국 소설인가요?
-러시아 베스트셀러 작가인 보돌라스킨의 ‘비행사’라는 작품을 한국어로 번역하고 있고요, (400페이지 중 80페이지 정도 남은 것 같아요) 정용준이라는 한국 작가의 ‘유령’이라는 소설을 러시아어로 번역 중인데, 번역이 거의 끝났어요. 그리고, 문예림에서 출간한 Why 시리즈 중 ‘세균과 바이러스’ 번역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고요.
-동시에 여러 권 번역이 가능한가요?
-전 사실 한 가지만 하면 불안하거든요. 거래처도 만일을 대비해서 6-7개 정도는 확보를 해놔야 하고, 진행하는 프로젝트도 동시에 2-3개 정도는 해야 안심이 되더라고요. 기한을 넉넉하게 잡는 데다 미리미리 조금씩 해두면 가능하더라구요.
-그러면 굉장히 바쁘실 것 같아요. 한 번에 몇 가지 일을 동시에 하실 것 같아요.
-그런데 또 재미있는 게 제가 동시에 두 가지 행동을 하지는 못해요. 예를 들면, 전화 통화하면서 빨래를 갠다든가, 오징어 먹으면서 TV 보기 같은 걸 잘 못 해요. 그래서 TV를 보면 TV만 보고, 밥먹을 땐 딴생각 안 하고, 밥만 먹고, 길을 갈 때는 앞만 보고 걸어요. 한 번은 수업 끝나고 학생이랑 같이 나왔는데, 제가 앞만 보고 열심히 걸으니까 어디 가냐고 물어보길래 ‘문방구’라고 대답했더니 깔깔대고 웃더라고요.
-그러니까 바쁠수록 천천히 가시는군요.
-그런 셈이죠.
-그리고 번역가시니까 기억력이 엄청 좋을 것 같아요.
-제 기억력은 정말이지 번역과 강의에만 특화돼 있어요. 남편이랑 같이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 기억은 안 나는데, 제가 가르친 학생이 10년 전쯤 저한테 수업을 들을 당시에 아르바이트를 어디에서 했었는지를 기억한다든지, 어떤 문법책에 어떤 내용이 나와 있다든지 등은 기억이 잘 나거든요. 예를 들면, ‘바둥거리다’, ‘혹은 고통에 몸부림치다’ 같이 평소에는 잘 안 쓰는 러시아어 표현이나 단어가 번역할 때 기억이 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고요.
-정말 특이하신 것 같아요.
-전 제가 지극히 평범하다고 생각하는데, 제 주변 사람들은 다 고개를 젓더라고요. (웃음)
-혹시 번역하실 때 스트레스는 어떻게 해소하세요?
-사실 무리해서 번역하는 편은 아니라서 스트레스는 잘 받지 않는 편이지만, 가끔 기한이 촉박한 경우에 저도 마음에 부담감 같은 걸 느끼긴 하죠. 그럴 땐 젤리나 말린 과일 같은 단 걸 먹거나 노래를 불러요.
-노래요?
-네, 노래하는 걸 좋아해요.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교회에서 노래를 불렀어요. 교회에서는 이걸 찬양이라고 해요. 그리고 아주 오래전에 ‘제이 프랜즈’라는 CCM 밴드에서 보컬로 잠깐 활동을 했었고요. 활동이라도 해봐야 7~8개월 연습하고 딱 한 번 무대에 서 본 게 다였지만요. (웃음)
-노래는 정말 의외인데요?
-원래 취미는 자기가 하는 일과 많이 동떨어질수록 좋은 것 같아요. 사실 제 취미는 제 꿈과도 맞닿아있어요.
-꿈이요? 작가님은 꿈이 뭔가요?
-예전에는 책 10권 번역하는 거였는데, 그건 작년에 이뤘고, 이젠 스튜디오에서 노래 녹음을 한 번 해보는 거예요. (웃음) 뜻이 있으면 길이 있을 거고, 때가 되고 저도 준비되면 길이 열리겠죠.
-인터뷰가 정말 흥미진진한데요! ‘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할 줄은 몰랐어요. (웃음)
-원래 인생이 그런 거죠. 전 사실 고등학교 때 이과였고, 러시아어과는 교차 지원해서 들어간 거였어요. 국어가 싫어서 이과를 선택한 거였는데, 지금은 이렇게 번역을 하고 있잖아요.
-정말 알 수가 없네요. 뭔가 반전이 많은 삶인 것 같아요.
-네, 그래서 더욱 흥미진진한지도 몰라요.
-작가님, 지금 행복하세요?
-네, 그런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까요.
-행복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글쎄요, 행복은 시계를 보지 않는 삶인 것 같아요. 러시아에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는 명언이 있어요. 러시아의 유명한 극작가인 그리보예도프가 ‘지혜의 슬픔’이라는 희곡에 써서 유명해진 명언인데요. 보통 지겹거나 힘들 때 시계를 보잖아요. 시계를 안 본다는 건 그만큼 현재를 즐기고 있다는 걸 테니까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명쾌한데요! 작가님, 오늘 인터뷰 감사했습니다.
-저도 오늘 즐거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