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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나다라봉 Apr 03. 2024

[나] 박수칠 때 출산하러 떠나라!

꽤 아름다운 마무리, 출산-육아를 향한 여정의 시작

출산휴가는 출산 예정일 18일 정도 남겨두고 쓰게 되었다. 임신기간 동왕복 3시간 대중교통 출퇴근하며 공장, 현장 다닌 나 자신 칭찬한다. (ㅎ) 출산휴가를 앞두고 인수인계자료를 정리하고 컴퓨터 폴더도 싹 정리했다. 회사에서 겸사겸사 회식 겸 마련한 점심 소고기 파티도 정말 즐거웠다. 하나 두 개씩 챙겨주신 선물도 고마운 마음으로 받아두었다. 생각지 못했는데, 함께 프로젝트 진행했던 협력사 과장님도 우리 아이 선물을 챙겨주셨다. 좋은 마음으로 따뜻한 마음으로 출산을 준비할 수 있던 그런 시기다.


다만 출산휴가 들어갈 때까지도 육아휴직에 대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3개월만 있다가 복직을 하게 될 수도 있었다. 그 이유는 육아휴직에 대한 논의를 출산 후 다시 이야기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회사는 나의 업무가 물이 오르는데 자리를 비우는 것이 아쉽다며 빨리 돌아와 주었으면 한다는 의사를 표현했. 그리고 정말 놀랄만한 제안을 받았다. 그 제안은 받지 않았지만 사실 이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기분이 정말 좋았다. 업무 해결하겠다고 고군분투했던 지난 시간도 아름답게 포장되었다. 첫 입사했을 땐, 계약 연장이 안될까 조마조마했던 나였는데 언제든 복직해서 일을 할 수 있겠다는 든든한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육아휴직 여부, 이 부분은 나 혼자 결정할 일은 아니거니와 출산과 육아의 경험이 전무한 입장에서 바로 복직하는 게 가능한 일인지도 판단이 되지 않았다. 쉽게 답변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었다.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했고, 남편과 충분히 논의 후 결정하기로 하였기에 열린 결말의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출산까지 2주 넘게 남았는데, 출산휴가 기간을 그냥 보내는 게 너무 아쉬웠다. 몸이 무거워져서 휴식이 필요하긴 했지만 그것도 며칠 지나니 심심했다. 그간 너무 바쁘게 보내서 그런지 막상 혼자 있으니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ㅎ) 또  아이를 낳고 함께 보내는 시간을 더 확보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막달 진료에서 출산 미리 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더군다나 아이의 외할머니, 그러니까 우리 엄마가 미리 출산 날짜를 받아두었는데 그 날짜가 예정일보다 빠른 날짜이기도 했다. 엄마는 내가 당연히 고위험산모라 제왕절개를 할 거라 생각하고 날짜를 받아온 것이었다. 사실 정작 나는 별생각 없었는데 진짜 출산이 코 앞으로 다가온 거다. 일찍 낳기로 결심하며 분만 방법을 주치의와 논의했는데 12cm나 커진 자궁근종을 들고 있는 산모이지만 자연분만이 가능하단다. 띠웅(?) 위치가 괜찮다며, 원하는 날짜에 낳게 해 주겠다고 유도분만을 하자고 하시더라. 뭔가 부드러우면서 자신감 있는 주치의 선생님 덕분에, 유도분만 날짜를 잡았다. 그 날짜는 바로, 3일 뒤였다. 번갯불에 콩 궈먹듯이 출산 날짜를 점찍어 두고 얼마 남지 않은 최후의 만찬을 즐겼다.


결론적으로, 출산 휴가 들어간 후 열흘만 만끽하고 출산 가방을 쌌다. 그동안 회사 업무 인수인계한 일에 대해 연락받은 일도 없었으니 문제없구나 싶어서 마음도 한결 편했다. 이제 정말 나의 일은 잘 출산하는 것! 아이도 열 달 가까이 지름 12cm 자기 얼굴만 한 근종과 함께 있느라 고생 많았고, 엄마 일 잘 끝낼 수 있게 도와주었으니 잘 낳기만 하면 되겠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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