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 그리고 나의 업무. 출산 전까지 달려왔는데... 육아 3개월 만에 일 머리는 사라졌다. 육아는 24시간 돌아가는 현장 그 자체였기에 새로운 육아 머리로의전환이 필요했다.
육아의 난이도는 조리원에서 집에 돌아온 그 첫날부터 높아진다. 특히, 우리 아이는 밤낮이 바뀐 아이였다. 초보엄마는 육아 현장에서 곧 닥칠 일을 생각도 못하고, 신생아를 침대에 눕혀놓고 밤 10시에 두 발 뻗고 잠을 청한 것이지금 생각해도 참 웃기다.
잠 못 자는 신생아를 데리고 24시간이 모자란 생활을 해보니 마치 3개월이 1년 같다. 그리고 출산 전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두뇌 총량을 넘어 버린 느낌이랄까? 육아휴직까지 1년은 아이와 함께 보낼 거라면서 3개월 만에 지칠 줄이야. 조리원 동기도 없고 동네엔 친구도 없고, 남편 회사 간 시간엔 아이와 단둘이 시간을 보내니 왜 육아우울증이 생기는지 단번에 이해가 된다. 특히 나는 잠도 정말 소중한 사람인데, 새벽에 잠을 이겨내는 게 힘들었다. 보통 신생아 접종하면 접종열 날 수도 있어서 엄마들이 보초 서듯 새벽에 깨어있곤 하는데, 나는 깜빡 잠들어 아침까지 자버린 엄마였다.
아이를 낳기 전, 육아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하진 않았었다. 시기별로 필요한 육아템이나, 성장에 필요한 교구들 측면으로 간헐적으로 보았던 정도였다. 하지만 아이 100일까지 '잠'과 '모유수유'로 당황스러운 순간을 마주하자, 그제야 열심히 '육아' 공부를 시작했다. 평소 영상을 잘 보지 않았는데 유튜브를 가장 열심히 활용했던 시기가 그때였다.
육아전문가라고 지칭하며 조언과 방법을 알려주는 다양한 콘텐츠들, '그렇구나' 깨닫음을 얻고 실천해보려 했으나 나의 아이에게는 통하지 않은 것들이 수두룩 했다. 공부한 대로 또는 이론대로 할 수 없는 것이 육아인데, 그걸 몰랐다. 왜 나의 이슈들은 해결되지 않는지 답답한 노릇에 통곡을 하기도 하고 울다가 웃다가, 곧 어디 병원에 가야 할 것 같은 그런 상황이다. 예측불가능한 환경이 J형인 나에게는 매우 스트레스였던 것 같다. '뭐 어쩌라고!'라는 마음도 생겨 그 어린아이에게 화를 내기도 한다. 이내 다시 미안하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말이다.
그렇게 엄마로서의 역할, 나의 생각들은 '육아' 그 자체로 매몰되어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아쉬운 시간들인데... 그래서 둘째는 알아서 큰다고 하는 걸까? 육아 무경험자와 유경험자, 엄마의 마음의 크기가 다를 수 있음을 백번 이해한다. 그래서 과거엔 아무리 나이가 어려도 아이를 낳은 사람은 상투를 틀고, 쪽머리를 해서 구분했을까? 출산과 육아를 통해 인생의 쓴맛, 단맛 농도가 짙어졌다고 할까? 출산 전에는 그저 내 인생만 내가 챙기면 되었다. 나의 '일 머리'는 '나 잘났소' 하고 원하는 대로 시간을 휘두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잘난 '일 머리'로는 출산 후에 내 시간을 내 맘대로 쓸 수도 없고, 통제할 수 없는 시간 속에서 해야 할 임무(?)는 많다. 그 시간을 견뎌내는 것이, 마음 여유 있는 엄마, 아빠로 성장하는 관문 같다. 진정한 '육아 머리' 장착은 그 마음에서부터 비롯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