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제주 올레길 (18-1코스)

홀로 걷는 제주 섬(島) 437km, 27개 코스

by 밤안개

추자도

제주도와 전라남도의 중간지점에 위치한 섬입니다. 제주시에 위치하고 있으며, 상추자와 하추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인근에는 추포도, 황간도 등 4개의 유인도와 38개의 무인도가 있습니다. 이 섬에는 1,600명가량의 인구가 살고 있으며, 면적은 11.5km입니다. 과거에는 ‘후풍도’라고 불렀으며, 1271년부터 추자도라는 이름이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추자도는 조선시대에는 완도군에 속했으나, 일제강점기에 제주도에 편입되었습니다. 1946년부터는 북제주군에 속했으며, 2006년부터는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추자면으로 행정구역이 정해졌습니다. (여행 가이드북 참조)


2025년 10월 12일 일요일

올레 19코스 올레여행자센터에서 듣게 된 정보에 의하면 추자도를 갈 수 있는 배는 하루에 두 번뿐이고, 제주항과 추자도를 왕복하는 것이 아니라, 완도나 진도를 가기 위한 배의 중간 경유지기 때문에 제주항에서 8시 배를 타고 들어가서 올레길(18-1,18-2)을 돌고 나서 1박을 한 후, 다음날 16시 40분 경유하는 배를 타고 나오는 것을 추천했습니다. 배편은 미리 전화나 인터넷으로 반드시 사전 예약해야 됩니다.

그러나 도보자는 10월 12일 제주항에서 하추자 신양항으로 배(송림 블루오션)로 이동 후 18-1코스를 돌고 나와서, 다음날 똑같은 방법으로 18-2코스를 도전할 계획입니다.


추자도는 맘대로 갈 수 있는 섬이 아닙니다. 아무리 완벽한 계획이 세워졌다고 해도 풍랑이 일거나 파도가 거세지면, 항해가 중단되기 때문에 많은 올레 꾼들이 날씨나 일정 등을 꼼꼼히 세우고 길을 나서야 합니다. 제가 세운 계획이 틀어짐 없이 진행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누구나 가고 싶어 하지만 아무도 갈 수 없는 섬(島), 추자도입니다.


06시 15분, 승용차로 협재에서 제주항까지 1시간 5분을 달려왔습니다. 아내가 자차로 동행해 주어서 비교적 수월하게 왔네요. 올여름(6월 27일) 제주 들어올 때 입항했던 곳이라 제주항은 비교적 익숙하게 느껴집니다. 급히 송림블루오션 배편 발권하는 곳으로 가서 승선권을 끊었습니다. '발권은 06시 30분부터 시작되고, 개찰은 07시 30분에 진행된다.'는 문자가 어제와 오늘 무려 네 번이나 왔습니다. 이른 시간인데도 사람들이 꽤 많고, 개찰하는데 무려 세 번이나 승선권과 신분증 검사가 있었습니다. 타이트한 승선과정입니다.


08시 정각, 송림블루오션호가 추자도를 향해 출발합니다. 배는 2시간 동안 북쪽제주에서 완도방향으로 항해합니다. 부디 안전하게 입항할 수 있기를, 풍랑이 잔잔하길 기도합니다.

송림블루오션호는 10시 05분에 신양항에 도착했습니다. 항구에 기다리고 있던 사다리차가 다리를 만들어주어야만 하차할 수 있네요. 정말 오래간만에 경험하는 아날로그방식입니다.


신양1리 사무소 앞에서 추자도 유일의 버스 910번 버스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버스는 하루에 12번만 운용됩니다. 현재 20분간 기다리는 중인데 시간이 흐를수록 조급해지네요. 신양항에 15시까지는 다시 돌아와야 할 텐데, 18-1 시작점 추자면사무소로의 이동시간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걷는 속도를 높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10시 37분, 드디어, 910번 버스가 도착했습니다. 황급히 버스에 오릅니다.


11시 정각, 도보자는 18-1코스 시작점 추자면사무소에 도착했습니다. 또다시 올레 길을 시작합니다. 시간을 맞춰야 돼서 오늘은 최대한 글 쓰는 시간과 사진 찍는 것을 자제해야 될 듯합니다. “부엔까미노. 이 길 위에 신의 축복이 있기를” 올레 18-1코스, 상추자도를 걷습니다.


최영장군사당

최영장군사당은 추자면 대서리에 있는 고려시대 명장 최영장군의 은덕을 기리기 위해 건립되었습니다. 이 사당은 1981년 8월 26일 제주특별자치도 기념물 제11호에 지정되었습니다.


길은 섬 외곽의 해안을 바라보며 걷게 되어있습니다. 11시 13분, 도보자는 봉골레산 위 정상을 향해 올라갑니다. 봉골레산은 어렸을 때 우리 동네 빡빡산처럼 친근감이 느껴집니다. 산 위에서 아래 마을을 내려다보며 어렸을 때 살던 곳이 생각납니다. 그때 옆집 누나가 만들어준 진달래 꽃반지가 아직 내 마음에 물들어 있습니다.

이 마을은 어린 시절이 계속 떠오르게 하는 마을입니다. 담 벽은 목욕탕 타일로 된 모자이크 벽돌로 되어 있네요. 우리는 이런 곳에서 성장했습니다. 딱지치기, 구슬치기, 다방구, 오징어게임 등 시간 모르게 놀던 때였습니다.


12시, 2.9km, 1시간 걷는 동안 온몸이 땀범벅이 되었습니다. 도보자는 추자등대에 와 있습니다. 여기서 아내가 싸준 맛있는 사과로 잠시 목을 축입니다.


추자등대

'추자등대’는 상추자도에 있는 해발 125m 산 정상에 있는 등대로, 제주해협과 부산, 목포 등 내륙을 오가는 여객선과 화물선 그리고 동중국해를 항해하는 선박들의 안전한 밤길을 인도하는 역할을 합니다.


다시 힘을 내봅니다. 등대 위에서 바라본 추자교를 향해 내려갑니다.

12시 24분, 추자교를 따라 상추자에서 하추자로 건너갑니다. 차량이 지나는 길은 넓은데 인도는 나무판자로 되어 있어서 걸으면서 아찔하네요. 오로지 앞만 보고 걷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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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달산길

왼쪽 끝에서부터 바다, 해안도로, 숲길의 은달산길을 구렁이 담 넘어가듯 구불구불 걸어갑니다.


돈대산

도보자는 또 다른 산 돈대산으로 올라갑니다. 오름이 많은 코스라 짧은 시간 동안 땀이 엄청 쏟아지네요. 해발 164m의 돈대산을 40분 올라왔습니다. 땀을 비 오는 쏟으며 올라온 정상부근에 18-1코스의 중간 스탬프 찍는 곳이 있네요. 많은 올레꾼들이 이 스탬프를 찍기 위해 엄청 노력했을 터입니다. 시간과 땀, 노력한 자만이 받을 수 있는 상추자도 돈대산 중간스탬프입니다.


추석산

또 다른 재미있는 산 추석산으로 올라갑니다. 추석명절에 마을 주민들이 음식을 싸들고 산에 올라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빌었다는 추석산입니다. 이 산에는 또 다른 일제침략의 잔재가 있었네요. 이 외딴섬에까지 그들은 침략의 야욕을 뿌려놓았습니다.


예초리 기정길

아픈 천주교의 역사가 있는 예초리 기정길을 지나고 있습니다. 반석 위에 써진 글을 읽어보면 올레 11코스에서 만났던 정난주 마리아 이야기가 여기 실려 있습니다. 올레 길은 그러고 보면 서로 연결된 역사와 문화를 가지고 있었네요. 저 멀리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십자가를 볼 수 있습니다. '기정'이란 말은 '바닷가에 있는 절벽'이라는 말입니다. 저기 기정 끝에 십자가가 바다 너머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서 있습니다. 그 너머엔 천국이 있을 런지요?

황경한의 묘

황경한은 1800년에 태어난 황사영 알렉시오와 정난주 마리아 부부의 유일한 아들이었습니다. 황사영은 천주교 신자로서 백서 사건에 연루되어 순교하고, 정난주는 제주도로 유배되었습니다. 유배 길에 오른 정난주는 두 살배기 아들 황경한을 추자도의 갯바위에 버리고 떠나야 했습니다. 다행히도 어부 오 씨가 황경한을 발견하고 키워주었습니다. 황경한은 오 씨의 아들로 자라서 결혼하고 두 아들을 낳았어요. 그의 후손들은 아직도 추자도에 살고 있습니다. 황경한은 생전에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제주도에서 고깃배가 들어오면 어머니의 안부를 물어봤다고 합니다. 정난주는 제주도에서 38년간 노비로 살면서도 풍부한 학식과 교양으로 주민들을 교화하였습니다. 그녀는 1838년에 세상을 떠났고, 대정성지에 묻혀 있습니다. 황경한은 제주 섬이 가장 잘 보이는 곳인 신대산 기슭에 묻혀 있습니다. 그의 묘 앞에는 정자와 제단이 있고, 묘 옆으로는 추석산 가는 소원길이 있습니다.


15시 정각, 18-1코스 최종 목적지이자 하추자도 입항 항구인 신양항에 도착했습니다. 11시 상추자면사무소에서 출발했으니까 총 4시간 걸렸습니다. 나름 속도를 내서 다행히도 배를 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배의 발권시간은 15시 20분입니다. 도보자는 발권 20분 전에 도착한 것입니다. 오늘 한 끼도 식사를 못 했네요. 인근을 둘러봐도 민박집만 보이지 식당이 없습니다. 가까스로 식당을 찾아 끼니를 채웁니다. 추자도 조기정식으로 한 끼 식사를 합니다.


누구나 가고 싶어 하나, 아무나 갈 수 없는 섬(島) 추자도를 횡단하는 올레 18-1코스, 18-2코스는 여러 가지 조건들이 갖추어져야 갈 수 있는 코스입니다. 우선, 날씨가 도와주어야 합니다. 듣기로는 풍랑이 조금만 일어도 배가 뜨지 않는다고 합니다. 배가 출항하지 못하면 어쩔 수 없이 추자도 일정은 연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둘째로 여행 시간이 충분히 여유 있어야 합니다. 섬(島) 안에는 교통편이 미흡해서 이동시간을 충분히 감안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버스는 두 대가 바통 터치 하듯이 운행되고 있고, 택시도 두 대 밖에 없어서 사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이용할 수 없다고 합니다. 따라서 상추자 4-5시간, 하추자 3-4시간 걷는 시간 외 충분한 여유시간이 필요합니다.


18-1 올레 길은 다른 어느 코스보다도 이색적이면서도 힘들었습니다. 섬의 바깥쪽 기암절벽 옆에 둘레길이 멋지게 이어져 있어서 걷는 동안 눈이 호강했습니다. 그러나 봉글레산, 추자등대길, 돈대산, 추석산 등 가파르지는 않았지만 비교적 난이도 있는 오름길이 도보자를 힘들게 했고, 짧은 시간 동안 땀을 엄청나게 흘렸습니다. 반면,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한 마을과 따뜻한 국과 찰밥으로 도보자에게 감동을 준 추자도는 나중에 아내랑 꼭 다시 오고 싶은 곳으로 점찍어 놓습니다. 10월 말까지 추자도는 조기축제를 한다고 현수막이 걸려있어서 은근히 더 오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 다른 어느 곳보다 올레꾼들이 사랑하는 추자도를 낼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도보자는 16시 40분 제주항으로 가는 배에 몸을 실었습니다. 꿈속에서도 걷고 싶은 상추자 올레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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