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안개의 서재_11
4월 제주는 그야말로 꽃 잔치입니다. 잠깐 나가면 유채꽃이 마음을 노랗게 물들입니다. 조금 지나면 벚나무가 길게 꽃으로 도열해 걷는 이를 환영합니다. 먼나무 열매와 동백은 땅바닥에 붉은 흔적을 남기지만 아직 나뭇가지에 제법 달려 아름다움을 더 합니다. 재릉초등학교 입구 탱자나무에 핀 흰색 꽃이 활짝 웃어 줍니다. 예수님의 가시면류관과 인자한 얼굴이 오버랩됩니다.
4월 한림읍 독서토론회 선정도서는 김초엽 작가의 장편소설 <지구 끝의 온실>입니다. 3일 정도 정말 먹는 것도 잊고 열독 했습니다. 독서외 모든 일정을 후순위로 밀어 버렸습니다. 장르(SF소설)도, 제목도 낯선 이 소설에서 다가올 인류의 미래와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절대적 가치를 얻습니다. 또한 젊은 이야기꾼에게서 소설문학의 밝은 미래를 엿볼 수 있어 너무 행복합니다. 강추드리고 싶은 김초엽의 장편소설(392p) <지구 끝의 온실>입니다.
프롤로그
아마라와 나오미가 더스트에 오염된 숲 속에서 좌표를 근거로 도피처를 찾아 헤매다 누군가에게 가격 당한 장면이 나오고, 이야기는 잠시 정전상태가 됩니다.
1장. 모즈바나
아영은 더스트생태연구소의 연구원으로 강원도 해월의 폐허에 유해한 잡초가 이상 증식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짐에 따라 이를 확인하기 위해 직접 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푸른빛을 발광하는 모스바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식물을 캐내자, 그 뿌리에 좀 더 짙은 색의 뿌리가 뒤엉켜 있는 것이 보였다. 모스바나의 뿌리가 원래 이곳에 있던 식물들의 뿌리를 감고 자라는 것 같았다. 다른 식물들을 모조리 말려 죽이며 퍼져 나간다더니 사실인 듯했다. 그러고 보니 덩굴에 감긴 나무들도 부스러질 것처럼 메말라 고사 직전이었다.
- <지구 끝의 온실>중에서
아영은 푸른빛의 식물을 보며 어린 시절 온유라는 도시에서 만난 특이한 할머니 이희수 씨를 떠올리게 되는데 이희수 씨는 실버타운에 살면서 폐허 속에서 로봇들을 발굴해 고치는 일을 하셨고, 다른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푸른빛의 먼지들이 있는 정원을 가꾸고 계셨던 인물입니다. 이희수 씨는 갑자기 실종됩니다.
연구결과 해월의 모스바나는 야생이라기보다 뭔가 인위적인 것이 작용되었음이 발견되고, 누군가 의도적으로 만든 것으로 판단됩니다.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의 학회에서 아영은 모스바나에 대한 전문가라고 알려진 나오미를 만나 이 식물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2장. 프림 빌리지
프롤로그에 나왔던 아마라와 나오미가 다시 등장함.
더스트에 의해 세상은 오염되었고, 돔 안쪽과 바깥쪽은 삶과 죽음으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내성종
(사전적 의미) 어떤 환경에 내성이 있는 품종. (소설 속) 모두 죽어가는 저 바깥에서도 안전하다는 뜻, 살아남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뜻입니다. 두 주인공 중에서는 나오미가 아마라 보다 내성이 더 강한 인물로 나옵니다.
돔시티
일부 특권층만 보호받으며 사는 지역. 이 안에서도 역시 자신만 살기 위해 이기적인 생각들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있습니다.
“더스트 시대에는 이타적인 사람들일수록 살아남기 어려웠어. 우리는 살아남은 사람들의 후손이니까, 우리 부모나 조부모 세대 중 선량하게만 살아온 사람들은 찾기 힘들겠지. 다들 조금씩은 다른 사람의 죽음을 딛고 살아남았어. 그런데 그중에서도 나서서 남들을 짓밟았던 이들이 공헌자로 존경을 받고 있다고, 그게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거든. 아영이 네가 아직 이해하기는 어렵지?”
- <지구 끝의 온실>중에서
프림 빌리지
돔시티 밖에 비교적 안전한 지역. 더스트 폭풍이 몰려오자 레이첼이 개발한 덩굴로 일단 위험을 막았으나 이 덩굴식물에 의해 프림 빌리지 내 다른 식물들이 자라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됩니다. 식량부족 문제가 생기자 프림 빌리지 주민들도 덩굴식물의 종자와 모종을 가지고 돔시티 주민들과 협상을 해야 한다는 쪽과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의견이 서로 갈림에 따라 마을은 심한 분쟁이 생겨납니다.
더스트 폭풍에 살아남으려면 덩굴이 필요했다. 그러나 그 덩굴은 사람들을 굶주리게 만들었다. 처음에는 아름다워 보였던 푸른 먼지는 이제 고통의 근원처럼 느껴졌다. 내성이 약한 사람들에게 자진해서 마을을 떠나라고 비난하는 이들이 생겼다. 지수 씨가 한 번만 더 그런 말을 대놓고 했다간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 화를 내자 다툼은 잠잠해졌지만, 한번 싹튼 불신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아마라는 말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 <지구 끝의 온실>중에서
3장. 지구 끝의 온실
더스트는 2064년에 시작된 세계 더스트대응협의체의 디스어셈블러 광역 살포를 통해 2070년 5월에 완전 종식되었다. 디스어셈블러가 더스트를 없앴다는 사실은 수많은 재현 실험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입증된 바여서 이제는 의심할 여지도 없었다. -<지구 끝의 온실>중에서
나오미를 통해서 '프림 빌리지'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된 아영은 15년 전 온유에서 만났던 이희수할머니가 나오미를 불이 난 프림 빌리지에서 탈출하도록 도와주었던 김지수 씨와 동일 인물일 것이라 추측하며 옛 도시 온유를 찾게 되지만 이희수 할머니에 대한 흔적은 그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아영이 학회 커뮤니티에 올린 프림 빌리지에 관한 이야기는 폭발적인 관심을 끌게 되었고, 어떤 이들은 허황된 전설이라고 하기도 했지만 연구결과 해월에서 발견된 모스바나의 유전체는 야생형 모스바나가 '되기 이전'의 형태를 하고 있음이 밝혀집니다. 말하자면, 해월의 모스바나가 전체 모스바나 식물의 '원종'이란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메일을 통해 새로운 제보를 받은 아영은 해월 복원현장에서 떨어진 과거 발굴현장에서 미로 테크놀로지 장대표를 만나게 되고, 이희수할머니의 행방에 대한 실마리를 따라서 할머니가 마지막으로 있었던 요양원에서 남겨진 할머니의 기억 칩을 입수하게 됩니다.
기억칩에 실린 내용
지수는 레이첼을 샌디에이고에 있는 솔라리타 나노연구소에서 알게 됩니다. 레이첼은 오직 30% 정도만 유기체로 된 로봇으로 식물연구에만 몰두하던 연구원이었는데 2055년 더스트가 솔라리타 연구소로부터 유출된 시점, 연구소를 탈출하여 말레이반도 어딘가에서 우연히 지수와 다시 만나게 됩니다.
레이첼이 관심 있는 것은 정말로 자신의 식물들뿐이었다. 지수가 자살 시도의 이유를 끈질기게 추궁하자, 레이첼은 어이없는 대답을 내놓았다. 인간이 사라진 세상에서 자신의 식물들이 지구를 덮어버리는 것을 원했고, 수년의 시간을 건너뛰어 그것을 목격하려는 생각이었다고. 정말이지 황당한 발상이었지만 지금까지 레이첼을 관찰한 결과로는 충분히 이를 실행에 옮길 만큼 어처구니없는 사람이기도 했다.
-<지구 끝의 온실>중에서
지수가 레이첼에게 제안한 것은 거래였다. 레이첼의 사이보그 신체를 유지해 줄 테니, 유기체인 지수의 몸을 유지하는 것을 도와달라는. 성사된다면 어느 쪽도 손해 볼 것은 없었다. 레이첼은 온실에서 자신의 식물들을 연구하기를 원했고, 지수는 떠도는 삶을 청산하고 잠시 쉬고 싶었다. 처음에는 그렇게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그리고 거래를 제안한 데에 하나의 이유가 더 있다면, 그건 레이첼에 대한 호기심이었다. 혼자 폐쇄된 온실로 도망쳐 식물들을 들여다보다가, 수년간 잠들기로 결심한 사이보그. 지수는 그의 내면을 열어보고 싶었다. 식물들 앞에서 변하는 그 표정을 좀 더 지켜보고 싶었다. 잘 맞물려 돌아가는 기계의 구조가 궁금한 것처럼, 지수도 레이첼에게 그런 종류의 호기심을 느꼈다.
- <지구 끝의 온실>중에서
지수와 레이첼이 있는 말레이반도 숲 어딘가에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대니라는 사람을 리더로 하는 20명쯤 되는 여자들로 이들과 함께 새로운 마을 '프림 빌리지'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전체적인 퍼즐은 아영이 입수한 이희수할머니 즉, 김지수 씨가 남긴 기억칩에 의해 맞춰집니다.
솔라리타연구소에서 인연을 맺은 레이첼과 김지수 씨는 더스트 입자가 유출될 시기 말레이반도에서 우연히 다시 만나 온실을 만들게 되었고, 이곳이 덜 오염된 곳으로 알려짐에 따라 사람들이 유입되어 '프림 빌리지'라는 마을이 형성된 것입니다.
마을은 한때 더스트 폭풍에 위협에 놓이기도 했지만 레이첼이 연구한 식물 즉, 모스바라를 파종함에 따라 이 식물이 마을 전체를 감싸주어서 폭풍의 위험으로부터 놓일 수 있었으나 또 다른 문제 식량부족의 문제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점차 이 마을에 대한 소문이 외부로 퍼짐에 따라 침입자들이 계속해서 침범해 왔고 급기야는 마을 전체가 불이 나는 사건이 벌어지게 됩니다. 김지수 씨는 최종 결정을 내립니다. 그녀는 레이첼에게 더스트를 방어할 뿐 아니라 더스트를 제거할 수 있는 식물을 만들어 줄 것을 요청했고, 끈질긴 김지수 씨의 요청에 의해 레이첼은 새로운 식물의 종자를 만들게 되었으며, 마을 전체가 화염에 휩싸인 그날 마을 주민들은 이 종자를 가지고 탈출하여 전 세계 곳곳에 이 식물의 종자를 뿌리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지구는 더스트의 오염으로부터 구출된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김지수 씨와 레이첼은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 70%가 로봇인 레이첼은 점차 유기체가 줄어들거나 식물연구로 로봇 장치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경우를 당할 때마다 김지수 씨가 필요하게 되었고, 그런 레이첼을 김지수 씨는 혼자 둘 수 없게 됩니다. 그 둘 사이는 알 수 없는 끌림을 갖게 됩니다. 김지수 씨의 사랑의 마음이 결국 레이첼의 마음을 변하게 만들었고, 지구는 이들의 인간적 사랑을 초월한 더 큰 사랑, 식물/기계/인류에 대한 깊은 연민에 의해 결국 더스트의 오염으로부터 구원받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 데이터는 모스바나의 원종이 출현한 대륙을 가리켜요. 프림 빌리지의 위치인 말레이시아 케퐁 지역이죠.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서, 모스바나가 처음 대규모 군락지를 이뤘어요. 하지만 여기만이 아니에요. 사람들은 온실에서 출발해 세계 곳곳으로 떠났어요. 그리고 거의 시차를 두지 않고, 이 모스바나 원종은 여러 장소로 퍼져 나가요.” 점들은 서로 다른 대륙에, 각각의 나라에 찍혔다.
그리고 그것으로부터 출발해서 세계 곳곳으로 향하는 선이 이어졌다.
“한 명이 아니었어요. 한 장소도 아니었죠. 온실에서 떠난 이들이 거의 같은 시대에 각자 도착한 곳에서 모스바나를 기르기 시작했어요. 여기가 나오미와 아마라, 당신들이 도착한 지점이죠. 그리고 여기는 중국 남부 지역이고요. 또 여기는 독일이고, 이렇게 점으로부터 퍼져 나간 선을 전부 그어보면…… 거의 세계의 전 대륙에 최초의 모스바나들이 심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그래서 모스바나들이 그렇게 단기간에 지구를 뒤덮을 수 있었던 것이죠.”
아영은 자신이 이 논문의 데이터를 처음 보았을 때 느꼈던 어떤 놀라움과 슬픔, 그리고 설명할 수 없는 기쁨을 나오미도 만나게 되기를 바랐다. 아영은 나오미가 지도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나오미의 표정이 점차 변해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나오미가 나지막이 말했다.
“우리만이 아니었군요. 모두가 잊지 않았어요.”
“맞아요. 당신들이 약속을 지켰고, 세계를 구한 거예요.”
“아닙니다. 우리는 그냥, 그곳을 떠나서도 프림 빌리지를 재현하려고 했을 뿐이에요. 결국은 그러지 못했지요. 그러지 못했는데……”
나오미는 말을 끝맺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지도 위의 점들이 여전히 깜빡이고 있었다. 아영은 설명을 멈추었다. 이제는 더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말하지 않아도 나오미는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그 수많은 점들의 이름을.
-<지구 끝의 온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