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호치민 : 새로운 파트너는 언제나 환영이야 2

비즈니스 여행자의 세계출장 견문록 45

by chill십구년생guy


이 모든 공로를
통역사에게 돌립니다



둘째 날 아침. 드디어 텔레필름 2019 행사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리는 날이다. 주최 측이 마련해 준 호텔에서 조식을 제공했지만, 어젯밤 포만감이 아직 남아 속이 완전히 꺼지지 않은 상태였다. 결국 아침 식사는 거른 채, 그대로 출근길에 올랐다.


가는 길에, ‘베트남의 스타벅스’라 불리는 하이랜드 커피(Highlands Coffee)에 들러 명성 높은 ‘카페 쓰어다(Cà phê sữa đá)’를 주문했다. 베트남식 연유 커피인 쓰어다의 달콤함은 예상보다 훨씬 강렬했다. 한 모금 마시는 순간,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진한 단맛이 순식간에 퍼졌다. 하지만 그 강렬한 단맛 덕분이었을까. 한참을 멍했던 몸과 정신은 완전히 각성되었고, 마침내 개운한 상태로 행사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베트남의 스타벅스, 하이랜드 커피



행사 시작에 앞서, 배정된 통역사와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을 가졌다. 나는 우리가 이 행사에 참여한 전략적 목표를 명확하게 설명하는 데 주력했다. 통역사는 호치민의 대학생이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매우 영민했다. 그녀는 나의 의도를 듣자마자 완벽하게 파악했으며, 이후 행사 내내 우리와 파트너십을 맺을 잠재력 있는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주었다.


그녀는 단순한 보조를 넘어섰다. 우리의 강점을 효과적으로 어필하는 동시에, 스스로 제휴 가능성을 타진하고 기회를 창출하는 그녀의 능력은 탁월했다. 그날 그녀의 적극적인 지원 덕분에 모든 미팅이 원활히 진행되었고, 나는 그녀의 정확한 판단력과 뛰어난 추진력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페이스북을 통해 그녀의 소식을 들었다. 그 통역사가 이후 서울대학교에 교환학생으로 입학했다는 내용이었다. 역시 영리한 사람은 어디서든 제 몫을 해내며 빛을 발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바빠도 분짜 정돈 괜찮잖아



정신없이 오전 일정을 소화하고 나니 허기가 밀려왔다. 아침을 거른 터라 제대로 된 점심 식사가 간절했다. 구글 맵에서 평점 높은 분짜(Bún Chả) 식당을 검색해보니 다행히 행사장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다.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커다란 그릇에 숯불 향을 가득 머금은 돼지고기가 소스에 담겨 먼저 나왔는데, 그 냄새만으로도 식욕을 자극했다. 이어서 쌀국수(Bún)와 신선한 야채가 한 접시 가득 나왔고, 숯불 돼지고기와 함께 싸 먹으니 그 맛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여러분 베트남에선 분짜 꼭 드셔보세요



쌀국수는 몇 번이고 리필이 가능했으며, 바삭하게 튀겨낸 짜조(Chả Giò, 베트남식 튀김만두)까지 곁들이자 맛의 조합이 완벽했다. 연신 '맛있다'를 외치며 어느새 한 상을 뚝딱 비워냈다. 그 순간만큼은 출장으로 인한 긴장감도, 오전 내내 소모된 체력의 피로도 모두 잊을 수 있었다.


든든하게 식사를 마친 뒤, 근처의 ‘콩카페(Cộng Cà Phê)’로 향해 대표 메뉴인 코코넛 스무디 커피를 맛보았다. 이 메뉴 역시 달콤함이 상당했다. 아침에 마셨던 카페 쓰어다(Cà phê sữa đá)가 연유의 강렬한 당분이 직구처럼 느껴지는 단맛이었다면, 코코넛 스무디 커피는 은은하게 다가오는 변화구 같은 단맛이었다.



이제는 한국에도 들어와서 딱히 희귀하진 않다



하지만 매일 쌉쌀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던 내 입맛에는 이 둘 모두 지나치게 달게 느껴지는 건 마찬가지였다. 카페 내부는 빈티지한 인테리어가 인상적이었지만, 오후 일정이 워낙 빡빡했던 탓에 아쉽게도 여유를 부릴 수 없었다. 음료만 빠르게 비우고 다시 행사장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손쉽게 첫 파트너 Get



오후 일정이 시작되었다. 여러 현지 업체들과 미팅을 진행하는 가운데, 특히 한 업체와 말이 잘 통하기 시작했다. 이 회사는 일본과 베트남을 오가며 외주 개발 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각 나라의 시장 상황과 최신 기술 동향에 매우 능통한 전문가들이었다.


마침 한국 시장에도 깊은 관심을 보여, 현장에서 즉석으로 파트너십을 체결하기에 이르렀다. 예상보다 훨씬 수월하게 베트남에서의 첫 번째 파트너를 확보하게 된 순간이었다. 이는 이번 3개국 투어 중 첫 번째 성과였으며, 출장 초반에 큰 자신감을 불어넣어 준 소중한 만남이었다.



정신없이 이야기 하다 보니 금사빠 같은 즉석만남 대성공



이후 한국에 돌아와서도 파트너사를 비롯해 만났던 다른 업체들과 다양한 정보를 교환하고 서로의 소식을 공유하며 자연스럽게 응원하는 사이로 가까워졌다. 비즈니스적인 성과뿐만 아니라, 현지에서 즉석으로 신뢰할 수 있는 인맥을 쌓은 경험이야말로 이번 베트남 출장의 중요한 수확이었다.



나홀로 파티



저녁에는 참가사들을 위한 간담회 겸 회식 자리가 마련되었다. 저녁 식사를 위해 찾아간 곳은 일본식 야키니쿠(야끼니꾸) 식당이었다. 겉모습만 다다미가 깔린 일본식 분위기였을 뿐, 테이블 일체형 불판과 나오는 반찬 구성은 영락없이 한국식 고깃집과 비슷했다. 다만, 특이하게 말고기 육회를 판매하고 있었는데, 그 덕분에 잠시 제주도 단골 말고기 식당이 떠올랐다.


사실 출장 목표였던 파트너십 확보에 이미 성공한 터라, 내 기분은 한껏 들떠 있었다. 참가사들과의 네트워킹에는 큰 비중을 두지 않고, 혼자만의 작은 성공 축제를 즐기고 싶었다. 적당히 자리에 어울리다가 양해를 구하고 일어났다. 그리고 그랩(Grab)을 잡아타고 시내로 향했다. 최종 목적지는 호치민의 유명한 야경 명소로 알려진 루프탑 바, 'Chill Sky Bar'였다.



저 중앙의 바를 밤새 오고가기를 수차례



회식이 끝난 후 도착했기에 제법 늦은 시간이었지만, 새벽 2시까지 영업하는 덕분에 여유롭게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 공간은 실내 다이닝과 야외 라운지바로 나뉘어 있었으나, 이미 배를 충분히 채운 터라 곧장 야외 라운지바로 발걸음을 옮겼다. 시원한 밤바람을 맞으며, 탁 트인 야경을 배경 삼아 칵테일을 즐기기 시작했다.


26층에 자리한 'Chill Sky Bar'는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어 호치민 시내 전경이 막힘없이 한눈에 들어왔다. 반짝이는 빌딩 숲 사이로 차량 불빛들이 잔잔하게 흘러가는 모습은, 낮 동안의 정신없이 치열했던 일정과 대비되며 묘한 평온함을 선사했다. 파트너십 성공이라는 성취감과 활기찬 음악 속에서, 나는 혼자 연거푸 칵테일을 기울이며 호치민에서의 두 번째 밤을 마음껏 즐겼다.




다음편, '베트남 호치민 : 새로운 파트너는 언제나 환영이야 3' 으로 이어집니다
'비즈니스 여행자의 세계출장 견문록'은 브런치스토리에서 매주 화요일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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