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호치민 : 새로운 파트너는 언제나 환영이야 3

비즈니스 여행자의 세계출장 견문록 46

by chill십구년생guy


부럽다
쌀국수의 나라



셋째 날 아침, 알람 소리에 겨우 눈을 떴다. 머리는 무겁고 속은 쓰라렸다. 어제 'Chill Sky Bar'에서 칵테일을 너무 많이 마신 탓이었다. 몸이 천근만근처럼 느껴졌고, 속은 꼬르륵대며 항의하는 듯했다. 그래도 일정은 기다려주지 않았기에, 속을 부여잡고 겨우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섰다.


뻔한 메뉴의 호텔 조식은 건너뛰고, 스마트폰을 꺼내 구글맵을 뒤졌다. 숙소 근처에서 가장 가까운 쌀국수집을 찾았다. 골목으로 들어서자, 이미 제법 많은 현지인들이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다. 앞 테이블에서 국물을 들이켜는 베트남 사람들을 보며 문득 생각했다. 이 완벽한 해장 음식이 그들에게는 매일, 매일의 일상이겠구나. 내심 부러웠다.



입구에 오토바이가 잔뜩 정차된걸 보니 맛집이다



따뜻한 국물에 푹 젖은 쌀국수를 앞에 두자, 그 냄새와 향이 코끝을 자극하며 속을 부드럽게 달래는 듯했다. 국물 한 모금을 떠 마시니 입안에서 절로 "흐어~" 하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뜨끈하고 깊은 맛이 몸 구석구석으로 퍼지는 느낌이었다. 짓누르던 숙취와 피로가 조금씩 사라져갔다.



끝날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쌀국수로 간신히 해장을 마친 후, 다시 텔레필름 2019 행사장으로 출근했다. 사실 개인적인 목표였던 파트너십 확보는 이미 첫날에 달성했기에, 솔직히 말해 마음이 조금 느슨해진 상태였다. 그런데 문제는 통역사였다.


그녀는 여전히 활력 넘치고 열정적이었다. 행사 둘째 날부터 그 다음날까지, 그녀가 어레인지한 여러 업체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강행군이 이어지는 동안, 나로서는 그나마 남아 있던 체력이 거의 바닥날 지경이었다. 하루하루가 이렇게 길고, 또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일정이었나 싶을 정도였다.


행사의 마지막 날인 토요일 점심, 수고한 통역사에게 고마운 마음을 조금이라도 표현할 겸 식사를 대접하기로 했다. "원하는 대로 가자"고 하자, 그녀는 행사장 바로 근처의 'Pho 24' 식당을 선택했다. 이곳은 한국에서도 제법 들어본 쌀국수 프랜차이즈라 나에게도 익숙하게 느껴지는 곳이었다. 하지만 여기의 메뉴 중 통역사가 강력하게 추천한 메뉴는 따로 있었다. 바로 '껌승(Cơm sườn)'이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아는 맛'



껌승은 밥 위에 돼지갈비를 올려 먹는 일종의 한 그릇 음식이다. 한눈에 보기에도 든든해 보여, 체력이 떨어진 나에게는 딱 맞는 선택이었다. 첫 숟가락을 뜨자 달콤하고 짭조름하게 양념된 돼지갈비 맛이 입안 가득 퍼졌고, 밥과 함께 씹는 맛이 묘하게 우리나라 음식과 비슷해서 정겹게 느껴졌다. 익숙한 고기를 먹으니 지난 3일간의 강행군으로 떨어진 기력이 보충되는 듯했고, 고갈되었던 집중력도 다시 돌아오는 기분이었다.



베트남에서 꼭 해야할 일



모든 일정을 무사히 마치며, 드디어 텔레필름 2019 행사가 종료되었다. 호텔로 돌아가 짐을 깔끔하게 정리한 뒤, 호치민에서의 마지막 자유시간을 제대로 즐기기로 마음먹었다.


마침 이번 출장에서 와이프에게 줄 선물로, 베트남 현지에서 다들 사 온다는 라탄백(Rattan Bag)을 하나 구입하고 싶었다. 점심을 먹으며 통역사에게 물어보니, 관광객이 아닌 현지인들이 자주 가는 믿을 만한 가게를 추천해 주었다. 그랩에 주소를 찍고 해당 가게를 찾아가 선물을 고른 뒤, 만족스러운 마음으로 1군 시내로 이동했다.



베트남은 라탄(등나무)이 자라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시내에 도착해서는, 여정의 피로를 풀 겸 베트남식 마사지를 받기로 했다. 이제껏 마사지는 항상 엎드려서 받는 줄만 알았는데, 이곳 호치민에서는 하늘을 보고 똑바로 누운 상태로 진행되었다. 손을 어깨 밑으로 넣어 조물조물 움직이는데, 처음에는 신기했지만 의외로 몸 구석구석 시원하게 풀리는 느낌이었다. 특히 잔뜩 긴장했던 어깨와 등 근육이 시원하게 풀리는 게 생생하게 느껴졌다.



안녕 호치민



마사지를 끝내고 나서는 상징적인 건물 중 하나인 호치민 시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점심을 든든히 먹은 터라, 저녁은 비교적 가볍게 즐기기로 하고 소프트 쉘 크랩 요리를 안주 삼아 사이공 맥주를 마셨다. 창밖으로 보이는 시청 광장의 화려한 조명이 물결치듯 빛나며 밤공기 속에서 더욱 선명하게 느껴졌다. 낮에 보았을 때는 평범하게만 느껴졌던 건물이, 밤이 되자 비로소 진가를 드러내는 듯한 모습이었다.



호치민 시청은 밤에 더 아름답다



홀로 맥주를 한 모금씩 마시며 삼 일간의 미팅들에서 나눴던 이야기들을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하루의 끝자락, 그리고 호치민에서의 마지막 밤은 그렇게 조용하면서도 의미 있게 흘러갔다.


다음 날 아침, 일찍 공항으로 향했다. 목적지는 태국 방콕. 호치민에서의 분주하고도 특별했던 나날들은 마음속에 여운으로 남긴 채, 새로운 도시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후일담



호치민에서의 즉석 파트너 발굴 경험은 내게 꽤 특별하게 다가왔다. 이전에 국내외 업체와 맺었던 업무 제휴는 대부분 사전에 의사를 확인하고 조율을 거쳐 만들어낸 결과였다. 미리 약속을 잡고, 이메일과 전화로 협의를 거쳐 체결된 계약과 협력 관계였기에 안정적이면서도 예측 가능한 과정이었다.


하지만 이번은 완전히 달랐다. 현장에서 서로의 의사를 확인하고, 짧은 시간 안에 결정을 이끌어내야 했다. 그 긴박함과 속도감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어떻게 보면 이 과정은 상당한 '눈치 싸움'과도 같았다. 상대방이 흥미를 느낄 만한 여러 아이디어를 던져보고, 그 가운데 즉각적으로 관심을 보이는 사안을 파악해 비즈니스 이슈로 발전시키는 과정이었다.


무엇보다 준비가 철저해야 했으며, 평균 30분 남짓한 짧은 미팅 시간 안에 성과를 만들려면, 상대방의 미묘한 표정 변화, 질문의 뉘앙스, 몸짓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포착하는 예민한 감각이 필수였다. 모든 단서를 재빠르게 해석하고 쌍방의 이익과 니즈에 맞춰 대화를 능숙하게 이끌어가는 고도의 센스가 요구되었으며, 영민한 통역사의 도움이 없었다면 도저히 해낼 수 없는 현장이었다.


이 경험은 나에게 글로벌 비즈니스 현장 특유의 ‘민첩함’을 길러주는 귀중한 양분이 되었다. 이후 맘모식스는 국제 행사에 참석하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파트너를 발굴하며 빠른 시간 안에 폭넓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된다. 그 결과 TIPS 선발은 물론, 엑싯(Exit) 당시에는 20여 개가 넘는 글로벌 파트너 라인업을 확보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이는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가 있었으며, 우리 비즈니스가 실제 글로벌 환경에서도 충분히 통하는 경쟁력을 갖추었다는 강력한 신뢰의 증거였다.


여전히 추가 파트너 발굴이라는 숙제를 안고 방문하게 된 다음 도시는 바로 태국 방콕. 호치민에서 익힌 노하우를 통해 다소 뿜뿜한 자신감을 안고 향했는데 아뿔사!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예상을 뛰어넘는 사건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편, '태국 방콕 : 찰나의 순간을 절호의 기회로 1' 로 이어집니다
'비즈니스 여행자의 세계출장 견문록'은 브런치스토리에서 매주 화요일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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