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또 Oct 30. 2020

1년도 안되어 5개의 직장을
거쳐 가는 능력?

잘 다니고 있는 베트남 레스토랑은 카페에서 일한다고 그만둬, 

그 카페랑 한인 펍에서 거의 동시에 해고되지 않나, 이 추운 겨울 뭐 먹고살아야 하나 걱정하게 되는,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 일단 캘거리에서 가장 핫플레이스인 17th AVE로 향했다. 

그 거리에는 하이엔드 다이닝 레스토랑도 있고 범접할 수 없이 좋아 보이는 카페들과 맛집들이 수두룩했다.


거리를 걷다 밖에서 바라봐도 90%는 백인들이 손님이고 일하는 사람조차 99% 네이티브들이었는데 

무슨 배짱이었는지 철판 깔고 무작정 들어갔다. 

기대 하나도 안 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이었다. 그만큼 분위기가 압도적이었다. 

그런데 얼떨결에 보스와 바로 면접을 볼 수 있었고 그날 채용돼서 다음날 출근하게 되었다.


내가 여기서 일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인테리어도, 분위기도 

정말 딱 내가 일하고 싶은 그런 카페였다. 지금까지의 고생이 이곳에서 일을 하기 위한 액땜이었나 싶기도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워홀러들은 뽑지 않는데 내가 최초라 해서 왠지 모를 자부심이 생겼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었다.


이 곳에선 5개월 정도를 길게 일을 했고 처음 1,2달은 스케줄도 많이 넣어줘서 일도 많이 했다. 

그 사이에 들어온 백인들도 많았고, 나간 백인들도 많았는데 문제없어 보이는 이 곳에도 

크고 작은 고용에 관련된 문제들이 있었다.


이유 막론하고 보스 기분이 좋으면 무조건 채용이었다. 

경력이 없었어도 마음에 들면 그냥 고용을 했지만 이상하게 따로 교육을 시키진 않았다.

그러다 그들이 일하는 데에 한계를 느끼면 스스로 그만두기도 하고 

보스과 싸운 후 보이콧을 하며 나가기도 하였다.


일을 대충 하는 직원이 있으면 직접적으로 나가라고 말하진 않고 

치사하게 스케줄을 빼면서 간접적인 해고 신호를 주는데 이게 은근히 기분이 나쁜 방법이다. 

그렇게 둘이 웃고 떠들고 친하게 지내도 다음날이면 보스가 변덕을 부리곤 했다.

내가 워홀 기간이 끝나고 마지막 인사를 하러 갔을 때도 나와 일했던 사람들은 

그 짧은 기간인데도 비슷한 방법을 통해 하나둘씩 전부 나갔다고 했다.


나는 다행히 초반에 모든 음료를 거의 완벽하게 만들 수 있었고 바쁠 때

보스와 손발이 척척 맞게 일을 한 것 덕분에 2,3달은 조용히 넘긴 거 같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스케줄이 조금씩 줄어들긴 했지만 친해진 동료들이 개인 일정으로

바쁘게 되면 한, 두 개씩 스케줄을 넘겨주기도 했다. 

덕분에 주 4일 정도는 꾸준히 일할 수 있었지만 앞서 당한 것도 많고 본 것도 많아 불안한 건 사실이었다.


아무래도 일자리를 하나 구하는 게 마음 편할 것 같아서 캐나다의 건강 주스 컨셉의

프랜차이즈인 주고 주스라는 곳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한국 사람이 사장이었고 주 3일 정도로 시간대가 괜찮아 부담도 적었다.


이제 필라소피의 가능한 스케줄을 바쁜 평일 시간대와 주말만 오픈을 시켰더니

스케줄이 점점 더 없어지는 문제가 생겼다. 

그래도 동료들이 변함없이 스케줄을 나눠줘서 일을 할 순 있었지만 한편으론 이렇게까지 해

야 하나 싶었다.


마침 주고 주스에서 나에게 풀타임 잡을 제안 했고 이를 고민하던 중에 보스가 

아예 내 스케줄을 넣지 않는 주가 있었다. 이제 풀타임도 생겼겠다

쿨하게 사표를 던졌다! 여기서 해피엔딩이면 좋으련만...

이전 14화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웬 뻘 짓을 이리하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