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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또 Oct 30. 2020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서
겨울 길바닥에 나앉을 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10시 반부터 2시 반까지 베트남 레스토랑에서 일을 했고 

일주일에 3,4일은 오후 5시부터 새벽 1시까지 룸메가 소개 해준 한인 펍에서 일하게 됐다. 

고마운 룸메가 먼저 제안을 해주었고 나 역시 외국인 손님들이 오는 펍은 어떤 모습인지 궁금도 하고

주 3,4회 정도면 부담도 크지 않아서 별 고민 없이 OK를 했다.


다만 본격적으로 출근하기 전에 먼저 일을 하게 된 베트남 레스토랑에서 on-call이라

아무래도 주말에는 일 할 수 없을 것 같다며 그래도 상관없는지 사장에게 물어봤다. 

사장은 지금 서버 한 명이 평일 주말 구분 없이 쉬지도 못하고 한 달째 일하고 있기 때문에 

일단 하루라도 빨리 일해 주기만 하면 된다 해서 바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실은 베트남 레스토랑에서의 on-call은 무시해도 됐을지도 모른다. 

바쁜 매장도 아니었고 한 번도 부른 적이 없었다. 

사실 2일 정도는 쉬고 싶은 생각에 이런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은 것도 있었다. 

돈은 많이 벌 수 있겠지만 평일에도 일찍 일어나서 일을 하는데

 주말까지 일을 하기는 싫어서 On-Call 취소에 애쓰지 않았다.

* On-call : 정규 스케줄은 아니지만 혹시라도 매장에서 부르면 일해야 하는 대

기상태


일에 익숙해지다 보니 슬슬 주말에도 일을 해줬으면 했지만 미리 양해를 구한 것을 이유로 거절했다. 

결국 주말에도 일할 수 있는 한 명이 더 일하게 되면서 주 2회 정도 일하게 되었다. 

수입은 조금 줄었어도 불만이 딱히 없었던 이유는 새벽 일찍 카페를 위한 체력을 비축할 수 있어서 오히려

더 환영이었다.


하지만 점점 바쁘지 않은 요일에만 스케줄을 배정받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들어온 순서상 내가 2번째면, 조금 더 바쁜 평일에 일 하는 게 맞다 생각했는데 

3번째로 들어온 서버가 그 스케줄을 받곤 했다. 

나와 다른 서버랑 둘이 일할 땐 먼저 들어온 사람을 우선적으로 배정해왔으면서 

이번엔 먼저 일을 하고 있었던 나에게 묻지도 않고 진행하는 점이 배려 없다고 생각했다. 

이유는 아마 총괄하는 주방 매니저가 나와 일하는 성향이 맞지 않아서였겠지.


예를 들어, 칠판에 모든 테이블과 주문받은 것을 적어야 했고 나는 다시 빌지에 써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특히 바쁠 때 손님이 계산하면 영수증을 수기로 처음부터 끝까지 적어야 했는데 다른 손님과 겹치면 일이 밀리고 효율이 떨어진다 생각했다. 어차피 홀과 주문은 내 소관이라 했으니 서로 편한 방법을 무엇 일까 고민했다.


그래서 빌지에 먼저 주문을 적고 주방에는 구두로 전달하였다. 손님이 많아 음식 주문이 밀려 들 때는 주방에 말하고 주방도 볼 수 있게 칠판에 적었고 주문받은 순서대로 음식을 내보냈다. 

혹시라도 술 주문이나 음식이 잘못 들어가면 내 주머니에서 메워야 하니 당연히 신경이 곤두서고 실수하지 않으려 했다.


그런데 이게 문제였던 것인지 어느 날 갑자기 평소와 다른 사무적인 태도로 날 대했다. 

이런 태도가 참 신경 쓰였는데 역시 할 말이 있다며 이야기하자고 했다. 

기억나는 변명 중에 하나가 있다면 서버가 3명이면 오는 손님들도 헷갈려한다는 말 같지도 않은 말을 하고 있었다. 그냥 쿨하게 나랑 일하는 게 맞지 않는다고 하지. 개인적으로 다 아는데 이렇게 혼자 아닌 척 쪼잔하게 구는 사람 극혐.


나한테 일말의 언지도 주지 않고 너무 한 거 아닌지 따졌지만 

캐나다에 서 살고 있는 한국인조차 공과 사 구분이 또 확실했다. 

며칠 전만 해도 하하호호 웃으며 맥주 한 날이 엊그제인데 이런 식으로 나오다니 꽤나 상처가 됐었다. 

그런데 이 가게는 내가 나가고 2달 후에 주인이 바뀌면서 기존에 일했던 모든 직원이 전부 해고를 당해 어쩌면 불행 중 다행히 되어버린 셈이 되었지만. 

어쨌든 이 서버일도 약 3개월 만에 타의적으로 그만두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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