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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또 Oct 30. 2020

나이가 죄라면 죄지요

그동안의 워킹 홀리데이를 마무리하며


한국에서 일에 치이고 사람에게 스트레스를 받아 온 만큼 호주 때처럼

조용하고 한적한 곳에서 여유롭고 평화롭게 살고 싶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결국 다른 형태의 북적거림 속에서 바쁘게 지내다 온 거 같다.


호주에서는 화장한 적도 없고 매일 작업복만 입었으며 심지어 멀리 쇼핑을 하러 갈 때도 

꾸미려고 애쓰지 않았던 만큼 남의 시선을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외국인은 물론이고 한국인들도 서로 그런 것에 관심 갖지 않았던 것 같다. 

아마 시골에서 농장 일을 하니 당연히 외모 꾸밀 일이 없는 환경 때문이기도 할 것이고

화려하게 꾸미면 오히려 이상하게 되는 암묵적 합의가 있었던 것 같기도 했다. 

아무래도 비포장 도로에 하이힐은 어울리지 않을 테니.


반면 캘거리는 동네도 좁아 쉽게 소문이 퍼지고 행동거지 하나도 조심스럽게 해야 했다. 

나도 한국 음식점을 갈 때마다 은근히 신경 썼고 확실히 꾸밈 노동에 시간을 꽤 들인 것 같다.

신경 쓰는 게 많은 만큼 확실히 힐링 여행은 아니었다. 내가 몰랐던 것, 겪지 않아도 될 고생을 극복하면서 확실히 나를 돌아보고 성장시켜 나가는 일종의 수련 여행이었다.


20대와 30대에 각각 호주와 캐나다를 다녀오고 나니, 체력적으로도 차이가 있었지만 

무엇보다 내가 보고 느끼고 받아들이는 부분과 감정들이 달랐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사물과 감정에 대한 순수함과 집중도가 떨어진다 해야 할까?

내가 20대에 캐나다에서 시티 생활을 했으면 지금과는 분명 다르게 받아들이고 행동했을 것이다. 

워홀은 다녀오고 나서도 아직 끝나지 않은 여행처럼 자꾸만 회상하고 돌아보게 한다.


나의 무모한 도전 정신과 호기심 그리고 뒷일은 생각 안 하는 막무가내에 가까운 용기가 나의 인생을 바꿔 놓았다. 물론 선택에 따른 포기도 있었고 그에 따른 희생과 감내해야 할 책임도 있었고 

때론 현실적인 문제에 벅찰 때도 있었다.


그래도 젊은 날의 청춘을 다 바쳐 알게 돼 것이 있다면 어차피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으니 

그럴 바엔 한 번쯤은 내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보고 가슴이 시키는 대로 해보는 게 필요하단 것이다. 

그럼 그때의 나의 감정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을 것이고 흘러가는 대로 두다 보면 내가 현재 서 있는 이곳에 적어도 후회 없이 있게 되는 것 같다.


그렇다고 무작정 YOLO를 외치며 힘들면 당장 그만두고 떠나라는 무책임한 말로 선동하고 싶지 않다. 

가끔 우리는 힘들면 이민 가고 싶다며 힘든 현실에 대한 탈출구 인양 말하지만 

사실은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고 구관이 명관일 수 있는 것처럼 지금보다 더 힘들 수 있다. 

SNS에서 보이는 행복하기만 한 외국생활은 현실이 아님을 분명히 짚어내고 싶다.


타이밍은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하는데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그때 그 나이, 그 시기에만 할 수 있는 일이 조금 정해져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미래에 닥칠 일들에 대해 세상아 덤벼라의 마음으로 떠난다면, 

닥쳐올 풍파는 어마무시하다는 걸 말해주고 싶다.


나 역시 좋은 일도 많았지만 그만큼 고생도 많이 했다. 나도 사람이라

마음이 약해지고 현실적으로 걱정될 때도 많았지만 그래도 나는 지금까지

온 여정에 대해 후회하지 않으려 한다. 

가장 중요한 건 내가 즐거웠냐는 것인데 그거 하나는 자신 있게 YES!!!!라고 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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