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마지막 날이다.
워홀을 신청할 수 있는 나이인 만 30세도 지났다.
이제 더 이상 가고 싶지도 않지만 아예 못 가게 되어 버리니 뭔가 시원 섭섭은 했다.
룸메들과 가까운 밴프로 마지막 마실도 다녀오고 저녁도 먹었다.
가지고 왔던 짐을 버리니 왔을 때보다 한결 가벼워졌다.
난장판이었던 내 방의 텅 빈 모습을 보니 조금은 씁쓸하고 허전하게 보이기도 했다.
그렇게 마무리를 하니 특별할 거 없는 담백한 이별이었다.
아마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이겠지.
SNS을 통해서만 안부를 전하게 될 것을 서로 은연중에 안다.
깊게 생각하면 울적해지니까 언젠간 다시 만나자는 기약 없는 약속을 하고
떠나는 게 그나마 덜 서글프다. 진짜 맘만 먹으면 할 수는 있으니까.
이유가 딱히 없어서 마음먹기가 그런 거지..
간혹 떠나기 전 여기서 살 기회가 생기면 그럴 거냐고 묻기도 한다.
이 로키 산맥을 뒷동네의 산 정도로 쉽게 오고 갈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건
어쩌면 평생 없을 기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외국에서 살아보는 건 이벤트성의 여행으로 만족한다.
내 삶의 정착을 고향이 아닌 다른 곳으로 두기에는 아직 한국에 남겨진 것들이 많았다.
노후에 자연만 보고 삶을 돌이켜보며 살 때가 되면 그땐 로키산맥이나 오르며 살고 싶어 하려나?
시티에 있으니 확실히 다사다난했지만 결국 끝이 좋으니 지나간 것들은 그새 좋은 추억이 되어 버렸다.
캐나다, 참으로 꿈같고도 긴 여행이었다.
이제 돌아가자.
한국에서 또 할 게 태산이다. 앞으로 먹고 살 자격증 공부도 해야 하고 불어 버린 살도 빼야 하고..
그러고 보니 호주에서 한국으로 갈 때도 비슷한 류의 고민을 했었는데 이건 참 변함도 없다.
자 이제 현실이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