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과 군인연금 같이 받기

얼마 전, 항공사 기장으로 일하는 친구와 오랜만에 점심을 함께 했습니다. 

어릴 적부터 조종사를 꿈꾸던 친구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사관학교에 진학했고, 졸업 후 군 조종사로 활약

하며 10년 넘게 복무한 뒤 전역했습니다. 

현재는 민간 항공사 기장으로 근무하며 하늘을 나는 일에 큰 보람을 느끼고, 군에서 다져진 탄탄한 비행 경험과 노하우 덕분에 민간 항공사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아주 높다고 합니다.

하지만 10년 이상 군생활을 했음에도 군인연금(퇴역연금) 수급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은 조금 아쉽다고 하더군요. 

군인연금법에서는 "군인이 20년 이상 복무하고 퇴직한 경우에만 그때부터 사망할 때까지 퇴역연금을 지급한다"라고 되어 있는데, 친구는 복무기간이 충족되지 않아 퇴직일시금으로 수령한 것이죠.

이런 사유로 군인연금이나 공무원연금 가입자임에도 불구하고 연금으로 수령하지 못하는 사례가 종종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군에서 10년간 복무한 뒤 전역해 사기업에서 15년간 국민연금을 가입한 경우, 군인연금과 국민연금 중 어느 쪽도 최소 가입 기간을 충족하지 못해 결국 두 연금 모두 수령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09년 8월 7일부터 국민연금과 직역연금 간의 연계가 가능하도록 공적연금 연계제도가 도입되었습니다.

공적연금 연계제도는 국민연금과 직역연금의 연금을 수령하기 위한 가입(재직)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이동하는 경우 각각 일시금으로만 받아야 했던 것을 연계제도를 통해 연금 간 가입기간을 합하여 최소연계기간(10년 또는 20년)을 충족하면 지급연령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여 국민의 노후생활을 보장하고자 하는 제도입니다. 

이를 통해 직업 이동으로 인해 연금 수급 자격이 단절되는 문제를 방지하고, 각 연금제도의 혜택을 통합적으로 누릴 수 있도록 마련되었습니다. 

즉, 군에서 10년, 국민연금 15년의 가입 기간이 있을 때 공적연금 연계제도를 통해 총 25년으로 인정받아 연금 수급 자격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연금 수령 시, 군 복무기간 10년에 해당하는 연금은 군인연금법에 따라 지급되고, 전역 후 국민연금에 가입한 15년에 해당하는 연금은 국민연금법에 따라 지급되어 두 제도의 연금을 평생 동안 받을 수 있습니다.

공적연금 연계제도를 신청할 수 있는 대상자의 조건은 아래와 같습니다.

(출처: 국민연금관리공단)

사실 친구는 법 공포일, 시행일 이전에 전역하여 아쉽게도 공적연금 연계제도를 신청할 수 없었던 겁니다.
 국민연금 공단 자료(공적연금 연계제도의 추계모형 2020 / 저자: 박성민, 송창길)를 보면 2019년 기준 공무원연금등의 직역연금에서 국민연금으로  신청한 사람은 41,116명 국민연금에서 직역연금으로 신청한 숫자는 91,065명으로 매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연금제도 간 이동이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공적연금연계제도 홈페이지 자료를 보면 해마다 공적연금연계제도의 신청건수는 증가하고 있습니다.

(출처: 공적연금연계제도 홈페이지 자료)

공적연금연계제도는 연금의 가입기간을 합산하여 국민연금과 타 공적연금을 모두 수령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신청 전 유의해야 할 점도 있습니다.

연금개시연령을 출생연도에 따라 정해지므로 연계 전보다 연금 수급 시기가 늦어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군인연금 20년 이상 가입하고 전역한 1973년생이 사기업에 취업하여 3년을 국민연금을 가입하고 퇴직하였으면 군인연금은 퇴직연금으로 바로 수령할 수 있고 국민연금 3년에 대한 부분은 일시금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적연금연계제도를 신청하면 1973년생의 개시연령인 65세까지 군인연금을 수령할 수 없게 됩니다.
1973년생의 올해 나이가 50세라고 한다면 군인연금 수령시기가 15년이나 늦춰지게 되는 겁니다.

공적연금연계제도는 본인의 판단으로 신청하는 것이라 원칙적으로 신청 후 취소도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가입자의 상황과 연금 수령시기에 대해 충분한 유불리를 검토하고 신청하는 것이 중요합니다.